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디지털 유로화(Digital Euro)도입 추진
- 디지털전환·민간 가상화폐 확대로 인해 디지털유로(Digital Euro)도입 앞당겨질 전망 -
- 2021년 여름, 유럽중앙은행(ECB) 디지털유로 도입추진여부 결정 -
화상회의가 보편화되고 전자상거래가 급증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결제수단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비교적 현금 사용률이 높았던 유럽지역에서도 코로나19기간 동안 신용카드·전자결제 이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중앙은행에 따르면, 2020년 4월 한 달간 현금에서 신용카드·전자이용결제로 결제습관을 변경한 독일소비자는 25%에서 43%로 18%p증가했으며 이 중 68%는 카드·전자결제방식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전 세계 각국 중앙은행 주도의 ‘디지털 화폐’개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유럽중앙은행(ECB)는 2020년 10월 ‘디지털유로(Digital Euro)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으며 2021년 여름 내 디지털유로 추진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유럽경제통합동맹(EMU)의 단일통화인 유로화가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인지 알아보자.
디지털화폐의 특징
디지털화폐는 정확히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tial currency)는 현금·예치금과 마찬가지로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화폐의 한 형태이다. 국가의 법정화폐에 1:1로 고정되며, 원(KRW)·달러(USD)·유로(EUR)로 불리는 실물화폐를 디지털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서 2021년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중앙은행 86%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을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며 이들 대다수가 블록체인·분산원장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기반으로 한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비트코인 등 민간 암호화화폐는 가격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지불수단이나 회계단위(unit of account)로 사용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화폐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설정한다는 점이 민간 암호화화폐와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유로(Digital Euro) 도입배경
2019년 6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SNS)기업 페이스북이 자체 가상화폐인 리브라(Libra)발행계획을 공식발표했다. 페이스북의 이러한 행보는 전 세계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의 위기의식을 촉발하여 디지털화폐에 대한 논의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다. 페이스북은 최근 가상화폐 형태를 통화바스켓(basket of currencies)이 아닌 미달러화에 연동*되는 방식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명칭 또한 디엠(Diem)으로 변경한 바 있다.
주*: 가격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정화폐에 가치를 고정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를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라 함.
유럽금융규제당국들은 전 세계 27억 명의 회원을 거느린 페이스북이 기존 고객층을 활용하여 자체 가상화폐 이용을 빠르게 확대하고 이를 실물화폐 가치와 연동한다면 민간기업이 자금의 흐름을 장악하고 정부의 금융관리감독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음을 지적했다. 프랑스 재무장관 브루노 르 메르는 빅테크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자사 가상화폐를 결합할 경우 개인정보의 오용·경쟁왜곡·교차보조(cross subsidization)뿐만 아니라 금융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럽중앙은행 역시 유럽 역외에서 운영하는 가상화폐로 의존도가 높아진다면 유로화의 통화주권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디지털유로 도입이 가속화 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디지털전환 전문연구기업인 Transforma Insights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약 240억 개의 장치가 사물인터넷(IoT)에 연결되며 유럽연합은 이 중 24%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광범위하게 디지털화된 경제에서 화폐는 개인·기업·은행 간에서 원활하게 발행되고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사물인터넷·사물통신(M2M; machine to machine) 결제, 사용량에 따른 지불모델(pay-per-use model) 등 결제방식이 디지털화됨에 따라 이에 걸맞은 디지털 결제수단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독일 연방 재무장관 올라프 숄츠는 2021년 4월 유로존재무장관회의(Euro group)에서 유럽은 단일통화주권을 유지하기 위해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지불수단이 필요하다며 디지털유로 도입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촉구했다.
디지털유로(Digital Euro) 도입 관련 주요 쟁점
앞서 설명한 배경 외에도 디지털유로의 지지자들은 금융의 수용성(Financial Inclusion)을 도입근거로 강조한다. 금융의 수용성이란 개인이나 기업이 안전하고 편리한 지불수단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금융은 변화하는 금융환경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디지털유로는 현금과 달리 대량의 화폐를 발행하고 보유하는데 비용이 들지 않아 화폐관리비용 절감되며, 디지털 결제수단 특성상 익명성 유지에 어려움이 있어 자금세탁·테러자금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디지털유로의 가능성 이면에는 그에 따른 해결과제도 산적해있다. 먼저, 디지털유로 도입 초기에 유럽 시민들이 자산을 모두 디지털유로로 보유하려고 할 경우 무질서한 예금 이체와 운영으로 막대한 재정적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은 보유 가능한 디지털유로 금액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금융계좌의 이용이 감소하면서 시중은행 존폐위기를 우려하는 입장도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는 디지털유로의 유통·운영방식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중앙은행은 디지털유로보고서에서 △유럽중앙은행이 디지털유로를 직접 발행하고 관리하는 방식과 △유럽중앙은행은 발행만 담당하되 운영은 중개기관에 맡기는 방식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유럽중앙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기존 예금업무는 축소되겠지만 금융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전자지갑(digital wallet,디지털 화폐를 담아두는 지갑기능을 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디지털유로 생태계(ecosystem)에서 새로운 역할과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유로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3개월간 진행된 공청회에 참가한 응답자의 41%는 결제의 프라이버시를 가장 큰 우려사항으로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보안(17%)·범유럽통용가능성(10%)등이 제기되었다.
유럽중앙은행 이사회 임원이자 디지털유로 도입추진 테스크포스(Task Force) 의장 파비오 파네타는 2021년 1월 공청회 결과 발표회에서 개인정보로 취할 수 있는 상업적 이익과 연관이 없는 공기관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야말로 전자결제 시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보호는 현대 민주주의와 유럽이 추구하는 가치의 핵심요소임을 강조하며 디지털 유로는 이러한 바탕을 근거로 구출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의 강화는 바꿔 말하면 자금세탁·테러자금방지에 취약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유럽중앙은행은 익명바우처(Anonymity voucher)발급이나 거래 시 사용자 신원확인 필요성과 기술적 장치 등 여러가지 대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상호절충안 마련을 위해 많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유로(Digital Euro) 도입 동향
그렇다면, 디지털유로는 언제 어떠한 모습으로 도입될 것인가?
유럽중앙은행은 2020년 10월 ‘디지털유로(Digital Euro)보고서’를 발표하고 3개월간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온라인 공청회를 실시했다. 보고서에는 디지털유로의 개념과 발행주체, 법·기술·정책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도입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한 내용이 담겨있다.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시행된 공청회에는 8,221명의 유럽시민·기업·산업단체들이 참가하여 의견을 제출했다.
2021년 1월 19일 EU집행위는 디지털유로도입 가능성 검토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표명하고 유럽중앙은행과 테스크포스(TF)를 결성했다. 유럽중앙은행과 회원국 중앙은행은 디지털 유로의 △접근성, △강건성(robustness), △안전성, △효율성 △개인정보보호 및 법률준수 등과 같은 기본 요건을 정립했다. 유럽중앙은행은 앞서 발간한 보고서와 의견수렴결과를 참고하여 디지털유로의 혜택 및 위험요소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도입 타당성에 대해 논의를 이어갈 것이다. 또 민간 결제시스템과 상호 운용되도록 하여 지불형태의 다양성을 지원하고 범EU차원의 디지털유로 통용 가능성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2021년 여름 내 디지털유로 도입 추진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시사점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20년 1월 국제결제은행(BIS)이 디지털화폐 테스크포스(TF)를 마련한데 이어 카리브해의 섬국가 바하마에서는 2020년 10월 세계최초로 디지털 화폐 샌드달러(Sand dollar)를 발행하였다. 일본에서도 2020년 10월 디지털화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고 디지털화폐도입 선진국으로 평가되는 중국은 2021년 4월 디지털 위안화 시범운영 지역을 11개 도시로 확대했다.
디지털유로의 경우 타당성 검토를 거치고 법적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실제 도입 착수까지 최소 18개월에서 최대 3, 4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디지털 결제수단의 효율성과 중앙은행 화폐의 안전성을 결합한 것으로 보다 안전하고 빠르고 쉬운 지불수단이 될 것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가별로 자체 디지털화폐 도입을 가속화함에 따라 국가 간 거래방식을 어떻게 설정해 나가야할지 화두로 떠오르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세계 금융환경도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료: 유럽중앙은행(ECB), EU집행위, 현지언론 및 KOTRA 브뤼셀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