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Book

그때 그날

그때 그날

최용호, 김병륜 공저, 삼우사


그때 그날(끝나지 않은 6.25전쟁이야기) 대표 이미지 

원래 국방일보에 연재하던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각종 전쟁 관련 서적을 집필한 저자의 블로그를 보다가 이 책을 추천하길래 찾아서 읽어보았다. 추천 블로거의 글은 한국전쟁에 대해서 치우침 없이 서술을 했다고 했다. 과연 그러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아니하고 또 전쟁 기간 있었던 각종 의문과 판단 착오에 대해서 과감하게 적었다.

예를 들어 "전시작전권 이전"이다. 현재 시중에 잘못 돌고 있는 것은 1951년 경 현리 전투에서 유재흥 3군단장이 3군단을 괴멸시켰고 그래서 미군이 지휘권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저 내용은 잘못된 것이다. 첫째로, 전시를 포함한 모든 작전권은 이미 1950년 7월에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원수에게 부여했다. 다만 맥아더 원수는 한국의 위신을 생각하여 유엔군 사령관이 지휘하는 개념으로 잡았고 형식적으로는 유엔군 사령관이 한국의 육군본부를 통해서 지시를 내렸다. 현리 전투 이후 육군본부를 통하지 아니하고 직접 부대에 명령을 하달하게 된 것이다. 둘째로, 현리 전투의 패배 원인은 유재흥 장군에게 있지 않다. 이 책에서는 직간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는데, 한국전쟁 관련 다른 책에서 보면 10군단장인 알몬드 소장의 실책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알몬드 소장은 이뿐 아니라 그 이전의 장진호 전투도 작전상 실수를 저질렀는데, 맥아더 원수의 총애인지 꾸준히 살아 남았다. 현리 전투에서 오마치 고개의 비극은 유재흥 군단장 책임이 아니다. 이 책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참전국 모두의 입장을 파악한 후에 기술하였기 때문에 그 어느 책보다 식견이 높았다. 

물론, 한국군 위주로 기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공군과 해군의 활약상은 다 기술하지 못했다. 신문 연재 상의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보강하여 더 두텁게 책을 낸다면 역작이 될 것 같다. 게다가 이런 좋은 책을 사람들이 많이 읽지 않았다는 것에 놀라울 뿐이다. 국방일보에 연재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림이나 사진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사족으로, 한국전쟁이 남침이냐 북침이냐 따지는 무의미한 논쟁이 있다. 먼저 남에서 북으로 침공을 한 북침이라고 가정을 하자. 그랬다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몇 가지가 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침공을 했다면 어찌하여 침공 전에 군 간부들이 휴가를 갔으며 초반에 어찌하여 밀렸던 말인가. 전투 준비를 한 상태에서 북침을 하고 또 그만큼 준비를 했으면 북쪽으로 어느 정도 밀고 올라갔어야 했다. 이제 북에서 남으로 침공한 남침이라고 가정을 하자. 북측에서는 분명히 사전에 준비를 했고 그랬기에 개전 3일 만에 서울까지 점령했다. 이보다 더 명백한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 혹자는 "남쪽의 북침 유도설"을 주장하고 있다. 남쪽에서 지속적으로 국지 도발을 하여 북쪽을 자극했다는 설인데, 이 역시도 설득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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