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만든 고층건물? 타지 않는 ‘목조건물’ 시장에 불이 붙었다
- SDGs, ESG 등 환경의식 확대를 배경으로 일본에서 목조건물 인기 급상승 -
- 친환경으로 변화하는 일본 건축·건자재 시장에 주목해야 -
나무로 지어진 고층 건물?
도호쿠 지방 최대 도시인 센다이는 풍부한 녹음이 아름다워 '숲의 도시'로 불린다. 그런 센다이역 로터리에 인접한 1등지에 올해 봄 들어선 한 건물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초고층 건물인 것도 아니고 특징적인 외관인 것도 아닌데 이목을 끄는 이유는 바로 그 건물이 <나무>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타카소 목공 빌딩의 외관 및 내부
자료: Shelter WEB페이지
나무로 지어진 이 '타카소 목공 빌딩'은 2021년 4월에 완공된 일본 최초의 순수 목조 7층 건물이다. 지금까지 철골이나 철근 콘크리트와 함께 목재를 사용한 하이브리드 고층 건물은 있었지만, 주요 구조재로 무구재(원목에서 잘라낸 자연 상태의 목재)를 사용한 '순수' 목조 고층 빌딩은 일본 최초이고 7층이란 높이도 국내 최고층이다. 건물 용도는 1~6층은 임대(점포/사무실)고 7층은 건물주가 입주한다고 한다.
· 일본에서는 고층 개념의 명확한 정의나 높이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건축기준법 제34조에 높이 31미터 초과 건물은 비상용 승강기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어 고층 건물이라고 하면 높이 31미터를 일반적 기준으로 삼는다.
고층 건물은 일반적으로 철골 또는 콘크리트를 이용해 짓지만, 최근엔 유럽을 중심으로 목조가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 밴쿠버에는 2017년 완공된 18층 목조 건물이 대학 기숙사로 이용되고 있고 노르웨이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물(높이 약 85미터/18층)이 2019년 완공되는 등 세계 각지에서 고층 목조 건물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노르웨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물 <미에스트라네(Mjøstårnet)>
자료: archDaily.com
고층 목조빌딩 건설을 위한 과제는 강도와 내화성
타카소 목공 빌딩의 설계/시공을 담당한 것은 야마가타에 위치한 <셸터>라는 건축회사다. 지금까지 빌딩 건축에서 목조가 널리 채택되지 못했던 이유는 강도와 내화성에 있다. 셸터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살펴보면, 우선 강도에 있어서는 목재의 연결·조합 방식에서 해답을 찾았다.
일본에선 일반적으로 목조 건축이라고 하면 재래공법이라 불리는 '목조축조공법'이 일반적이다. 재래공법은 골조를 형성하는 기둥과 들보를 홈과 이음재를 이용해 접합하기 때문에 기둥 중심부분에 비해 접합 부분이 두께가 가늘고 강도가 떨어진다. 이에 셸터는 공법>이라는 목조 건축상의 금속 접합구 공법을 1974년 개발했다. 현재는 금속 접합구를 사용하는 공법을 대형 건축사들도 채택하는 등 일반화되었으나 개발 당초에는 지나치게 과감한 발상 때문에 주위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셸터는 프랜차이즈 전개 등을 통해 KES 공법 보급에 활로를 모색했고 중소 건축사를 중심으로 가맹점이 늘어나며 전국적 확산에 성공했다. KES 공법의 안전성은 1995년 한신 아와지 대지진 때 철근 콘트리트 건물들마저 붕괴됐으나 고베 등에 위치한 73채의 KES 공법 3층 목조 주택들은 단 한 채도 붕괴되지 않으며 그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KES 공법 접합부
자료: Shelter WEB 페이지
내화성은 목재 내화 부재인 <쿨 우드(COOL WOOD)> 개발을 통해 극복했다. 쿨 우드란 하중을 지탱하는 중심부(하중지지부) 다발기둥을 만들고 중심부의 연소를 막는 중간층 부분은 석고보드를 사용하고 노출되는 표면은 목재를 이용하는 샌드위치 구조를 취하는 방식이다.
다발기둥은 이름 그대로 여러 개의 목재를 다발로 묶어 굵은 기둥을 형성한 것인데, 타카소 목공 빌딩의 경우엔 셸터가 자체 개발한 한 변이 15cm인 삼나무 무구 각재를 최대 9개까지 묶어 측면으로부터 드리프트 핀이나 볼트를 박아 하나의 기둥으로 고정시켰다.
이 다발기둥을 다시 석고보드로 감쌈으로써 내화성을 높이는 것인데, 국토교통부 장관 명의의 3시간 내화 인증을 2017년에 취득했다. 이는 일본 최초 사례로, 이를 계기로 쿨 우드는 층수/면적/용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건축물 기둥재로서 널리 활용되게 됐다.
다발기둥 구조와 목재 내화구조 기술 구조도
자료: NIKKEI 신문 및 Shelter WEB페이지
이처럼 KES 공법과 쿨 우드라는 두 기술 요소가 목조 건물의 기존 한계이던 강도와 내화성 극복의 돌파구가 되었다. 하지만 타카소 목공 빌딩이 주목을 받은 것은 꼭 순수 목조 건물이고 국내 최다층 건물이라는 점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목조 건물에 사용되는 CLT 등 구조용 집성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각광을 받게 된 한 원인이다. 셸터가 기술력을 총동원해 국산 재료 활용을 고집한 배경에는 목재유통 업계가 안고 있는 한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은 전국적으로 풍부한 삼림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원목을 구조용 집성재로 가공할 수 있는 JAS 인증 공장은 제한적 개수밖에 존재하지 않아 부자재 생산 시의 수송거리가 늘어나는 등의 구조적 약점이 존재한다.
다발기둥의 경우엔 제한적 인증 공장뿐만 아니라 일반 목재공장에서도 가공이 가능하다. 일본 전국 어디서나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침엽수 제재를 이용해 평범한 목제공장에서도 가공 가능한 방식을 취한다는 것은 국내 임업진흥 및 목재의 지산지소(지역생산 지역소비) 촉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셸터는 판단한 것이다.
타카소 목공 빌딩에 응축되어 있는 목조 건물이 가지는 강점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건설공기는 철근 콘크리트 방식의 절반 정도이고 이는 곧 인건비 절감으로도 이어진다. 또한 목조 구조로 건물이 가볍기 때문에 기초공사에 드는 콘크리트 사용량도 절감할 수 있다.
타카소 목공 빌딩의 경우엔 모두 인근 현의 삼나무 혹은 노송나무를 채택했는데 사용된 총 목재 체적은 약 450㎥다. 이에 따른 CO2 고정효과는 도합 약 270톤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 들어서는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으로서 기업에 요구되는 지침으로 CSR, ESG, SDGs 등이 주목받고 있다. 개개인 차원에서도 친환경, 지속가능성, 윤리성 등이 소비 및 라이프 스타일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목조 건물은 시대적 니즈에 합치하기에 사람들의 관심, 수요, 투자자금 등 비즈니스 찬스의 확대가 기대된다. 구미권에선 이미 조금씩 확산세를 보이고 있기에 향후 수요 증가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최근 들어 <우드 쇼크>라고 불리는 세계적 규모의 목재가격 폭등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해외시장의 목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미국 등에서 저금리 정책에 따른 주택건설 증가), 세계시장 레벨에서의 컨테이너 부족으로 해상수송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의 경우에도 건축용 목재의 절반 가량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시장가격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일본은 국토 약 70%가 삼림인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삼림자원 보유국임에도 이처럼 국제 시세에 좌지우지되는 이유는 33%에 머무르고 있는 목재 자급률 때문이다. 이는 값싼 수입재에 수요가 쏠리는 한편, 철/알루미늄 등 대체재로의 전환도 잇따르며, 일본 내 임업이 완전히 쇠퇴해 버렸기 때문이다.
OECD 가맹국 삼림비율 상위 10개국(2020년)
순위 |
국명 |
삼림면적(1,000ha) |
삼림률(%) |
1 |
핀란드 |
22,409 |
73.7 |
2 |
스웨덴 |
27,980 |
68.7 |
3 |
일본 |
24,935 |
68.4 |
4 |
한국 |
6,287 |
64.5 |
5 |
슬로베니아 |
1,238 |
61.5 |
6 |
에스토니아 |
2,438 |
56.1 |
7 |
라트비아 |
3,411 |
54.9 |
8 |
콜롬비아 |
59,142 |
53.3 |
9 |
오스트리아 |
3,899 |
47.3 |
10 |
슬로바키아 |
1,926 |
40.1 |
주: 2020년 7월 기준 OECD 37개국 내의 순위
자료: Global Forest Resources Assessment(FRA) 2020에 기반하여 일본 임야청이 작성
일본 건설/건자재 시장의 친환경 니즈 확대에 주목해야
나무를 교체하는 삼림 사이클 관점에서도 목재이용은 중요하다. 삼림은 CO2를 흡수해 온난화 방지에 공헌하지만, 나무도 나이가 들면 흡수력이 떨어진다. 목조 건물 보급을 제창하는 도쿄 해상 니치도 화재보험(Tokio Marine & Nichido Fire Insurance Co., Ltd.)의 스미 슈조 고문은 “전후 조성된 대규모 삼림이 노령기에 접어들고 있다. 탈탄소 사회 관점에서도 삼림 사이클은 필수적이다.”고 지적했다.
타카소 목공 빌딩의 구체적 건설비는 비공개이지만, 셸터 측에 따르면 일반적인 수준의 공실률을 상정했을 때 임대물건으로서 충분히 채산성이 확보되는 시산이라고 한다. “층고 및 폭이 제한적인 중소규모 건물의 경우엔 목조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줬다.”고 동사 간부는 보급 가능성에 긍정적 기대를 내비쳤다.
사회의 환경의식이 높아지며 목조 건물은 지금도 속속 착공에 들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요코하마 현 미나토초에는 대형 종합건설사인 오바야시구미가 2022년 3월 완공 예정으로 높이 44미터 순수 목조 건물(지하는 RC 1층, 지상은 목조 11층)을 건설 중이다. 그 밖에도 시미즈 건설은 도쿄 교바시 오피스 타운에 높이 56미터 목조 건물(지상 12층)을, 휴릭은 도쿄 긴자에 12층 목조 건물을, 미츠이 부동산은 높이 70미터의 국내 최고층 목조 건물(지상 17층) 건설을 현재 계획 중이다.
앞서 제시한 OECD 삼림비율 랭킹에서도 확인 가능하듯 한국 역시도 삼림 자원이 풍부한 국가이다(OECD 37개국 중 4위). 이번 해외시장뉴스에서는 일본 건축업계의 트렌드만을 소개했지만, 마찬가지로 풍부한 자국 목재자원을 활용하고 성장한 환경의식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한국에서도 목조건물 수요 확대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일본 임야청, NIKKEI 신문, NIKKEIX-tech, Shelter, archDaily.com 등의 자료 및 KOTRA 도쿄 무역관 자료를 종합해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