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하는 혁신 산업
- 잇따른 자연재해로 지속가능성 관심 두드러져 –
- 생활 전반에 다양한 기후대응 솔루션 제공 기업 더욱 각광 받을 것 -
2021년 7월, 독일 서부 라인강변에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홍수 재난이 발생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라인란트팔츠주(Rheinland-Pfalz)의 아르바일러(Ahrweiler) 지역에서만 현재 110명 넘게 사망했으며, 근처 피해지역인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주까지 합하면 최소 170명 사망, 670명 부상 및 다수 실종으로 집계되었다. 재무부장관 올라프 숄츠(Olaf Scholz)는 피해 복구를 위해 30억 유로를 즉각적으로 배당했으며, 독일 보험업계는 지난 20년 내 가장 많은 보상금 지급액을 기록할 것이라 예상했다.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 또한 북미 일정을 마친 직후 피해 현장을 방문하였다. 그는 세계 2차대전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발생한 이번 홍수를 기후위기에 의한 재난으로 정의내리며, 기후위기와의 싸움에서 속도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홍수피해는 독일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주변 지역인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까지 영향을 미쳐 EU 정치인들은 기후위기를 더욱 중요한 정치적 논제로 상정해야함을 환기시켰다.
독일의 환경 관련 규제들 및 산업
2019년 12월, 폴란드를 제외한 EU 국가들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에 합의하였다. 하지만 독일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 for Future), 환경단체 분트(BUND), 그린피스(Greenpeace) 등이 현행법은 기후위기로부터 미래세대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고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2021년 4월 독일 헌법재판소는 구체적 감축 목표가 2030년까지 1990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5%이상으로만 설정되어 있어, 본 규정이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2030년 이후로 미루고 있으며 이후부터는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게 되어 필연적으로 다음 세대에게 책임을 미뤄 그들의 자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위헌으로 판결 내려진 기후보호법(Klimaschutzgesetz)은 입법 이후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2030년까지 1990년 기준 65% 감축, 탄소중립 달성 시기를 5년 앞당겨 2045년으로 설정하는 개정안이 승인되었다.
이에 독일은 사회, 경제 및 산업에 과감한 변화를 추진 중이며, 이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 디지털 혁신 등 다방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례로 독일 연방 정부의 탄소 배출 제로의 모빌리티 조성을 들 수 있다. 충전소 확장에 펀딩하여 전기 모빌리티 환경을 넓히고, 환경친화적인 연료를 이용한 고효율 항공기를 도입하고, 베를린의 모빌리티 법과 같이 자전거, 열차, 보행 등 친환경 교통수단을 확충하는 것이다.
이러한 독일 정부의 방침에 따라 산업 또한 지속가능성을 중요한 경영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500명 초과 기업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포함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해야하며, 또한 모든 금융회사는 투자와 상품 관련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시해야한다. 2020년 독일 스타트업 투자액 TOP10 중 3곳이 지속가능성을 기반에 둔 기업이며, 이들은 전기 항공기 스타트업 릴리움 항공(Lilium Aviation), 전기스쿠터 공유플랫폼 티어 모빌리티(Tier Mobility), 그리고 실내 스마트 파밍 스타트업 인팜(Infarm)이다. 대부분의 벤처 캐피털 및 엑셀러레이터들은 투자기업 선정 시 미래환경을 고려하는 산업을 조건으로 내세워, 앞으로 지속가능성 산업은 더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성은 여러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는데, 음식, 옷, 생활용품 등 그 범위가 매우 넓다. 그렇다면 현재 독일에서 기후위기를 고려하는 솔루션 제공 회사는 무엇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보자.
아보카도스토어(Avocadostore)
에코계의 아마존이라고도 불리는 아보카도스토어는 '에코 패션과 그린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온라인 상점이다. 함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보카도스토어는 2010년 설립되어 현재 독일 내 가장 큰 에코 온라인 상점이며, 2014년 오스트리아에도 진출했다. 현재 의류, 신발, 책, 유아용품 등 다양한 분야의 2천개의 브랜드의 20만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 중이다. 이들은 모두 아보카도스토어에서 정한 지속가능성 기준을 한 가지 이상 통과한 제품들이며,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유기농 원료 2) 공정무역 3) 오래 쓸만한 견고성 4) 재활용 가능 5) 독일 내 생산 6) 이산화탄소 절약 7) 자원 절약 8) 오염물질 배출감소 9) Cradle to Cradle* 10) 비건
*Cradle to Cradle(C2C)란 ‘요람에서 요람으로’라는 뜻으로, 사용한 제품을 완전히 재이용하여 폐기물을 0으로 만듦을 뜻한다.
소비자들은 제품이 위 10가지 중 어떤 기준을 충족하는지 파악 후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창업자인 미미 세발스키(Mimi Sewalski)는 이전에 식품에만 국한되었던 '유기농' 혹은 '공정무역'이란 단어가 이제 가구, 옷 등 다양한 분야로 전파되었고, 또한 사람들은 이런 제품들을 더 이상 비싼 사치품으로 여겨지지 않고 슈퍼에서 사과를 사듯이 이 제품이 어디에서 왔는지 쉽게 확인하고 구매한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지속가능성 제품의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요즘은 유명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정말 많은 상품들이 시장에 출시되었다.
아보카도스토어 홈페이지
자료: 아보카도스토어
미미는 구매층 또한 다양해졌다고 말한다. 공정무역 드레스를 사입는 유명인사, 에코 운동화를 신고 싶어하는 10대, 아기를 위한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는 부모님, 그리고 가죽의 대안 제품을 구매하려는 비건 등 지속가능성 제품을 찾는 여러 타겟층이 공존한다. 본사의 비지니스 모델은 파트너로부터 첫 등록비와 매달 월 정액제를 받는 멤버십 형태와 판매된 제품의 일정 부분을 청구하는 수수료 형태가 있다. 미미에 따르면 2010년 창립 때부터 본 회사는 지속적으로 성장해왔으며, 지난 몇 년간은 5~60%의 연 성장률을 보였다고 한다. 현재 약 40명의 직원이 연간 3~40만개의 제품을 판매하며, 2019년 판매액은 3천만 유로가 넘는다.
미미는 핵심 타겟층인 35~50세의 증가뿐만 아니라 18~25세의 젊은 층 또한 약 150% 증가했다며,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유행이나 틈새 시장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보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저서 『지금 바로 지속가능한 삶(원제: Nachhaltig leben jetzt)』에서 그녀는 지속가능성은 매우 광범위하고 복잡한 테마라며, 사람들이 압도당하지 않도록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한다고 말했다.
커피폼(Kaffeeform)
세계 3위 커피 소비국인 한국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53잔으로, 거의 매일 한 잔씩 마시는 수준이며 세계 평균 커피 소비량의 3배 가까이 된다. 그렇다면 이 많은 커피를 만들어내고 남은 커피 찌꺼기들은 어디로 갈까? 이들은 음식물 쓰레기가 아닌 생활폐기물로 분류되어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겨 일반 쓰레기로 처리된다. 서울시에서만 연간 배출되는 커피찌꺼기의 양은 5만 1천톤으로, 이를 모두 매립·소각하였을 때 발생하는 쓰레기종량제 봉투 값은 약 11억원에 달한다.
카페폼은 이러한 폐기물을 커피잔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2015년 베를린에서 본 스타트업을 시작한 율리안 레히너(Julian Lechner)와 그의 팀은 화학자, 공학자, 제품 디자인 전문가 등과 함께 3년간의 연구 끝에 로컬 카페에서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에 자연에서 추출한 접착물질을 더해 튼튼한 물성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6잔의 커피에서 나오는 커피 찌꺼기로 에스프레소 컵 한 잔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커피 찌꺼기로 만들어진 커피 잔
그는 사업과 관련해 가장 어려운 점을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라고 밝혔다. 사람들이 일상 속의 작은 행동을 인지하고, 자주 사용하는 사소한 물건에게 가치를 부여하도록 깨우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격이 비싸다는 비판에 그는 무엇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고급 세라믹 혹은 자기로 만들어진 잔들은 더 비싼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커피폼의 제품 품질 또한 1,5미터에서 떨어트려도 부서지지 않는 견고성 등 그에 뒤쳐지지 않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줄리안은 커피폼의 가장 큰 가치를 순환성(circularity)로 정의했다. 가치사슬(value chain)내에서 버려지는 요소를 가지고 지속가능한 튼튼한 물건으로 업사이클링*하여, 전체 구조에 새로운 가치를 더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제품들이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는 견고성뿐만 아니라,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는 생분해성을 지니고 있다며 제품의 탄생부터 처리까지 순환성을 깊이 고려한 흔적이 보였다.
*업사이클링이란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제품을 단순히 고치거나 재활용하여 다시 사용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더해 전혀 다른 제품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말한다.
커피폼의 커피잔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리고 불리는 레드닷어워드 재료(material) 부문에서 2018년 최우수(best of best) 제품을 수상하였다. 줄리안은 지속가능성과 좋은 디자인을 함께 추구하며, 지속가능성 제품도 깔끔하고 시크한 모양새와 실용적인 디자인을 가질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투굿투고(Too Good To Go)
유엔환경계획(UN Environment Programme)의 음식물쓰레기 지표보고서(Food Waste Index) 2021에 따르면, 2019년 배출된 음식물쓰레기 양은 약 9억 3100만톤에 달하며, 이는 음식 생산량의 약 17%를 차지한다. 이렇게 배출된 음식물쓰레기는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는 전 세계 쓰레기의 약 44%를 차지하며,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온실 가스 배출량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에 해당한다.
투굿투고는 브랜드 이름에서도 알수 있듯이 (”Too good to go: 떠나보내기엔 너무 좋은”) 이러한 음식물쓰레기 중 버려지기 전 식용가능한 음식을 구한다. 즉, 슈퍼마켓, 음식점, 카페 등에서 영업시간이 지난 후 팔지 못한 음식은 여전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도 버리기 마련인데, 투굿투고는 이를 저렴한 가격에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여 마감 후 남은 음식이 버려지지 않도록 한다. 이는 쓰레기로 될 수 있었던 음식을 판매하며 이익을 낼 수 있는 판매자, 정가보다 저렴하게 음식을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 그리고 쓰레기를 절감하여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2015년 5명에서 시작했던 투굿투고는 현재 독일, 프랑스, 영국 등 15개국의 약 5만개의 슈퍼마켓, 레스토랑, 호텔, 빵집과 파트너를 맺고, 4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큰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투굿투고의 포트폴리오는 매우 다양해서, 소비자들은 작은 로컬 카페 및 레스토랑에서 별미를 찾아먹을 수 있는 재미를 느낄 뿐 아니라, 독일의 가장 큰 슈퍼마켓 체인인 에데카(Edeka)와 유기농 상점인 알나투라(Alnatura), 베간즈(Veganz) 등에서 팔리지 않고 남은 식재료를 구입해 직접 요리를 해먹을 수도 있다.
투굿투고를 통해 식탁 위로 올라온 버려질 수 있었던 음식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굿투고는 플랫폼 사용료가 없다. 투굿투고의 CEO인 메테 리케(Mette Lykke)는 비지니스 모델을 “No Cure No Pay”이라고 말했다. 즉, 음식을 구할 수 없으면 이익 또한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투굿투고를 통해 버려지는 음식을 구할 때마다(리케는 이를 매직 백(Magic Bag)이라고 칭한다) 수수료를 징수한다. 정확한 수수료 비율은 알려진 바 없지만, 메테는 대부분 건당 1유로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이 매직 백을 4.5유로에 판매한다면, 그는 3.5유로의 이익을 가지게 되고 1유로는 투굿투고의 이익으로 정산되는 것이다.
투굿투고의 목표는 이익창출 너머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절감에 있기 때문에 사업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프랑스와 덴마크에서 그들은 “유통기한”으로 한정되어있는 라벨의 오해를 바로잡고자 제조업자들과 협업을 진행하였다. 유통기한은 상품에 시중에 유통, 판매될 수 있는 기한이며, 이는 실제 식품이 먹을 수 있는 기간인 소비기한보다 보통 짧게 설정되어있다. 이를 모르는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먹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쓰레기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해 유통기한의 라벨링을 달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투굿투고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수업과정에 맞는 음식물쓰레기 관련 교육자료 제공, 정부 정책 제언 등 음식물쓰레기 절감을 위한 다양한 운동을 기획, 실천하고 있다. 이렇게 지속가능성에 이념을 둔 투굿투고는 2021년 독일의 녹색경제에 이바지하는 스타트업에 주는 미래경제상(Next Economy Award)를 수상하였다.
베를린그린(BerlinGreen)
코로나19는 사람들의 물리적 이동에 제한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지구에 대한 인식도 변화시켰다. 친환경적인 삶, 자연과 가까이하는 삶에 우호적으로 다가가며 팬데믹 시기에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독일에서는 이미 슈레버가튼*으로 인해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이 매우 많지만, 정부의 팬데믹 대응 방안으로 외출 금지 혹은 반경 제한을 두며 주로 도시 외각에 위치하는 정원에 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에 사람들은 정원을 집 안으로 들여오기 시작했다.
*슈레버가튼이란 도시에 사는 아이들과 청년들의 건강을 위해 야외활동 촉진을 도모한 다니엘 슈레버(Daniel Schreber)의 이름을 딴, 아이들이 과일과 채소를 심고 뛰어놀 수 있는 정원에서 비롯되어 현재 도시정원 및 외곽의 농장 등을 가르킨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날씨 때문에 식물을 잘 가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베를린그린을 창업한 필립 바브르지니아크(Filip Wawrzyniak) 은 대부분의 날에 구름이 드리워진 베를린에서 살며 많은 식물들을 하늘나라로 보냈고, 스스로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집 주방에서 첫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그 후 토목공학을 공부한 친구 올가 블라작(Olga Blazak)과 함께 식물이 자라기에 적합한 환경을 연구하고, 대학교 및 기업들과 협업하며 베를린 팹랩(Fablab)에서 다양한 시제품을 만든 후 스마트 인도어 가드닝 기기인 그린박스를 고안해냈다.
그린박스 패키지는 그린박스, 파워어댑터, 그리고 8개의 씨앗과 건조배양토인 플랜트플러그(Plant Plug)로 이루어져있다. 씨앗을 넣은 플랜트플러그를 그린박스에 넣고 전원을 연결하면, 박스 내 부착되어있는 센서가 현재 식물의 상태를 측정하여 사용자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정보를 전송한다. 이를 통해 언제 물을 주어야 하는지, 재배가 가능한지를 알 수 있으며 박스에 부착되어있는 LED 전등에서 자동으로 필요한 빛이 방출되기 때문에 야외 날씨에 상관 없이 식물들을 적합환 환경에서 기를 수 있다.
그린박스와 어플리케이션
베를린에서 KOTRA 함부르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필립은 지속가능성을 회사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타사와의 차이점으로 꼽았다. 일례로 그는 대부분 인도어 가드닝 제품들이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를 주재료로 선택했으며, 그 외의 원재료 또한 독일과 동유럽 등 가까운 지역에서 수급한다. 그렇게 공급받은 재료들은 베를린 공장에서 직원들이 한 땀 한 땀 장인 정신으로 조립한다. 필립 또한 커피폼의 율리안과 마찬가지로 디자인을 중요시여겨, 그린박스는 2020년 독일 디자인 어워드에 후보로 올랐다.
아인혼(Einhorn)
아인혼은 지속가능성이 우리 생활 전반의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15년 베를린, 발데마르 자일러(Waldemar Zeiler)와 필립 지퍼(Philip Siefer)는 부끄러움 없이 보여줄 수 있는, 환경과 사회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멋진 콘돔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콘돔은 라텍스로 만들어졌으며, 이를 더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카세인이라는 동물성 성분을 사용한다. 그들은 생산과정에서 동물이 개입되지 않은 비건 콘돔을 만들고 싶었지만, 많은 라텍스 제조업자들은 그들을 거절했다. 전 세계 딱 하나의 업체만이 관심을 보였고, 반년 후 그들은 말레이시아로 날아갔다.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사람은 콘돔판매기를 개발한 에밀 리히터(Emil Licher)의 증손자인 클라우스 리히터(Klaus Richter)로, 그는 연 50만개의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수많은 실험을 거쳐 그들은 자연에서 카세인과 같은 윤활유 역할을 하는 성분을 찾아냈고 마침내 비건 콘돔을 만들 수 있었다. 머나먼 곳에서 믿을 만한 제조업자를 찾은 그들은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와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공정 무역을 거친 에코 콘돔을 생산하기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독일 내 콘돔 산업의 90% 이상은 빌리 보이(Billy Boy), 듀렉스(Durex), 그리고 리텍스(Ritex)가 선점하고 있다. 보통 콘돔을 생산하는 데에는 10센트도 들지 않지만, 개당 2유로 이상으로 팔리고 있으며 이익의 60% 이상은 도소매상에게 지급된다. 아인혼은 도소매상에게 쓰이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 판매를 실시했고, 대신 수익의 50%를 Fairsainability에 투자한다.
아인혼의 2020년 Fairstainability 리포트
Fairstainability란 Fair(공정무역)과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을 조합한 단어로, 아인혼의 회사 사명이기도 하다.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전 수명주기에 본 개념을 적용하여, 구체적으로는 원재료를 제공하는 생산자들에게 공정한 임금을 지급하고, 고무농장의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며, 플라스틱 포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한 재무정보를 포함한 회사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소비자들이 본인의 지출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도록 한다. 실제로 그들은 2017년부터 매년 Fairstainability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으며, 2020년의 경우 공정·지속가능성 관련 프로젝트에 311.018,33유로를 배당했으며, 이는 페미니즘 외교정책 센터에 기부, 사회변화를 위한 민주주의 페스티벌 개최, 지속가능성 연구 및 교육 등 다양한 활동에 쓰였다.
시사점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은 앞으로의 산업 전반에 더욱 더 중요한 위치에 자리잡을 것이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혁신 산업은 점점 더 커져나갈 것이다. 본문에서 사례로 제시한 독일의 다섯 기업과 같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현재 한국에서도 비건 가죽 및 화장품, 전기 모빌리티 등 이에 부합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이 있다면, 유럽 특히 기후위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은 독일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자료: affliatedeals, Ansbach Plus, Avocadostoer, BerlinGreen, BMWi, CLC, Clean Energy Wire, Deutsche Nachhaltigkeitspreis, deutsche startups, Einhorn, European Business, Foodservice, Handelsblatt, Kaffeeform, Tagesschau, Tagesspeigel, Too Good To Go, RESORTI, upsidedown trav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