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중소기업, 개인 사업체의 디지털 전환
- 호주 정부의 집중 투자, 비즈니스 환경과 글로벌 시장의 온라인·디지털화로 디지털 전환 가속화 -
- 디지털 기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해 시너지 발생 -
2018년 ANZ 은행의 “The Digital Economy: Transforming Australian Businesses”에 따르면, 호주 중소기업 56%가 그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툴을 사업에 적용시키는 데 회의적이며 디지털 툴을 사용할 수 있는 인력과 여건을 갖추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호주 정부가 주도적으로 인터넷 및 모바일 인프라를 개선시켜 왔고 코로나19로 인한 기업활동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대거 옮겨가면서 호주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사업 운영에 도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호주 기업들은 산업 분야별 적합한 디지털 기술을 선택·적용하고 있는데 농축산, 건설, 소매유통에서 개인 사업자의 서비스업에 이르기 까지 그 적용 범위가 넓다. 2021년 Telstra와 PwC에 따르면 호주 내 확산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은 2025년까지 호주 경제에 약 900억 호주 달러의 가치를 더할 것이며 25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 기업들에 디지털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환경변화
호주 정부에서 장기간 추진해 온 NBN 광통신망 프로젝트 및 지역 통신인프라 구축 프로젝트가 완료단계에 이르면서 호주의 인터넷, 모바일 통신 인프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가 소외된 변두리 지역과 계층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실행되면서 호주 총인구 2575만 명 중 2020년 기준 호주의 인터넷 보급률은 88%에 달하며 호주인의 60%가 4개 이상의 인터넷 연결 디바이스를 소유하고 90%는 모바일폰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등 모바일 이용률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로 전자상거래 및 온라인상 비대면 비즈니스 활동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2020년 9월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호주 기업들의 1/3은 코로나로 달라진 비즈니스 환경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봤으며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직원들의 재택근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보통신 인프라 개선 및 코로나로 인한 디지털 기술 활용이 가속화된 것 외에 호주 정부는 부가가치 창출 및 국가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디지털 산업으로의 전환을 지속 추진해왔다. 호주 정부는 2020/2021년 예산안을 통해 70억 호주 달러 이상을 호주의 디지털 경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그 일환으로 2020년 9월 호주 총리 스콧 모리슨은 8억 호주 달러 규모의 디지털 비즈니스 플랜을 발표했다. 농업, 금융 서비스, 제조, 광산업, 물류 5개 분야에 5G 통신의 우선 보급 등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며 전반적인 비즈니스 환경의 디지털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할 예정이다. 디지털 신원 시스템을 구축해 법인 설립 및 등록 과정상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키고 기업들의 임금 지급, 인보이스 발행, 세금 지불 등을 전자화하고 동시에 기업들의 사이버 보안 강화를 위해 소프트웨어 설치 등을 장려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2020년 12월 싱가포르와 호주-싱가포르 디지털 경제협정을 체결하고 양국 간 FTA의 전자상거래 조항을 업그레이드했다. 이로써 전자형태의 무역서류 교환 시스템을 구축, 화물 수송 및 통관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킬 수 있게 됐고 핀테크, 전자결제 시스템, 전자 인보이스, 디지털 ID 등도 도입될 예정이다. 호주 정부의 이러한 디지털 교역 환경 마련은 호주의 중소기업들이 해외시장을 진출하는 데 있어서 디지털 전환을 도입할 수 있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호주 중소기업, 일반 자영업자들의 디지털 전환 사례
MYOB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호주 내 중소기업은 전체 고용주의 44%를 차지하고 GDP에의 기여는 57%에 이른다. 이들 중 디지털 전환을 적극 수용한 기업들의 수익은 50%가량 성장하고 직원 1인당 수익도 60%가량 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Alpha & Beta에 따르면 호주의 디지털 기술 전문기업들의 90%가 중소기업이다. 이들이 개발한 디지털 상품과 기술, 서비스를 다른 분야의 중소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에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호주 내 다양한 분야의 중소기업들, 개인사업자가 디지털 전환을 활용하고 있는 사례들을 아래와 같이 살펴보고 우리 중소기업들이 차용할 만한 아이디어는 없는지 알아봤다.
(사례) 무료 안전점검앱으로 작업 안전성 및 효율성을 향상시킨 안전점검 서비스 업체
Sunshine Crane Repairs사는 소규모 지역 사업체로 퀸즐랜드주, 선샤인 코스트에서 유일하게 크레인 안전점검을 전문으로하는 업체이다. 제공하는 서비스 자체가 높은 고도에 설치된 크레인에 올라가 노트와 펜, 카메라 등을 짊어지고 개보수가 필요한 부분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작업이다. 크레인 위에서 작업한 내용은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서류작업 및 사진 정리를 한 뒤 전송하는 후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작업시간은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리곤 했다.
경영자 Donald Kempf 씨는 항시 안전 위협과 시간소요가 뒤따르는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고자 호주 SafetyCulture사가 2004년 개발한 iAuditor앱을 도입했다. Donald 씨는 휴대용 모바일 기기에 iAuditor 앱을 설치한 뒤에도 이전과 같이 높은 장소에서 작업해야 하는 것은 똑같지만 여러 사무용품을 몸에 지니고 올라갈 필요가 없어졌다. 모바일 기기에 장착된 앱으로 사진 촬영, 내용 기록, 이전 작업의 확인 등이 가능하고 정확한 위치를 모바일 맵에서 GPS를 활용해 표시하거나 클라이언트에게 즉석에서 데이터 및 보고서를 전송할 수 있게 됐다.
해당 앱 도입 이후, 작업 시간은 단 몇 분으로 단축됐고 취합한 데이터 분석 및 처리가 쉬워져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향상됨에 따라 소규모 건설업체에서부터 대형 광산업체들까지 고객 층을 확장할 수 있었다.
모바일 앱을 활용해 안전점검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
자료: SafetyCulture
Sunshine Crane Repairs사의 Donald Kempf씨가 “내가 다운로드 받은 앱 중에서 최고”라고 말하는 iAuditor는 무료로 다운로드가능한 모바일 앱이다. 호주 스타트업 SafetyCulture사가 2004년 론칭한 앱으로 현재 전 세계 80개국 2만5000여 개사가 사용 중이며 SatetyCulture사는 전 세계 5개 지사를 두고 320명의 직원들을 거느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례) 디지털 마케팅에서 클라우드, 사이버 보안 강화까지 디지털 전환 이뤄 고객과 신용, 모두 얻은 배관업체
Water Tight은 2010년 사업을 시작한 호주 캔버라의 배관, 배수, 가스 설치 전문업체다. 대표 Tom Martin씨는 엔지니어링 전공 및 실습을 마친 뒤 수리 전문업체를 차리면서 배관공도 디지털 시대의 흐름에 뒤쳐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Water Tight사는 전문 서비스 작업관리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고 웹사이트를 사용자인 고객 중심으로 만들었다. 고객들은 웹상에서 서비스를 신청하고 무료 견적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이러한 모든 정보는 업체의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작업 시간 및 내용을 산출해 현장에서 작업하는 데에 직접 활용된다. 클라우드에 모든 정보가 저장돼 하드웨어에 문제가 생겨도 데이터를 잃어버릴 일이 없다.
웹상에서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은 10% 할인을 적용받고 견적 및 수리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 Water Tight사의 서비스를 더욱 신뢰할 수 있다. 직원들은 현장 작업 내용을 모바일을 통해 전송하고 이러한 모든 데이터가 축적돼 서비스 개선 및 사업 운영에 활용된다.
웹사이트상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도입
자료: Water Tight
내부에서는 일반 운영 및 관리업무에서도 여러 디지털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전체 회의에서는 직원들의 모바일 앱 및 기기 사용을 점검, 논의해 사용하는 툴의 업데이트가 잘 돼 있는지 직원들 간 디지털 툴 사용에 어려움은 없는지 관리한다. Tom 씨는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적합한 디지털 툴을 여러모로 시도하는 데에 비용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러한 시도와 도입이 결국에는 관리비용을 줄여주고 사업 운영을 더 쉽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제 배관공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 시대이다.”라며 디지털 기술을 더욱 더 활용해 10년 후 회사 규모를 2배로 키우고 기본적인 운영관리에 비용과 시간을 더욱 줄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웹사이트, 소셜네트워크, 유투브 등을 적극 활용하는 Water Tight사
자료: Water Tight
최근 이 업체가 주력하는 것은 사이버보안으로 2020년 들어서 호주 정부 및 지자체가 강조하는 중소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과 일치한다. Water Tight사는 외부 전문가를 통해 컨설팅받는 등 노력을 통해 2단계 신원보호, 바이러스 차단 소프트웨어 등을 설치했고 직원들 대상으로 고객정보 관리, 모바일 기기 관리 전략 등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호주 시사프로그램에서는 고객들에게 바가지요금을 부과하고 실력 없는 배관 수리 업체들이 심심치 않게 소개돼 왔는데 Water Tight은 배관 수리 업체도 디지털 전환을 활용하고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얼마든지 혁신적인 사업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례) 인건비 높은 호주, 호주 스타트업 Deputy의 HR앱 도입해 관리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있는 호주 요식업체
호주 요식업계에서 종사하는 대부분의 피고용인은 비정규직(Casual)이다. 일반 정규직, 파트타임직보다 시간당 임금은 높지만 근무 시간 및 일정이 가변적이다. 이 때문에 호주 요식업장들의 직원 관리는 쉽지 않다.
호주의 스페인 디저트 체인점 San Churro는 Deputy 사용으로 인력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별도 직원 채용이 필요 없어져 연간 130,000 호주 달러의 관리비가 절약됐다고 밝혔다. San Churro의 대표 Giro Maurici는 처음에는 엑셀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어 직원들의 스케줄을 관리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지점이 30곳, 50곳으로 늘어나면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표현한다. 직원 수가 수백 명으로 늘어난 것도 문제였지만 각 매장으로 근무 스케줄을 전달하고 캐주얼 직원들의 일정, 교육 관리, 인건비 관리 등이 불가능했다.
Deputy 도입 이후부터는 근무 스케줄 표, 시간기록부 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개별적으로 보낼 필요도 없어졌다. 전체 공지, 직원 대상 교육자료 송부에서 스케줄 관리는 물론이고 임금 지급 및 관리까지 가능해졌다.
Deputy 앱의 활용모습
자료: Deputy
호주 스타트업 Deputy는 이러한 니즈를 간파해 2008년 론칭된 인력관리 전용 앱이다. 2021년 현재 전 세계 약 70개국 165,000개의 사업체에서 사용되는 Deputy는 인력관리에 효율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앱으로서 호주 내 여러 요식업장들이 수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했고 요식업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종과 규모의 기업들이 애용하고 있다.
호주 중소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얻는 혜택
호주 중소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얻고 있는 혜택은 5가지다.
먼저, 새로운 사업체 설립을 쉽게 하고 있다. 이제 실제 매장 없이 온라인 결제 구축, 웹 개발을 통해 온라인상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스타트업 및 개인 사업체 설립이 가능해졌다. 두 번째로 디지털 플랫폼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중소기업 및 개인 사업체들이 웹디자인, 결제 시스템 도입, 법률, 회계, 프로젝트 관리, 물류 및 마케팅 등의 지원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세 번째로 스타트업, 중소기업들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거나 해외 고객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그 예로 중소기업들에 새로운 판매, 마케팅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네 번째로 디지털 기술 자체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돼 10년 전에는 없던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중소기업들이 탄생하고 있다. 앱 개발, 블록체인 기술 전문, 디지털 미디어, 핀테크 기업 등이 그 예이다. 마지막으로 온라인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으로 기업과 기업, 고객, 공급자, 신규 인재, 정보에 낮은 비용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우리 중소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에 시사하는 바
호주 정부와 현지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침체된 호주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에 중소기업들의 혁신과 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디지털 전환이 필수라고 말한다. 각종 연관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보급되면서 에너지, 통신 사용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정부의 적극적인 디지털 공공서비스 제공 및 규제 완화는 기업들이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
특히, 호주의 디지털 기술분야 스타트업들과 중소기업들 간 협력관계를 눈여겨 볼 만하다. 스타트업들은 중소기업들에 저비용으로 디지털 기술 적용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디지털 상품에 대한 테스트 판매가 가능하고 중소기업들은 부담없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사업 운영에 적용해 본격적인 도입과 사용 이전에 기대효과를 예측해 볼 수 있다. 디지털 프로그램 또는 기술을 적극 도입했는데 이후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사업체들은 호주 정부의 'Small Business Digital Champions'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호주 중소업체 100곳을 선정해 디지털 전환을 위한 지원금을 제공해주고 이후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에 '디지털 멘토'를 연결해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이며 이러한 디지털 멘토로 중·소규모의 디지털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참여한다. 호주 정부, 산업계, 규모를 떠나 다양한 업체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호주의 디지털 전환 생태계가 형성돼가고 있다.
앞서 살펴본 호주 중소업체들의 디지털 전환 도입 후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이다. 디지털 인프라로 따지면 우리나라는 호주보다 앞서있다. 우리 수출기업들도 우리 정부와 산학연계 등 '팀워크'를 적극 활용해 디지털 전환시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자료: 호주 산업부, 호주 재무부, 호주 통계청, ANZ, Telstra, PwC, MYOB, Alphabeta, 각 사 홈페이지 몇 현지 언론, KOTRA 시드니 무역관 인터뷰 및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