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냉동의 시대, 커지는 미국 난임 관련 시장
- 남성 생식력 측정 및 정자 냉동보관 수요 확대 -
- 스타트업과 키트 경제가 트렌드 주도 -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창업자인 39세 사드 아램씨는 얼마전 신체 검사를 통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80세 남성 수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기를 갖고 싶어하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지금은 일에 몰두하고 싶은 그는 늦기 전에 생식력을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에 총 5개 기업을 통해 여러 곳에 정자를 냉동 보관했다.
월스트릿저널은 최근 아램씨의 사례를 소개하며 현대 남성의 생식기능 저하와 이에 따른 생식력 보존에 높아진 관심도를 보도했다. 남성을 겨냥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의 등장과 정자수 감소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남성의 생식력 측정과 정자 냉동보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떠오른 사회적 과제, 남성 생식력 보존
여성과 마찬가지로 미국인 남성도 과거에 비해 결혼과 자녀 계획 시기를 늦추고 있다. 성인이 되면 가정을 꾸리는 것이 우선시 되던 과거와 달리 사회∙경제적 여건이 변화하고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세대의 특성이 결혼과 출산에도 반영되고 있다. 미 센서스 조사결과 1960년 22.8세 였던 미국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020년에는 30.5세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에 발표된 스탠포드의대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남성이 첫 자녀를 낳는 연령은 1972년 27세에서 2015년 30.9세로 높아졌으며, 같은 기간 미국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중 아버지 연령이 40세 이상인 비율은 4.1%에서 8.9%로 증가했다.
1890~2020년 미국 남녀 평균 초혼 연령
자료 : U.S. Census Bureau, (그래픽)Brides Magazine
남성의 생식 능력도 과거에 비해 저하됐다. 환경오염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화학물질 노출 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남성의 정자수가 급감했다. 뉴욕 마운트 사이나이 메디컬 센터의 샨나 H. 스완 박사가 2017년 발표한 4만 2,000명 대상 정액 샘플 메타분석 결과, 1973~2011년 사이 서구권 남성의 정자수는 52% 감소했다. 밀리리터당 9900만이었던 정자수는 약 40년 사이 4700만으로 줄었다. 정자수 4000만 미만은 난임인 ‘생식능력저하(subfertile)’로 진단한다. 스완 박사는 월스트릿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생식력 감소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프라임 시기로 보는 35세 이전에 자녀 계획이 없다면 정자를 채취해 보관하는 것이 유일한 생식력 보존 방법이라고 밝혔다.
첨단기술과 키트(Kit) 경제가 키우는 남성 생식력 보존 시장
여성 중심의 난임 시장이 남성 고객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남성의 생식력 보존 수요 확대와 더불어 첨단기술의 발전, 키트 경제가 급부상하면서다. 미국에서 대부분 남성의 생식력 측정은 배우자 혹은 파트너와 가족계획을 세우고, 임신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여성과 함께 병원을 방문해 혈액검사와 정액검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몇 년 사이 남성을 타겟으로 한 생식력 보존 스타트업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생식력 측정과 보존의 문턱이 낮아졌다. 키트를 활용해 병원 방문없이 가정에서 쉽고 빠르게 생식력을 측정해보고 정자 냉동보관 신청까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017년 설립된 남성 생식력 보존 디지털 클리닉 스타트업인 레가시(Legacy)는 지난 4월 벤처캐피탈로부터 1000만 달러의 시리즈 A1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화제를 모았다. 2018년 설립된 대디(Dadi) 역시 남성을 대상으로 생식력 분석과 정자 냉동보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총 7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남성 생식력 보존 시장에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도를 증명했다.
남성 소비자는 최소 200달러 정도를 투자해 집으로 배달된 키트로 자신의 생식력을 측정해보고, 전문가와 원격상담을 통해 생식력 보존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정액채취부터 정자 냉동보관까지 모든 과정에서 따로 시간을 내, 문밖을 나서 병원을 방문할 필요는 없다.
미국 주요 남성 생식력 측정 키트 및 정자 냉동 서비스 제공 스타트업
제품명 |
특징 |
레가시(Legacy) |
- (가격) 195~3,995달러 - 키트 구입 후 우편으로 배달되는 키트에 정액을 채취해 실험실로 보내는 방식으로 키트 구입부터 생식력 분석보고서를 받고 냉동보관하는 데까지 이틀 소요(주말∙공휴일 제외) - 정액양, 정자수, 정자농도, 정자운동성, 정자형태 등을 분석해 개인의 생식력을 확인할 수 있는 보고서 제공 - 정자 DNA 테스트(390달러)를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비정상 정자의 비율을 알 수 있음. - 제공되는 키트 개수와 정자 냉동보관 여부, 냉동 보관 기간 등에 따라 다양한 플랜 제공 - 필요에 따라 전문가와 상담 가능 |
대디(Dadi) |
- (가격) 199~599달러 - 키트 구입 후 우편으로 배달되는 키트에 정액을 채취해 실험실로 보내는 방식이며, 모든 플랜에 1년 무료 정자 냉동보관 서비스 제공 - 48시간 안에 생식력 측정 결과 보고서와 현미경으로 관찰한 정자의 모습을 비디오 파일로 제작해 이메일로 전송 - 간호사가 정액분석 결과를 설명해주고 상태에 따라 다음 단계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음. |
주 : 가격은 구매 키트 개수와 정자 DNA테스트, 정자 냉동 보관 기간 등 플랜에 따라 가격 상이
자료 : 각 사 홈페이지
향후 전망 및 시사점
그 동안 여성에 집중됐던 가임력 보존과 성공적인 임신을 위한 서비스 타겟이 남성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환경적 변화와 가족보다 개인중심적인 세대의 특성적 요인 등으로 결혼과 출산이 늦어짐에 따라 성별에 관계 없이 생식력의 보존과 향상을 추구하는 퍼틸리티(Fertility) 산업의 수요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퍼틸리티 기업 투자도 크게 증가했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한해 동안 9300만 달러였던 퍼틸리티 관련 스타트업 대상 VC투자는 올해 1억 7600만 달러(2021년 10월 15일 기준)로 무려 89% 급증했다. VC펌 A사 관계자는 “인구통계학적 자료와 정자수 감소 등 여러가지 통계를 볼 때 퍼틸리티 산업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기술을 앞세운 스타트업 기업들이 난임 치료와 가임력, 생식력 보존의 장벽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원의 복지 향상을 위한 생식력 보존 지원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2014년 애플과 페이스북이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난자 냉동보관 비용을 지원해준 것을 시작으로 2021년 현재 난자냉동, 시험관시술, 남성 난임치료와 기타 자녀계획 지원을 포함한 ‘퍼틸리티 베네핏’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생식력 보존과 난임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직원의 생산성 제고를 위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각종 혜택을 제공함에 따라 미국의 퍼틸리티 산업의 시장 기회는 더욱 확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식력 측정과 정자 혹은 난자 냉동보관을 넘어 온라인 기업에 DNA 분석 의뢰 등이 허용되는 미국 시장의 성장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리기업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자료 : Human Reproduction, Wall Street Journal, Crunchbase News, Pitchbook, U.S. Census Bureau, Brides Magazine, Mobihealthnews, Rock Health 및 KOTRA 뉴욕 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