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붕잡억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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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1 14:41
우붕잡억
계선림 지음, 이정선/김승룡 옮김, 미다스북스
이 책은 20세기 중후반 중국에서 광풍처럼 몰아친 문화대혁명을 겪은 지식인의 회고록이다. 문화대혁명은 1965년부터
1975년까지 중국을 철저하게 사로잡은 광풍으로 그 여파는 실로 엄청나다. 저자인 계선림은 그 광풍 속에서 자살까지 생각했으나
겨우 살아 남았다. 계선림은 중국 북경대의 동양학부 설립자로 중국의 대표적인 지성인 중 한명이다. 이 책이 나올 당시인
2004년에는 몸이 안 좋아서 입원을 했으나, 2009년 7월 타계를 했다.
이 책을 보다보면 꼭 중국만 그런 분위기에 있었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당시 한국도 빨갱이 광풍이 불어서 조금만 무슨
말을 한다면 체포되거나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지거나 했던 시대였다. 중요한 사실은 "진실과는 별개로" 그런 광풍이 사람들의
머리를 지배한다는 점이다. 광풍에 휩쓸린 사람들은 당대의 지성들이 쌓아 올렸던 업적조차도 불살라 버린다. 그때 그 시절, 전
세계적으로 이런 멍청한 짓을 진행했다는 것은 아이러니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복수를 생각하거나 누구를 비방하려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저자도 어찌보면 얄팍한 지식인의 부류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때에는 잘 몰랐다"고 하거나 "그냥 지나갈 줄 알았다"고 한 점들이 그 증거일 것이다. 물론 이렇게
저자가 고백하는 글을 썼는데 그 글 내용이 다소 지나친 고백일 수는 있다. 또한 저자도 지식인으로서 사회 참여를 한 부류일 수도
있다. 저자가 당대의 지성이라고 하더라도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었을 수도 있다.
이와는 별개로, 저렇게 지식인을 핍박했던 교훈을 알면서도 아직도 우리 사회가 여전하다는 점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