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외식업 전문가들의 뉴노멀 전망 ‘Stay Open’
- 외식업은 호주인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고 있는 업종 중 하나, 코로나19로 업계 실업률 30% 이상 -
- 종사자들과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전방위적인 디지털 마케팅과 회복 탄력성을 갖추는 것이 핵심 -
호주의 외식업계는 이른바 ‘Foodie(새로운 메뉴, 새로이 문 연 레스토랑을 찾아가 경험하기를 즐기고 이를 사진, 동영상으로 담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집단)’ 문화가 확산되면서 지난 5년간 꾸준한 성장을 보여왔다. 특히, 인종의 다양성과 문화의 융합으로 호주 한 나라에서 유럽, 아시아, 중동, 미주 등 전 세계 대표음식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호주인들에게 아침에 테이크 아웃한 커피, 금요일 저녁 찾는 펍(Pub)에서의 맥주, 늦은 오후 오페라 하우스 근처나 해변가에서 즐기는 칵테일, 특별한 날 뿐만 아니라 새로 연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는 미식 경험은 중요한 일상의 단면이다.
코로나19는 이 모든 것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정부의 봉쇄 시행으로 전국의 까페, 펍, 바, 레스토랑들은 단 며칠만에 영업을 중단했고 해당 산업 종사자들은 하루 아침에 휴직 또는 실직자가 되었다.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크고 그 타격이 클 것을 예상한 호주 정부는 즉각 외식업의 생존유지를 위한 지원들을 쏟아냈다. 고용주 대상으로 일자리유지 보조금제(Jobkeeper, 고용주가 주당 750 호주달러를 고용인에게 지급하면 정부가 이를 지원해주는 제도), 임대 계약 지원, 현금성 지원 등을 실시했다. 2015년 기준으로 외식업계 종사자는 77만여명, 호주 내 큰 고용규모의 산업 중 하나이지만 코로나19로 지난 5월기준으로 전체의 30.8%가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인 대다수가 워킹홀리데이 등 임시 비자 소지자이거나 캐주얼직(호주의 비정규직을 일컫는데 정규직보다 시간당 임금이 높지만 고용이 불안정한 형태)으로 1년이상 같은 업장에서 근무하지 않았다면 일자리유지 보조금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문을 닫는 외식업체들이 생겨나면서 이들은 다른 생계수단을 찾는 등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2월과 5월간, 업종별 고용 유지 여부
주: 예술, 공연업계와 함께 외식, 숙박업 종사자들 30%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자료 : 호주 통계청
호주의 외식업계는 코로나19를 이겨내고 다시 회생할 수 있을까.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7월9일부터 다시 봉쇄에 들어간 빅토리아주의 외식업체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는가. 운영을 재개한 다른 주들의 외식업체들은 어떻게 운영방식을 바꾸었을까. 7월15일, 호주의 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개최한 웨비나 ‘The Road to Recovery’ 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호주 외식업에 대한 전망을 들어보고 그 희망을 엿보고자 한다.
호주 외식업 웨비나 'Road to recovery'
자료 : 시드니무역관 촬영
호주 외식업체들의 코로나19 생존 전략 - Stay connect
Q. 코로나19 기간 동안 호주의 외식업체들은 어떻게 견디어 왔는가 |
A1. 일단 문을 잘 닫는 것부터 시작했다. 쌓여진 재고 등은 처분하거나 함께 일했던 팀원들에게 나누어 주고 다함께 다시 문을 열었을 때를 고대하며 업장을 정리하고 청소했다. 그리고 나서는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직원들을 챙겼다. 캐주얼직, 임시 비자를 소지하고 있는 직원들을 어떻게하면 더 도울 수 있을지 생각했으며 업계 사람들과 협력해서 최대한의 유용한 정보라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테이크 아웃과 가정 배달을 고안해 고객들에게 우리 레스토랑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전달할 수 있도록 발빠르게 움직였다. 관리직 이상들은 자주 모여 앞으로의 전략과 계획을 세우기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사실 이전에는 바빠서 재쳐 두었던 사항들을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어 좋은 기회라고 여기고 있다.
(Andy Mullins - Director, Sand Hill Road) |
A2. 록다운 기간동안 우리의 바(Bar)가 위치한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근처는 그야말로 유령 마을과도 같았다. 해외 관광객들과 주변 직장인들이 주 고객이었기 때문에 더욱 피해가 큰 상황이다. 우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중에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판매하고 온라인 요리 컨테스트를 개최하는 등 고객들의 관심을 유지하고자 했다. 현재 다시 운영을 재개했고 예약 문의도 늘고 있으나 대다수 회사들이 아직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해외 관광객 유입이 없어 아직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하였다. 그나마 주중에는 거주 지역 중심으로 움직이던 시민들이 주말에는 오랜 시간 방문하지 못했던 서큘러키 지역으로 나오면서 우리 업장을 이용해 주고 있다. 당분간은 이러한 로컬 고객들이 우리의 주 고객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ennifer Russell - Group General Manager, W. Short Hospitality) |
A3. 시드니 중심부에서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우리 업장의 경우,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이어갔으며 가장 큰 지지가 되어주고 있다. 소셜미디어 뿐만 아니라 자주 업장에 나와 그 동안 정리하고 수리하지 못했던 부분을 손보고 했었는데 우연히 마주친 주민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안타까움을 표현해주는 것이 상당히 힘이 되었다. 지역사회 내 사람들간 이러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고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Stephen J Hunt - Managing Director, Hunt Hospitality International) |
Q. 다시 코로나19가 확산된 빅토리아주, 멜버른의 외식업계 상황은 어떠한가 |
A. 한 마디로 절망적(Devastating)인 상황이다.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업계 종사자들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레스토랑, 바 등이 다시 운영하기만을 기다려왔고 그것을 이루어냈는데 정말 아쉽다. 주변 사업자들은 두 번째 록다운이 시작되고서 과연 올해 말까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 연락을 이어가며 여전히 운영 재개를 희망하고 이를 준비해나가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시작한 테이크아웃, 가정배달 역시 계속 진행하고 있다. 현재 6주간의 록다운이라고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해갈 지 예상하기 어렵다. 정부의 Jobkeeper 제도가 두 달뒤에 종료되면 업계는 더욱 생존하기 어려워 질 것이기에 정부가 관련 지원을 이어가기만을 바란다. 수개월, 수년동안 함께 일했던 팀원들이 결국 떠나야 하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Andy Mullins - Director, Sand Hill Road) |
시드니 한국 모던 레스토랑의 DIY 패키지
주: 시드니 서리힐(Surry Hills)에 위치한 Sang by Mabasa는 백김치, 떡볶이, 족발 등의 메뉴를 DIY 패키지로 개발해 판매
자료: Sang by Mabasa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외식업계의 뉴노멀 전략 – Be creative, be resilient
Q. 코로나19 록다운 해제 후 운영을 재개한 외식업계의 변화는 무엇인가? |
A1. 록다운 기간동안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실험해보면서 레스토랑의 내부 구조, 동선, 가구들의 배치, 서비스 흐름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민했다. 고객의 걱정과 두려움을 최소화 시키면서도 최고의 다이닝 경험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가 최대 과제이다. 여러 업장을 보유하고 있는 외식기업으로서는 어떤 곳을 먼저 재오픈해야 하는 지 결정해야 했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예상 방문 고객군이다. 록다운 해제 후 외부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부류는 20, 30대의 젊은 층으로 해당 층을 주 고객으로 하는 곳을 우선적으로 오픈했다. 현재 고객들은 대체로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새롭게 바뀐 내부 공간에 대해 테이블 간 간격이 넓고 소음이 낮아져 더욱 편하게그 시간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Jennifer Russell - Group General Manager, W. Short Hospitality) |
A2. 다시 운영을 재개한 레스토랑들의 주요 특징은 온라인 예약제, 코스 메뉴, 레스토랑 내 여러 방역시행을 들 수 있다. 첫째, 레스토랑들이 100% 온라인 예약 손님만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운영을 위해 필요한 직원수, 음식 재료 구입비 등 여러 요소를 예측할 수 있어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두 번째로 최근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은 기존 메뉴의 가짓수를 줄이거나 대표 음식들을 선정한 코스 메뉴 한가지만 판매하고 있다. 정부 지침에 따라 1테이블당 2시간으로 머무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원하는 음식을 메뉴에서 고르는 예전의 방식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주방의 쉐프들에게도 조리 시간 및 과정을 단축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마지막으로 레스토랑 곳곳의 고객들 접점은 반복적으로 소독제로 닦아내고 손소독제를 여러개 배치하는 등 기본적인 방역 활동을 지켜나가고 있다.
(Judith Hurley - General Manager, Gerard's Bistro) |
A3. 언제 바뀔 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의사결정이 신중해졌으며 빨라졌다. 다시 문을 열 때에도 수지타산을 고려해 정부가 손님을 50명에서 100명까지 허용했을 때를 기다렸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금전적인 리스크 뿐만 아니라 일하는 직원들과 고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해외의 외식업계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도 살펴보고 같은 업계 종사자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바라고 있으며 올 해 연말 여름이 그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정부의 지원이 지속되고 일자리와 경기가 나아진다면 성수기 시즌에 조금의 회복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Hamish Watts - Co-founder, Applejack Hospitality) |
Q. 컨설팅 업체가 제안하는 외식업체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 |
A1. 먼저 위기 상황이 닥친 즉시 재정 관련 주체들과 빠르게 연락을 취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건물주, 은행, 회계사 등에 현 상황을 알리고 받을 수 있는 지원을 최대한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또한 이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향후 업체들이 다시 문을 열었을 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재고관리에 힘쓰고 비용 지출을 어느 때보다 면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통해 최대한 유동 현금 및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와의 협력도 중요하겠다. 이번 정부의 일자리 유지 보조금은 호주 외식업 고용주들에게 상당한 지원이 되었으며 어떻게든 추가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지만 업체들은 이러한 정부 지원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19 관련 정부의 지침을 철저히 따라야 한다. 노던 준주의 경우 바(Bar) 내 게임 머신 사이사이마다 아크릴 장막을 설치함으로써 현실적인 사회적 거리 유지 방법을 고안했다. 당장의 수익때문에 지켜야 하는 규칙을 어겨 벌금을 지불하는 일은 없어야 겠다. 고객들과의 소통 면에서 외식업체들은 어떤 수단으로든 고객들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를 통해 레스토랑의 분위기, 음식, 쉐프 등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상기시키고 사진 및 동영상을 통해 이를 전달하는 것이다. 여러 업체들이 시행한 온라인 주문, 가정 배달 역시 대체 방안으로서 효과적이다.
(Morgan Kelly - Partner Restructuring Services, KPMG) |
A2. 외식업계는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외식과 관련한 고객들의 소비 행동 변화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되었으며 특히 이러한 채널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나날이 중요해져 가고 있다. 웹사이트 및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컨텐츠를 관리해야 하고 여러 채널로 전달하는 메시지, 이야기와 고객들의 예상 경험을 일관되게 디자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성행하고 있는 테이크아웃과 가정으로의 음식 배달을 통해서 전달되는 고객들의 예상 경험에서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 결과를 트랙킹(Tracking)해야 한다. 각종 매체들을 통해 전달된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는 곧 고객들의 주문량, 업장의 방문 여부 및 빈도일 것이다. 이를 분석해 위기에 대응하고 보다 효과적인 전략 수립에 활용해야 한다. 경기침체기의 투자는 경기회복후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에 외식업체들이 이 힘든 시기를 재투자의 시간으로 극복한다면 희망이 있다.
(Trish Barry - Managing Director, Mastermind Consulting) |
앉은 테이블에서 주문과 결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QR코드 시스템
자료 : ordermate
호주 외식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식음료를 매개로 사람과 소통하는 그 시간을 그리워하고 있다. 봉쇄기간 동안 호주의 쉐프들은 자신들만의 요리 노하우 등을 소재로 가정에서 동영상을 제작해 공유하기도 하고 제빵, 제과, 요리를 해 이를 소규모로 판매하기도 했다. 고객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레스토랑의 홈배달 메뉴를 주문해 식탁을 정성껏 차리고 즐기는 모습을 공유하며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외식업체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어느 산업보다도 역동적인 외식업은 생존을 위한 적응을 빠르게 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분명 뉴노멀 외식문화는 코로나19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다. “Stay safe”라고 말하는 직원들에게 사람들은 “Stay open”으로 화답하고 있는 모습에서 호주 뿐만 아니라 전세계 외식업의 회생을 희망해 본다.
자료: Redback Conferencing and Webinars Services, 호주 통계청, 호주 외식협회, 호주 호텔리어협회, Sang by Mabasa, ordermate, 시드니무역관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