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물류창고 곳곳에서 활약 중인 로봇 작업자들
- 거스를 수 없는 새로운 물류방식 -
- 네덜란드 슈퍼와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심으로 확산 중 -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네덜란드 물류 산업
네덜란드는 오랫동안 물류산업의 세계적인 선두 주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정부의 9개 선도산업(Top Sector) 중 하나로 미래 전략산업으로서 지속 육성되고 있다. 물류산업의 직접적인 부가가치는 연간 550억 유로, 고용인원 81.3만명에 이르러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물류 산업에서도 슈퍼마켓 체인과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 물류 또는 스마트 창고라고도 불리는 물류 부문의 디지털화는 IoT, AI, 5G, 블록 체인, 로봇, AR 및 자율 주행 차와 같은 다양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한편, 세계 로봇 시장은 2018년 이후 연평균 약 13% 씩 증가해 2030년이면 900억 유로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물류 로봇의 활용 증가 전망도 확인해 볼 수 있다.
로봇 판매량 증가세 (2018-2030년)
(단위: 백만 유로)
자료: IDATE DigiWorld
물류 솔루션 제공 네덜란드 기업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요즘, 물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수많은 판매 채널의 다양한 주문 패턴을 익히며 수요가 몰리는 시기의 운영부담을 예측하는 등 보다 유연한 유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제품만 보관하는 개념에서 나아가 물품 입고, 보관, 출고의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스마트 물류창고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물류창고 내에서는 대표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자동 안내 차량(Automated Guided Vehicle, AGV) 또는 무인운반로봇들이 활용되고 있는데, 네덜란드 유로텍(EUROTEC)이 개발한 AGV인 ‘로우패드’는 높이가 12cm에 불과하지만 기동력이 커 활용성이 높다. 로우패드는 간단한 작업에서부터 매우 복잡한 공정을 아울러 지원할 수 있는 매우 광범위한 소프트웨어 층을 갖고 있는데, 로드 캐리어를 지정된 장소에서 다른 지정 장소로 운송하는 것과 같은 물류작업 뿐 아니라, 사람에게 부딪히지 않으면서 운반하는 보다 복잡하고 추상적인 작업도 가능하다. 로우 패드에는 기존 인프라를 변경할 필요없이 자율적 작동이 가능한 독립 구동 제어휠과 다기능 레이더 카메라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 이런 성능을 인정받아 2019 LOGISTICA전시회에서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UROTEC 로우패드 영상) www.youtube.com/watch?v=gotmwd6DrFg
로우 패드의 다양한 모델
자료: eurotec
주문받은 물품 찾아오고 소포 처리를 하는 비전 소프트웨어인 Fizyr도 소개한다. 2014 년 설립된 Fizyr는 델프트 기술대학(TU Delft)의 스핀오프 기업으로 물류 소프트웨어를 유지, 관리하고 원하는 물품을 인지해 찾아오는 자율 로봇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16년에 이미 아마존 물품 찾기 도전(Amazon picking challenge)에서 수상하고 2017년부터 AI 소프트웨어에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분류, 품질 관리, 계산, 선택 및 조작과 관련된 프로세스에 더 많은 이해와 자율적인 의사 결정을 추가하고 있다. Fizyr는 ABB, Autostore, MHS, Vanderlande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데, 2019 년 물류 자동화 회사인 Vanderlande는 자동 주문 픽업, 저장, 하역 및 적재 등의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Fizyr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Fizyr의 AI를 활용한 소포 픽업
자료: youtube
한편, 네덜란드 스타트업 에픽드라이브(Epic Drive)는 유통센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전기 바퀴를 개발했다. 이 바퀴를 사용하면 주문 피킹을 보다 빠르고 유연하며 인체 공학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업무 스트레스를 덜 수 있다. 바퀴의 비밀은 내장된 전기 모터인데, 이 바퀴가 달린 트롤리는 최대 500kg까지 무게를 낮춰 생산성을 높이고 직원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 준다. 기존 전동 바퀴와 가장 큰 차이점은 엔진에서 바퀴로의 변속이다. 변속이 점진적으로 이뤄져 카트가 더욱 부드럽게 움직여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바퀴는 자체 축에서 90도 회전이 가능해 카트가 옆 방향으로도 쉽게 움직일 수 있다. 이 바퀴는 네덜란드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네덜란드 주요 온라인 소매업체인 Wehkamp도 2019년 3월 신규 유통센터를 개장하면서 이 기술을 도입했다.
에픽 드라이브 제품
자료: epicdrive
스마트 창고 구축에 적극 뛰어든 네덜란드 기업들
네덜란드의 대형 슈퍼마켓은 스마트 창고구축에 집중하며 물류센터에서 로봇을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특히, 대형 슈퍼마켓 체인들은 2018 년부터 본격적으로 물류 자동화에 뛰어들었는데, 알버트 하인(Albert Heijn)을 선두로 스파(Spar), 윰보(Jumbo), 호오흐플리트(Hoogvliet), 플러스(Plus) 등이 뒤따르고 있다. 알버트 하인은 최초로 상온보관상품의 유통을 위해 기계화된 물류센터를 도입했다. 잔담(Zaandam)에 있는 유통센터에는 총 28개의 로봇과 57개의 AGV이 있어 롤컨테이너 선박을 도와주고 있다. 이러한 유통센터의 스마트화로 알버트 하인은 노동력 부족 문제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알버트 하인 유통센터
자료: logistiek
2015년 설립된 온라인 슈퍼마켓인 피크닉(Picnic)은 2018년까지만 해도 아인트호벤의 주문처리센터(Fulfillment Center, FC)의 주문 피킹, 롤 컨테이너 운송, 트럭 적재 작업 등 거의 대부분의 작업이 수동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피크닉의 작업 관리자는 기업의 성장단계에서는 수동 주문 픽업이 최선의 선택인 것으로 보였지만 2019년 위트레흐트(Utrecht)의 창고를 지을 때는 완전 자동화를 결정해 세계에서 가장 큰 스마트 창고로 탄생시켰다. 이 곳에는 피크닉이 특별히 개발한 100여개의 완전 자동 분류, 포장 및 분배 기계가 있다. 피크닉은 자체 로봇 전문가들을 두고 인공 지능을 사용하는 기술을 수년간 연구했으며, 창고 구축에 2억 5000만 유로의 자금을 투자했다.
네덜란드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화훼 분야에서도 물론 스마트 창고를 활용하고 있다. 꽃 포장 전문기업인 Dillewijn Zwapak은 물류 센터를 로봇이 있는 새로운 유통 센터로 탈바꿈시켰다. 회사는 알스미르(Aalsmeer)에 4개의 유통센터를 소유하고 있는데 가장 오래된 곳은 40년이 넘다 보니 수년간 설치해온 유통센터 옆 다수의 로프트들은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작업 동선을 야기했다. 이에 기업은 기존 3개의 유통센터를 하나로 통합하면서 물류센터의 자동화 수준을 높였다. 종이로 된 피킹 리스트, 주문품 픽업 작업자, 지게차는 사라지고 AVG, 자체 피킹 지게차, 리프트 박스들으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사실 이와 같은 광범위한 자동화를 선택한 이면에는 동유럽 노동자의 인건비 상승과 네덜란드의 노동력 부족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회사는 이제 노동시장의 변화에 덜 의존할 수 있게 되었다.
Dillewijn Zwapak의 유통 센터
자료: logistiek
세계적인 물류회사인 DHL역시 물류의 디지털화와 로봇화를 위한 혁신을 이끌고 있는데, 2019년 10월 2025년까지 디지털 및 로봇화에 20억 유로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술 발전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2년까지 영업이익이 50억 달러 이상 증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에는 창고 자동화와 로봇의 사용을 극대화하는 것과 물류 이동 경로 최적화를 위한 데이터 분석, 물량 예측 기술향상 등이 포함되어 있다. DHL은 하루동안 오고 가는 200~250개의 트럭을 살필 수 있는 하역장 100개를 갖춘 128,000㎡의 베링(Beringe) 물류창고를 스마트 창고 테스트 베드로 선택했다. 이 곳에서는 주문 피킹을 위한 스마트 안경, 시간당 최대 600개의 패키지를 처리할 수 있는 Robomotive의 픽업 로봇, 카트 이동을 위한 이동식 산업용 로봇인 MIR 로봇, 자율 주행 차량인 6 River Sysems 등이 활용되고 있다.
DHL 물류센터 로봇작업 모습
자료: dhl
온라인 쇼핑몰 웨의캄프(Wehkamp)는 2013~2015년에 걸쳐 1억 유로를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화 물류센터를 설립했다. 센터에는 48만개의 픽업 장소를 두고 468개의 셔틀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하루 19만 6천개, 연간 6600만개의 제품을 수거하고 있다. 제품은 오스트리아 Knapp사의 자동 보관 시스템인 ‘OSR Shuttle’을 통해 저장, 운반되는데 셔틀 시스템에는 28 개의 ‘Pick-it-Easy’ 워크스테이션이 연결되어 있다. 고객이 주문을 하면 ‘OSR Shuttle’은 창고 관리 소프트웨어 ‘KiSoft’로부터 주문을 받아 물품이 든 컨테이너를 ‘Pick-it-Easy’ 워크 스테이션 중 하나로 전달한다. 직원은 워크스테이션에서 주문품을 수동으로 채우는데, 특수설계 덕분에 6 개의 주문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인체공학적인 상품 대 개인 작업 방식과 빠른 셔틀 시스템을 결합하여 Wehkamp는 시간당 최대 12,300 개의 품목을 피킹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주문 접수를 위해 더 이상 창고까지 먼 거리를 걷지 않아도 되어 직원의 부담을 줄였다. 완전 자동화된 시스템 덕분에 Wehkamp는 30분 이내에 선적을 준비해 당일 자정 이전의 주문은 다음 날 익일 배송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OSR 셔틀과 워크 스테이션 작업 모습
자료: knapp
향후 전망
최근 코로나 발생으로 인해 물류 노동력 부족과 관리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더욱 효율적으로 일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도 코로나 확산에 따른 정부 봉쇄조치 이후 전자 상거래 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많은 업체들이 늘어나는 주문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한동안 배송지연 등이 초래되기도 했다.
브라반트주 개발청(BOM)의 외국인 투자 및 국제 무역 이사 E. Brinkhoff 는 이러한 코로나 사태 이 후 나타날 물류 분야의 변화에 대한 KOTRA 암스테르담무역관의 질문에 향후 더 많은 물류 기업들이 스마트창고 설비와 물류로봇에 투자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일부에서 물류 부문의 디지털화가 느리게 진행된다고 보는 데 동의하지 않으며, 높은 수준의 자동화가 이뤄진 로테르담 항구를 예로 들었다. 그는 당분간 소규모 지역 운송업체가 이러한 디지털 설비 구축에 따른 비용으로 인해 디지털화에 뒤쳐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술 투자는 필수적이라고 내다봤다.
자료: logistiek.nl, dpdhl.com, eurotec.com, epicdrive.com, wehkamp.nl, dhl.com, knapp.com, topsectorlogistiek.nl, bits-chips.nl, supplychainmovement.com, vanderlande.com, nieuwsbladtransport.nl, digimagazine.logistiek.nl, think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