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 Global

美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웨딩 트렌드는?

- 미국, 작년 한 해 동안 쌓였던 ‘웨딩 니즈’ 올해 대폭발 -

- 웨딩 붐과 함께 의류 렌털 수요도 급증, 웨딩 어패럴뿐 아니라 다양한 관련 분야 전망 밝아 -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작년, 미국 내 수많은 산업 시장 및 업계가 입은 피해는 상당했다. 웨딩 업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팬데믹 초반 기나긴 록다운을 겪어야 했던 미국에서는 가까운 친구나 지인뿐만 아니라 함께 거주하지 않는 가족 구성원조차 서로 만나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보통, 당사자의 가족 친지들과 다수의 하객이 한정된 장소에 머물며 진행되는 웨딩의 특성상 ‘결혼식’은 코로나19 시대에 기피해야 할 가장 대표적인 이벤트가 되었다. 결혼식이 올 스톱되니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의 수요 역시 급감했고 결혼을 계획했던 커플들의 웨딩 니즈는 한 해 동안 쌓여만 갔다. 한편, 올해 초부터는 활발한 백신 보급 덕분에 팬데믹의 기승이 한풀 꺾이며 곳곳에서 각종 규제들도 완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미루고 미루었던 소중한 이벤트를 진행하려는 커플들의 웨딩 니즈가 올해 들어 폭발한 듯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웨딩 트렌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소비자들의 생활 및 활동 방식은 큰 변화를 겪었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뿐만 아니라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은 이미 필수로 자리 잡았으며, 백신 접종 여부를 떠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안전을 위해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다. 현시점에서 대다수의 강력한 규제는 많이 완화되었으나 아직도 대규모의 인원이 실내에 모이는 이벤트 등은 팬데믹 이전보다 확연히 줄어든 것 또한 사실이다. 미국 웨딩 분야 전문 매거진 Brides에 따르면, 코로나19 시대의 결혼식 역시 마찬가지로 점점 더 많은 커플들이 규모가 작고 친밀한(Intimate) 분위기의 형식적이지 않은 예식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웨딩 장소(Venue)로 야외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서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작년에는 특히 실내 영업이나 모임 등이 강력하게 규제된 바 있는데, 이에 따라 웨딩 시에도 비교적 환기가 용이한 야외를 선호하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공원이나 정원, 숲속, 해변에서부터 뒷마당, 발코니, 테라스, 루프톱에 이르기까지 야외 웨딩은 실내 예식장에서는 겪을 수 없었던 경험을 가능케 한다. 야외 장소가 주는 햇빛, 잔디, 나무, 파도 소리, 바람, 청명한 새 소리 등의 경험은 야외 웨딩만의 가치 있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특색 있는 야외에서의 웨딩은 특히 소규모 웨딩에 적합하며, 예식 행사를 더욱 특별하고 친밀하게 만들 수 있는 방식이기도해 많은 커플들이 꾸준히 선호하고 있다.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작년 당시, 외부 행사가 조심스러워 집 마당 등 사적인 야외 공간에서 소규모로 진행된 프라이빗 웨딩 방식 역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Brides는 분석했다.

 

해변, 정원 등 소규모 야외 웨딩 장소의 예

  

자료: Pixabay

 

페이스 투 페이스의 만남이 조심스러워짐과 더불어, 팬데믹 동안 비대면 화상 미팅에 익숙해진 덕분인지 웨딩 역시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으로 진행하는 사례도 늘었다. 라이브 스트리밍은 팬데믹의 여파로 많은 게스트를 초대하기 어려운 경우뿐만 아니라 가족 친지나 의미 있는 손님들이 웨딩에 직접 참석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상당히 적절한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이 웨딩 장소와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할 때, 직접 방문할 경제적 여건이 안 될 때, 건강상의 이유나 자가 격리 등의 사유로 외출이 어려울 때에도 이러한 기술 덕분에 소중한 웨딩 장면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웨딩 식사 트렌드 역시 변했다. 코로나19 안전 수칙 준수를 위해 식사 제공 방식 역시 상당히 조심스러워진 것이다. 여러 사람이 밀집해 원하는 음식을 직접 가져가는 뷔페 스타일이나 테이블 하나당 몇 종류의 요리를 공유하도록 제공되는 식사 연회는 이제 거의 자취를 감춘 듯하다. 팬데믹 이후에는 1인분으로 세팅된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 디저트 등을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 보편화됐으며 이 방식은 ‘비접촉·비대면’ 룰을 지킬 수 있는 동시에 서빙이나 준비에 있어서도 효율적이기에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웨딩 리셉션에서 빠질 수 없는 ‘드링크’의 제공 방식 역시 변했다. (Bar)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면 바텐더가 커스텀 드링크를 만들어 주는 전통적인 방식은 가급적 피하게 된 대신 1회분씩 준비된 간단한 칵테일이나 미니 사이즈의 샴페인 및 와인 등의 알코올 캔 음료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이 목격할 수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물이나 탄산수 등도 작은 용량의 일회용 병으로 제공하되, 해당 웨딩만을 위해 커스터마이즈한 라벨을 둘러 차별화한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웨딩 리셉션에 적합한 미니 사이즈 샴페인과 와인

   

자료: Wine.com(https://www.wine.com/) Target(https://www.target.com/)

 

웨딩 붐과 함께 수요 증가하는 ‘의류 렌털’ 시장

 

웨딩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웨딩 어패럴 분야에서는 다양성과 자유분방함이 점점 더 대두되고 있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웨딩 장소가 다양해지고 특히 야외 웨딩이 많아지면서 이벤트의 주인공인 신부와 신랑뿐만 아니라 들러리나 하객의 패션 역시 기존의 전통적인 스타일을 벗어나는 중이다. 가령 해변의 웨딩에서 무거운 드레스 슈즈나 높은 하이힐을 신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웨딩 방식 또한 전통적인 결혼식의 틀을 벗어나 자유롭고 사적인 분위기에 더 가까워지면서 틀에 박힌 웨딩드레스·턱시도·들러리 드레스·수트 등과는 점점 더 멀어지는 듯하다. 한편, 평생에 몇 번 입지 않을 웨딩 어패럴에 큰 비용 지출을 원치 않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매스마켓 의류 브랜드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웨딩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처럼 전통적인 웨딩 어패럴의 틀이 점차 깨지면서 웨딩 어패럴로 손색없는 다양한 의류를 빌려 입을 수 있는 의류 렌털 업계가 러브콜을 받고 있다. 무겁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웨딩드레스로 손색없이 입을 수 있는 드레스에서부터 다양한 종류의 턱시도, 들러리 드레스와 수트, 웨딩 게스트 룩까지 수많은 선택 옵션을 제공하는 의류 렌털 브랜드들은 올해 들어 급격히 증가한 소비자 수요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미국 패션 및 뷰티 업계 전문 매체 GLOSSY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인 의류 렌털 브랜드 ‘Rent the Runway’의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드레스 대여 건수는 매주 지속적으로 증가한 바 있으며, 해당 브랜드는 작년 말부터 충분한 재고 물량을 확보해 올가을과 겨울 웨딩 시즌에 대비하고 있다. 또 다른 의류 렌털 브랜드 ‘Nuuly’도 마찬가지로 팬데믹 이후 꾸준히 신규 회원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증가세는 올 말까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러한 수요 성장에 힘입은 덕분인지, 얼마 전 Rent the Runway는 의류 렌털 업계에서는 최초로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IPO)하기도 했다.

 

신부 드레스뿐 아니라 다양한 웨딩 게스트 룩을 제공하는 렌털 브랜드 ‘Rent the Runway’와 ‘Nuuly

  

자료: Rent The Runway(https://www.renttherunway.com/pdp/shop/bride/products)

Nuuly 웹사이트(https://www.nuuly.com/browse/party-planning)

 

신랑 혹은 들러리가 입을 수 있는 턱시도나 각종 수트를 대여하는 브랜드도 다양하다. 남성 포멀웨어(Formalwear) 전문 렌털 브랜드인 ‘The Black Tux’ 역시 재고를 넉넉히 준비하며 올해의 웨딩 붐에 대응하고 있다. 해당 브랜드의 CEO GLOSSY와의 인터뷰에서, 작년 말부터 재고를 늘리기 시작했으며 매주 단위로 새로운 재고를 채우고 있다고 밝혔다. 남성 의류 브랜드 Mens Wearhouse도 웨딩용 턱시도 및 수트 렌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높은 가격대로 인해 구매하기엔 부담스러운 웨딩 어패럴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대여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이 이러한 렌털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찾는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싶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패션 업계에 종사하는 H 전문가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부터 이어진 의류 소비자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꾸준히 높아짐에 따라 의류 렌털이나 리세일(Resale)에 대한 관심 역시 증가세다. H 전문가는 “이러한 트렌드가 웨딩 시장까지도 이어져,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익숙하지 않던 드레스나 턱시도 렌털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시사점

 

GLOSSY에서는 작년으로 계획했다 치르지 못한 웨딩 중 거의 50%가 올해 모두 치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거기다 팬데믹 여파로 일정을 미뤄, 원래부터 올해로 계획된 웨딩까지 고려해 보면 올해의 거대한 웨딩 붐이 예상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웨딩 트렌드가 점차 스탠더드로 자리 잡아가는 가운데 웨딩 어패럴뿐만 아니라 웨딩 장소, 웨딩 플래닝, 플라워 등의 웨딩 데코 관련 분야의 수요 역시 당분간 고공 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의 기준으로는, ‘화상통신 기술’이 웨딩 이벤트에 이토록 적절히 활용될지 그 누가 알았겠는가? 전통적인 웨딩과 비교해, 최근의 변화된 웨딩 트렌드에서 필요로 할 만한 분야와 시장은 이처럼 앞으로도 매우 무궁무진할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전통적인 웨딩 업계뿐만 아니라, 웨딩과는 거리가 멀 것만 같았던 각양각색의 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웨딩 트렌드와 변화된 소비자 니즈를 신속히 파악하고 염두에 둔다면 새로운 시장 모색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웨딩 어패럴 업계나 패션 업계에서는 최근 렌털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 사례와 ‘대여’를 익숙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소비자 트렌드 역시 적극적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자료: Brides, GLOSSY, KTLA5 News, Retail Dive, Wine.com, Target, Rent The Runway, Nuuly, The Black Tux, Mens Wearhouse, Pixabay, 그 외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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