보급전의 역사 Supplying War
마르틴 반 크레펠트 지음, 우보형 옮김, 플래닛미디어
전쟁을 군수와 보급의 관점에서 연구해온 저자가 쓴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상시에 농담삼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해도 배급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하지 못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전쟁터에서 아무리 잘 싸운다 하더라도 무기가 부족하거나 식량이 없다면 한번 싸워서 이길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어렵다. 나폴레옹 이전에는 보급이 현지 징발이나 약탈을 통해서 이뤄졌는데, 나폴레옹 시대에는 체계적인 보급을 만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이 보급 면에서는 실패가 아니었고 히틀러의 러시아 원정이나 롬멜의 아프리카 군단은 보급 차원에서 실패했다고 정의했다. 그리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체계적으로 보급을 설계했지만 실행 면에서는 오히려 실패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전쟁이 끝난지 한참 지났지만 최근 연구들은 저자의 주장에 어느 정도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히틀러가 북아프리카 군단에 "지원을 적게 했다"는 주장보다는 "롬멜의 독단과 과시욕"에 의해서 아프리카 군단이 붕괴되었다는 설이 대두되었으며, 러시아 전선은 애초부터 불가능했지만 결국 물량에 독일이 밀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저자는 (다소 중언부언하고 있지만) 아무리 체계적인 계획을 세운다 하더라도 현장의 분위기와 병사들의 사기에 따라서 상황이 바뀐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노르망디 상륙 작전은 보급 계획을 2년 전부터 수립하였지만 정작 실행할때에는 엄청난 착오를 겪었다. 아프리카 군단의 경우 물자는 적정하게 갔지만 최전방까지 제대로 보급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병사들은 현지에 적응해서 착실하게 전선을 지켰으니, 보급이 전투의 승패를 좌우하는 데 결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