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 Global

원자재 붐으로 보는 2021년 브라질 경제동향

- 원유, 곡물, 광물 등 원자재 가격 호조로 브라질 경제 회복세 -
- 원자재 가격상승 효과가 경제 타 부문에 미치기 위해서는 제조업 부문 회복 및 성장 필요 -




상승하는 국제 원자재 가격


2020년 하반기 이후 광물,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며 브라질 경제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브라질은 농산물, 광물, 석유자원이 풍부하며 이들 가격 상승이 경제에 큰 영향을 주었다. 6월에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브라질 중앙은행은 2021년 경제성장률을 4.6%로 예측했으며 브라질 경제부는 2021년 7월, 2021년 경제성장률을 5.3%로 전망했다.


브라질 경제부에 따르면 브라질 1~7월 농산물 수출은 전년대비 22.9% 상승한 365억 달러를, 동기 광물 수출은 전년에 비해 75.1% 상승한 456억 달러를 기록했다. 덩달아 광산 및 농지 가격도 오르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 Markit는 곡물 판매가격 상승에 힘입어 브라질 2021년 농지가격은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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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별로 살펴보면 구리가격은 톤당 가격이 2020년 5월 5000달러 수준에서 2021년 4월 9985달러를 넘어섰다. 철광석 가격도 2021년 6월 사상 최고가격인 톤당 191달러를 기록했다. UN식량기구(FAO)가 발표하는 실질 식품가격지수도 2020년 5월 92.0에서 2021년 중순 126.4로 크게 상승했고 시카고상업거래소(CME)가 발표하는 옥수수 선물가격은 2021년 7월 부셸당 8달러를 기록했는데 2020년 저점에 비해 2배 이상 상승했다. 대두, 사탕수수, 소고기 등 타 농산물 가격도 심상치 않다. 유가도 배럴당 가격이 브렌트 기준 2021년 1월 55달러에서 7월 74달러로 대폭 상승했다.


브라질 원자재 연관 기업들의 주가도 상승하고 있다. 브라질 대표 철광석회사 발리(Vale)의 주가는 2021년 8월 109헤알을 넘어섰는데 2020년 3월의 39헤알과 비교해 약 3배가 상승했다. 다른 철광석/철강회사인 CSN의 주가는 2020년 초 15헤알에서 2021년 5월 50.63헤알로 대폭 상승했다.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 주가도 2020년 3월 12헤알에서 2021년 8월 28헤알로 올랐다.


원자재 가격 상승 이유


공급 측면을 보면 코로나19 이후 농업 및 광물회사들은 신규 투자를 줄였는데 1년 반~2년이 지나 코로나19 상황이 해소되고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서자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물류문제도 원자재 가격을 상승시켰는데 일부 농산물·광물생산 국가들은 코로나19를 대비하기 위해 국경 봉쇄를 시행해 원재료가 산지에서 수요국으로 이동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여러 자연재해도 영향을 주었는데 브라질은 100년 내 최악의 가뭄으로 대두, 옥수수, 사탕수수 등 주요 작물 경작에 차질이 생겼다. 옥수수, 대두박 등은 가축의 사료로도 많이 쓰이는데 공급이 부족하자 소고기, 돼지고기 등 가격도 상승했다.


수요 측면을 보면 주요국 백신 접종률이 높아짐에 따라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브라질만 보아도 2021년 7월 1차 백신접종률이 50%를 넘어섰는데 쇼핑몰, 시장 등 유동인구가 코로나19 이전수준으로 회복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 등 주요 시장도 백신접종률이 높아짐에 따라 사람들이 다시 집밖으로 나와 소비를 하고 있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로 신규 구매를 자제했는데 2020년 중후반부터 재고가 소진돼 원자재 신규 구매를 통해 재고를 비축하고 있다.


경기부양정책도 원자재 소비를 견인했는데 미국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1조9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고 유럽연합과 중국 정부도 2021년 대규모 경제 부양정책을 발표했다. 경기부양 예산 중 상담비율은 인프라 개발로 흘러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2025년까지 저탄소 산업에 490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했는데 태양광·풍력발전소 등 신재생 산업이 혜택을 볼 것이다. 발전소 건설에 원료로 사용되는 구리, 철강 등 원료 수요가 높아질 것이다.


금융 측면에서는 각국 정부가 부양정책을 펼치며 시중에 풀린 많은 유동자금이 원자재에 투자되고 있다. 높아지는 가격에 베팅해 많은 투자회사들이 원자재를 사들이고 있어 원자재 가격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상승이 브라질 경제에 미친 영향


원자재 가격상승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추락하는 브라질 경제가 회복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브라질 경제는 2020년 마이너스 4.1%를 기록하면서 세계 10위권에서 밀려났다. 브라질 서비스와 산업 분야는 2014년 이후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이벤트 등 악재와 맞물려 지지부진한 수준이며 브라질에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3월 이후 급속히 냉각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농산업 및 광업은 큰 부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2021년 브라질 경제는 4~6%의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원자재 부문의 성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원자재 수출 증가로 유입된 외화 덕분에 헤알화는 추가적인 가치 하락을 방지해 2021년 중순 달러화 대비 1:5 초반대의 환율이 유지되고 있다. 농산업, 광업 등 원자재 호황은 기계, 화학, 서비스 등 연관된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 관련 산업 종사자들도 어려운 경제상황에 고용을 유지하는 등 혜택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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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상승이 브라질 경제를 장기간 이끌어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음


현재 나타나는 원자재 가격 상승 현상이 2000~2008년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성장 덕분에 촉발된 원자재 슈퍼사이클의 재현인지는 두고봐야 한다. 일부 경제학자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돌아와서 수년간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일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경제가 회복되면서 나타나는 반짝 현상"이라고 예측한다.


어찌 됐든 원자재 가격상승은 거시적인 브라질 경제가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었지만 원자재 분야에서의 훈풍이 다른 산업 분야까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 같다. 2021년 중반 브라질 실업률은 14~15%를 유지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실제로도 채용공고를 내면  “그 전에 받아보지 못하던 수많은 이력서를 받는다”는 얘기를 한다.


LCA Consultores는 2012년부터 실업률, 물가상승률, 저소득층 구매제품 가격변동 등을 고려해 ‘고통지수(índice de miséria)’를 계산하는데 2021년 5월 지수가 23.47로 최고치를 갱신했다. 높은 실업률, 인플레이션이 지수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브라질 경제 전체적으로 2021년 경제성장률은 높게 예상되지만 일반인의 삶은 오히려 피폐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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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제조업 침체는 뉴스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브라질에서 약 100년간 생산하던 포드(Ford)는 2020년 철수 발표를 해 브라질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도 브라질 내 트럭을 제외한 승용차 생산을 중단했다. 소니(Sony)와 캐논(Canon)도 브라질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파나소닉(Panasonic)은 브라질 공장의 텔레비전과 가정용 오디오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경제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등 브라질 내 생산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1차 산업이 발달하면 순차적으로 경공업, 중공업, 첨단산업이 발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브라질은 오히려 1차 산업 비중이 늘어나면서 석유화학, 자동차 등 1900년대 중후반 발달한 주요 산업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브라질 수출통계를 보면 원자재 비중이 2000년대 초반부터 증가해 2021년에는 50%를 넘어섰다.


원자재 산업이 고용이나 경제 가치사슬에서 미치는 영향은 한계가 있다. 자동화로 해당 산업 종사자는 산업 규모에 비해 줄어들고 있고 기술의 발달로 단위생산당 필요한 원료나 기계의 사용은 줄어든다. 브라질 대형 대두농장들은 무인 트랙터들을 도입하고 있으며 철광석 광산회사들은 무인 철광석 운반장비를 구매해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브라질 경제가 회복하면서 실업률 등 경제지표가 균형있게 회복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등 산업 부문의 회복이 필수적이다.


수출 통계만 보아도 브라질 제조업 부문이 위축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조업 수출비중은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70~80%에 이르렀으나 2021년 50% 수준대로 대폭 감소했다. 자동차 등 제조업으로 유명했던 상파울루의 ABCD*지역이나 세제 혜택으로 가전제품 산업 등이 발달했던 마나우스 등은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주*: 상파울루 시 인근에 있는 4개 도시인 Santo André, São Bernardo do Campo, São Caetano do Sul, Diadema의 앞글자 A, B, C, D를 본따서 만든 단어로 4개 도시는 상파울루 주에서 공업이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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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점


원자재 가격상승에 힘입어 브라질의 2021년 GDP는 4~6%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제성장이 전 산업부문이 아닌 농업, 광업 등 원자재 부문의 성장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제조업, 서비스업 등이 균형있게 성장하지 않는다면 실업률 등  지표는 현상태를 유지하거나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추가로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원자재 호황이 경기회복에서 보이는 일시적인 현상인지 슈퍼사이클로 접어든 것인지도 관찰이 필요하다. 만약 원자재 가격상승이 수개월~1년 정도 이어지는 일시적인 것이라면 브라질 경제는 2022년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 수도 있다. 코로나19 기간 많은 외국회사 공장이 철수하는 등 산업기반이 약화됐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까지 하락한다면 브라질 경제는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 정부에서 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추진하는 행정/세금개혁 등이 추진될지, 아니면 내년 대선 이후 새 정부에서 연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도 관찰할 필요가 있다. 많은 기업인 및 경제학자들은 브라질 제조업 성장의 장애물로 높은 세금, 복잡한 관료주의 등 제도적인 비효율성을 지적한다. 브라질은 2000년 초중반부터 제조업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경제가 건실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부문의 회복과 혁신이 중요하다.



자료: InfoMoney, IBGE, Financial Times, KOTRA 상파울루 무역관 보유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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