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외국인 인재 고용 신규 규제 시행
- 말레이시아 정부, 코로나19로 인해 높아진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고용 신규 규제 발표 -
- 우리 진출 기업,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인재 채용 시 해당 규제에 대한 철저한 사전 숙지 필요 -
지난 2020년 10월 2일, 말레이시아 이민국(Expatriate Services Division, ESD)은 기업의 외국인 고용 절차의 신규 정책을 발표했다. 11월 1일부터 시행된 해당 정책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외국인 고용 비자(Employment Pass, EP)를 신청하려면 반드시 정부 일자리 주선 프로그램(Job Placement Program)에 등록하고 MYFutureJobs 포털에 구인 광고를 게재해야 한다.
말레이시아 이민국(ESD)의 발표는 코로나19의 확산과 이를 막으려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강력한 이동제한명령(Movement Control Order)으로 인해 높아진 자국민의 실업률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외국인 고용 절차에 번거로운 요건을 추가함으로써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는 일자리를 자국민에게 분배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높아진 말레이시아 실업률
말레이시아 실업률(2019.9-2020.8)
(단위: %)
자료: Tradingeconomics
말레이시아 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2020년 8월 실업률은 4.7%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월의 3.3%에 비해 1.4% 상승한 수치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대유행의 영향을 받아 말레이시아 고용 시장 또한 급격히 악화됐다. 올해 3, 4월부터 말레이시아 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실업률 또한 급상승해 4월 5%, 5월 5.3%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6월 들어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보였고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동제한명령(MCO)을 완화하면서 실업률 또한 소폭 낮아졌다. 6월에는 실업률 4.9%를 기록했으며 경제활동이 거의 정상화된 7, 8월에는 4.7%를 기록하는 등 고용 시장이 점차 회복됐다.
하지만 최근 말레이시아 내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실업률이 또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9월 중순부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했으며, 지난 10월 26일에는 1240명이라는 역대 최다 일일 확진자 수를 기록하는 등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상반기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강력한 이동제한명령(MCO)을 시행해 다른 주변 국가에 비해 성공적으로 대처했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당시 대부분의 기업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해 실업률을 포함한 각종 경제 지표는 악화됐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된 현 시점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으면서도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모습니다.
자국민의 높은 실업률을 해결해야 하는 말레이시아 정부
말레이시아 정부는 기업의 외국인 고용 신규 규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악화되고 있는 말레이시아인의 고용 문제를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시행하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는 일자리의 일부를 자국민에게 제공함으로써 눈에 띄게 높아진 실업률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말레이시아 인적자원부 장관 Datuk Seri M. Saravanan은 외국인 고용 신규 규제와 관련한 10월 29일 성명을 통해 “올해 약 30만 명의 졸업생들이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인데 얼어붙은 고용 시장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 힘든 시기에 자국민의 고용을 늘리기 위해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Saravanan 장관은 말레이시아인은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등 다인종으로 구성돼 있어 타문화와 언어에 친숙함을 가지고 있으며 현지 비즈니스 접점을 발굴할 때 이점이 있고 이런 부분은 기업이 사업을 아시아 지역으로 확장할 때도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말레이시아 정부는 자국민 고용 장려를 위한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국가경제회복계획(National Economic Recovery Plan, Penjana)의 일환으로 기업이 지역 인재를 채용하면 최대 6개월 동안 1인당 최대 RM 1000의 인센티브를 지급 받을 수 있다. 또한 5000개가 넘는 무료 강좌를 통해 현지 직원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
신규 규제 주요 내용
신규 규제에 따르면 기업이 외국인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MYFutureJobs 포털에 최소 30일간 구인 광고를 게재해야 한다. 공고 게재 종료 시점에 적합한 현지 인재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기업은 해당 직책에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다는 “신고서(Declaration Letter)”를 받을 수 있다. 이후 외국인 고용 비자(EP)를 신청하기 위한 절차인 FKWP(Foreign Knowledge Worker Projection)에 외국인 고용 신고서를 다른 서류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세부 절차는 아래와 같다.
a. MYFutureJobs에 고용주 정보 등록
b. MYFutureJobs에 최소 30일간 구인 공고 게재
c. 홈페이지에 등록한 구직자들 중 자동 매칭된 자 및 미등록한 구직자들 중 공고에 지원한 자의 이력서 제공
d. 고용주는 지원서 검토 후 (i) 최종 면접 대상자 선정 (ii) 면접 진행 (iii) 불합격 처리 혹은 (iv) 해당되는 경우 지원자 중 블랙리스트로 지정 가능. 면접은 공정한 절차로 진행되어야 하며, 지원자의 불합격 여부와 블랙리스트 지정 여부는 정당한 근거에 따라 진행돼야 함
e. 기업은 포텔 구인 공고 게재 외에도 해당 일자리를 공공에 알리기 위해 취업박람회 같은 행사에 참가하도록 요구받을 수 있음.
f. 구인 광고를 게재한 자리에 30일이 경과할 때까지 적합한 말레이시안 지원자를 찾지 못하면 고용주는 신고서(Declaration Letter) 발행을 신청할 수 있음. 해당 신고서는 (i) 고용주가 포털에 구인 공고를 게재한 사실과 (ii) 구인 공고에 기재된 일자리에 외국인 고용이 허가된다는 것을 입증함. 해당 레터는 3개월간 유효하며, FKWP 신청 시 제출할 서류들과 같이 제출해야 함.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말레이시아 정부는 위와 같은 신규 요건을 도입함으로써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실업률 상승에 대응하고 산업 전반에서 외국인 인재에 의존 비중을 줄이고자 한다. 해당 규제는 정부부처뿐 아니라 민간기업, 공기업 등 대부분의 경제 주체가 포함된다.
MYFutureJob 홈페이지
자료: MYFutureJob 홈페이지(https://www.myfuturejobs.gov.my/)
외국인 고용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외국인 인재 고용이 까다로워지면서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주말레이시아 미국 상공회의소(Amcham)는 10월 31일 성명을 통해 “이번 외국인 인재 고용에 대한 신규 규제는 말레이시아 경제 회복과 투자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고용 생태계까지 악화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대부분의 미국 기업이 총 인원 중 90% 이상을 현지인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인구 규모의 한계를 고려할 때 인재풀의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고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또한 미국 상공회의소는 해당 규제가 향후 글로벌 기업이 말레이시아 투자 여부를 고려할 때 큰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말레이시아 인적자원부 前장관 M Kula Segaran은 이번 규제는 ‘엄청난 실수’라는 의견을 표했다. M Kula Segaran 前장관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억제할 것이며,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고 신규 투자 기업이 줄어들어 신규 일자리 창출도 더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말레이시아 마켓교육센터(Center for Market Education, CME)의 Dr Carmelo Ferlito 대표 또한 이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에 힘을 실었다. Dr Carmelo Ferlito는 이번 규제는 개인정보보호와 사업 수행의 독립성 측면에서 심각 문제를 야기할 것이며 상당수의 글로벌 기업이 말레이시아에서 이탈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이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위해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개발하고 있는 현 시점에 이번의 조치는 국제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시사점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말레이시아에서도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특히 상반기에는 엄격한 이동제한명령(MCO)이 시행되면서 경제 활동이 거의 마비됐으며, 실업률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안정세로 접어든 7, 8월에는 경제 활동이 정상 가동됐으나 9월 중순 이후 재확산이 시작되면서 말레이시아 정부 또한 많은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국민의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외국인 고용 신규 규제는 우리 진출 기업 혹은 진출 희망 기업의 사업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기업은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 인재 채용 전에 신규 규제 및 절차를 정확하게 숙지해야 하며, 이전보다 채용에 소요되는 시간이 훨씬 오래 소요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공식 포털에 구인공고를 게재하는 등 채용 절차를 준수했더라도 구인 공고에 적합한 현지인 인재가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입증해야 한다.
이렇게 우리 기업을 포함한 현지에 진출한 외국 기업의 부담 증가가 예상되면서 외국 기업 사이에서 해당 규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형성되고 있다. 또한 상당수의 현지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말레이시아가 외국인 직접투자처로서 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꺽인 이후에도 말레이시아 정부가 해당 규제를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폐지하거나 변경할지 그 귀추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자료: Wong&Partners, 말레이시아 미국 상공회의소(Amcham), Malaymail, Malaysian Reserve, FMT News 등 현지언론 및 KOTRA 쿠알라룸푸르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