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 안 좋다’고 전쟁 끝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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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3 11:29
우크라이나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무조건 장기전이라고 봄..
우크라이나 힘내
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56/0011225642?sid=101
전례없는 제재의 결과 분명 러시아는 국가 부도 위기로 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전쟁이 끝날 기미는 없습니다.
그 사이 세계는 ①스테그플레이션이나 ② 글로벌 금융 ‘시스템 리스크’의 고조로 위협받습니다. ③ 세계화 질서의 구조가 바뀔 위험도 있습니다.
러시아의 행위는 물론 용서받을 수 없지만, 제재 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적 해법 모색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여전히 많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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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중에 분명해진 것... '거대한 판단착오'
아무도 러시아의 지정학적 도발이 단순 승리로 귀결될 것으로 전망하지 않습니다. '초반 3~4일에 끝날 줄 알고 시작한 전쟁이 길어지고 있다, 러시아 병참 지원이 무너졌다, 인명과 병력피해가 크다'는 외신 보도가 쏟아집니다. 사실 아래 영상 하나면 상황 설명은 끝납니다.
점령했다고 알려진 도시에서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러시아 탱크에 올라서는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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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시, 트위터 업로드 영상
'이겨도 지배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 결말이 어찌 되건, 이 전쟁은 거대한 판단 착오로 기록될 겁니다.
거대한 대가도 치를 겁니다. 국가 부도는 그 한 시나리오입니다. 3월 16일을 지목하기도 하고, 3주를 못 넘긴다고도 하고, 4월이 고비라는 얘기도 합니다.
어리석은 역사로 기록될 겁니다. 역사적으로도 '푸틴이 정말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일지'에 대한 질문은 두고두고 소환될 겁니다. 이 과정에서 서방과 선진국 대부분이 똘똘 뭉쳐 시행한 경제 제재는 '정의구현'의 한 예로 등장하겠죠.
■ 그런데, 제재는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나?
하지만 러시아가 지금 침략을 멈출 것 같지 않습니다. 탱크를 돌려 본국으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푸틴은 때때로 제재에 화내긴 하지만, 여전히 망설임이 없습니다. 세계가 똘똘 뭉쳐 시행한 제재가 국가 부도를 불러올 정도로 강력하다는데 말입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제재 자체에 전쟁을 막거나 멈추게 하는 힘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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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조금 바꿔서 '제재가 더 나은 세계를 만들었느냐?'를 묻는다면, 역사적으로 전혀 다른 답이 도출될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세계 정치-경제에 예상치 못한 악순환의 소용돌이를 몰고 올지도 모릅니다. 이 기사에선 바로 이런 측면에서 '러시아 국가 부도의 날'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살펴보려 합니다.
■ 러시아 부도 넘어 ① 세계는 스태그플레이션 초입
미국의 블링컨 국무장관은 연일 러시아 원유 수출 통제를 언급합니다. 러시아를 더 압박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국제 원자재, 상품 가격은 폭등합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가 심각한 충격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경제적 결과는 이미 매우 심각하다, 밀과 기타 곡물을 포함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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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원자재 지표는 상징적입니다.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 지수가 지난주, 48년 만에 최고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48년 전이면 74년입니다. 오일쇼크 당시입니다. S&P 골드만삭스 원자재 지수는 52년 만의 최고 주간 상승률입니다.
우리 증시를 포함해 7일 아시아 증시가 동반 급락했습니다. 우리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27원까지 치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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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불확실하지만, 만약 앞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온다면 3월 7일은 그 시작을 알리는 날일 수 있습니다. 원자재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실질임금은 줄고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던 오일쇼크가 반세기 만에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단 겁니다.
사실 제재를 강화할 때부터 이런 사태는 예견됐습니다. 푸틴이 아프긴 하겠지만, 제재하는 쪽도 아플 거라는 거죠. 코로나 위기 대응과정에서 '돈푸는' 응급 처방으로 회복한 환자 '세계 경제'는 여전히 체질이 허약하기 때문입니다.
한때 푸틴의 '마리오네트 인형'으로 불리던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유럽은 곧 가스 가격이 3배 뛴 ‘멋진 신세계’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조롱했습니다.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우울한 조롱입니다.
■ 국제 상품시장에서 '대체불가 존재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러시아의 존재감 때문입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국제 상품시장에서 러시아의 존재감을 단적으로 이렇게 정리합니다. '러시아는 전 세계 구리 공급의 1/4, 가스와 곡물 밀은 18~19%, 원유 12%,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소 니켈 7%, 알루미늄 6%를 점유한다'
그래서 러시아 없는 세계에는 스테그플레이션이 찾아올 가능성이 훨씬 커집니다.
물론 러시아국민들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이 커지겠지만, (달러당 1,200원대인 원·달러 환율이 5,000원에 육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이폰은 500만 원, 테슬라 모델3은 1억이 넘을 겁니다.) 권위주의 정부의 수장 푸틴에게 이는 감당 가능한 일입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만든 그래픽 하나가 눈에 띄어 가져와 봤습니다. 외환보유고 변화 추이 그래프인데, 우선 2014년에 비해 현격히 늘어난 전체 외환보유고 인상적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줄어든 달러 자산 의존도입니다.
그에 맞춰 금 보유량(전부 다 러시아 국내에 있습니다)을 늘렸고, 갑자기 등장해 달러만큼 많아진 위안화 자산도 보입니다. 러시아는 치밀히 준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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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부도 넘어 ② 글로벌 금융 '시스템 리스크'↑
1998년에 러시아는 디폴트를 선언합니다. 국가 부도, 구소련 붕괴 이후 아직 정신 못차린 상태이던 러시아의 몰락이었죠. 그 유탄으로 미국에 금융위기가 발생할 뻔한 건 아시나요?
이른바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입니다. 러시아 투자 손실이 5조 원에 달했는데, 단순히 이 캐피털사 하나만 파산한 게 아니었습니다. 미국 금융시장에 쓰나미가 몰아닥쳐도 주가가 폭락합니다. 금융당국이 개입해 금융위기 때처럼 구제금융을 실행하고 나서야 겨우 수습되죠.
'시스템 리스크'에 의한 금융충격을 겨우 막은 겁니다.
같은 일이 반복될 조짐이 보입니다. 아직 러시아는 국가 부도 전인데도 러시아에 투자한 헤지펀드들은 비명을 지릅니다. 영국 런던의 헤지펀드 파로 매니지먼트사가 이미 러시아 국채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단 외신 보도가 나옵니다. 유럽에서 특히 피해가 극심할 겁니다.
러시아가 실제 국가 부도를 내면, 세계 금융의 시스템 리스크 역시 함께 커진단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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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 러시아 부도 넘어 ③국제질서·달러 시스템 도전받을 것
하지만 이 제재가 장기적으로 낳을 현상은 더 거대해질 수 있습니다. 중국이 지금 사태를 겪으며 무엇을 배울까요? 서방의 결제망 스위프트를 장기적으로 탈피해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번 굳히게 되었을 겁니다. 중러 밀월도 강화됩니다. 1~2월 중국의 대러 수출은 40% 넘게 늘었습니다.
제재 효과가 나타나게 하려면 '장기적으로' 계속돼야 합니다. 전쟁의 결과가 러시아의 승리라면, 보복 차원에서도 제재는 지속 되어야 합니다.
그 말은 제재가 러시아를 세계화의 무대에서 강제로 퇴출시킨단 얘기가 됩니다. 인류는 역사에서 러시아만큼 큰 나라를 이런 식으로 대해본 적이 없습니다.
미국 코넬 대학교의 경제 제재 전문가 니콜라스 멀더는 그래서 이코노미스트지 기고문을 통해 우려합니다. 제재는 수술실의 날카로운 칼 '메스'가 아니란 얘깁니다. 다양한 후폭풍과 악순환을 불러오는데, 그 가운데 제일은 '세계화'라는 판의 구조변동입니다.
제재가 영구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불만인 국가는 물론 민간 기업 등 세계화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인센티브를 바꾸고, 의사 결정 구조도 바꿀 수 있습니다.
만약 달러 중심의 국제 무역 질서가 도전받고, 그 결과 약화 되거나 끝난다면 가장 치명적인 결과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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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만 버티면" vs "초반에 끝장을 봐야!"
니콜러스 멀더는 '지금의 경제 제재는 더 말할 나위 없이 가혹하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겠지만, 제재 초반의 치명적 위험이 지나간다면, 이후 얼마간 저성장이나 역성장의 시기가 올 것'이라고 봅니다.
풀이하면 러시아가 초반만 버티면 제재 효과는 점점 약해진단 얘깁니다. 그래서 세계는 초반 제재 수위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동시다발적인 제재에 나서고, 또 미국은 추가로 원유 등에 대한 에너지 제재까지 압박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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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러시아는 버티기입니다. 이란모델이 유력합니다. 2012년과 18년 지금의 러시아와 유사한 제재에 당면한 이란은 통화 위기는 겪었지만, 결국 10년째 살아남아 있습니다. 폐쇄적인 상태로 안정화하는 겁니다.
게다가 러시아는 훨씬 크고 강한 나라입니다. 자급자족 준비도 했습니다. 무역에서 배제되고 중국을 제외하면 돕는 나라가 없어진다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살아남아 미국과 서방 너머의 질서를 추구하겠죠.
그래서 제재 앞의 러시아는 더 필사적으로 전쟁에서 이기려 합니다. 경제 후퇴를 감수한 도발이니 정치적 목적만은 달성해야 정권 유지가 가능해질거란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물론 '이겼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에 대한 목표치는 바뀔 수 있습니다. 개전 초기 자신감 넘칠 때보다는 후퇴할 겁니다. '러시아의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러나 멈추지는 않을 겁니다. 러시아는 더 거칠어지고, 피해는 더 커질 거란 관측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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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기 어려운 러시아의 행태 앞에서도, 여전히 제재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현실주의 정치·경제학자들이 적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들은 제재와 함께 정치적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서영민 (seo0177@gmail.com)
우크라이나 힘내
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56/0011225642?sid=101
전례없는 제재의 결과 분명 러시아는 국가 부도 위기로 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전쟁이 끝날 기미는 없습니다.
그 사이 세계는 ①스테그플레이션이나 ② 글로벌 금융 ‘시스템 리스크’의 고조로 위협받습니다. ③ 세계화 질서의 구조가 바뀔 위험도 있습니다.
러시아의 행위는 물론 용서받을 수 없지만, 제재 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적 해법 모색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여전히 많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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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중에 분명해진 것... '거대한 판단착오'
아무도 러시아의 지정학적 도발이 단순 승리로 귀결될 것으로 전망하지 않습니다. '초반 3~4일에 끝날 줄 알고 시작한 전쟁이 길어지고 있다, 러시아 병참 지원이 무너졌다, 인명과 병력피해가 크다'는 외신 보도가 쏟아집니다. 사실 아래 영상 하나면 상황 설명은 끝납니다.
점령했다고 알려진 도시에서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러시아 탱크에 올라서는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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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시, 트위터 업로드 영상
'이겨도 지배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 결말이 어찌 되건, 이 전쟁은 거대한 판단 착오로 기록될 겁니다.
거대한 대가도 치를 겁니다. 국가 부도는 그 한 시나리오입니다. 3월 16일을 지목하기도 하고, 3주를 못 넘긴다고도 하고, 4월이 고비라는 얘기도 합니다.
어리석은 역사로 기록될 겁니다. 역사적으로도 '푸틴이 정말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일지'에 대한 질문은 두고두고 소환될 겁니다. 이 과정에서 서방과 선진국 대부분이 똘똘 뭉쳐 시행한 경제 제재는 '정의구현'의 한 예로 등장하겠죠.
■ 그런데, 제재는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나?
하지만 러시아가 지금 침략을 멈출 것 같지 않습니다. 탱크를 돌려 본국으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푸틴은 때때로 제재에 화내긴 하지만, 여전히 망설임이 없습니다. 세계가 똘똘 뭉쳐 시행한 제재가 국가 부도를 불러올 정도로 강력하다는데 말입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제재 자체에 전쟁을 막거나 멈추게 하는 힘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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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조금 바꿔서 '제재가 더 나은 세계를 만들었느냐?'를 묻는다면, 역사적으로 전혀 다른 답이 도출될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세계 정치-경제에 예상치 못한 악순환의 소용돌이를 몰고 올지도 모릅니다. 이 기사에선 바로 이런 측면에서 '러시아 국가 부도의 날'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살펴보려 합니다.
■ 러시아 부도 넘어 ① 세계는 스태그플레이션 초입
미국의 블링컨 국무장관은 연일 러시아 원유 수출 통제를 언급합니다. 러시아를 더 압박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국제 원자재, 상품 가격은 폭등합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가 심각한 충격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경제적 결과는 이미 매우 심각하다, 밀과 기타 곡물을 포함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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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원자재 지표는 상징적입니다.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 지수가 지난주, 48년 만에 최고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48년 전이면 74년입니다. 오일쇼크 당시입니다. S&P 골드만삭스 원자재 지수는 52년 만의 최고 주간 상승률입니다.
우리 증시를 포함해 7일 아시아 증시가 동반 급락했습니다. 우리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27원까지 치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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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불확실하지만, 만약 앞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온다면 3월 7일은 그 시작을 알리는 날일 수 있습니다. 원자재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실질임금은 줄고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던 오일쇼크가 반세기 만에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단 겁니다.
사실 제재를 강화할 때부터 이런 사태는 예견됐습니다. 푸틴이 아프긴 하겠지만, 제재하는 쪽도 아플 거라는 거죠. 코로나 위기 대응과정에서 '돈푸는' 응급 처방으로 회복한 환자 '세계 경제'는 여전히 체질이 허약하기 때문입니다.
한때 푸틴의 '마리오네트 인형'으로 불리던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유럽은 곧 가스 가격이 3배 뛴 ‘멋진 신세계’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조롱했습니다.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우울한 조롱입니다.
■ 국제 상품시장에서 '대체불가 존재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러시아의 존재감 때문입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국제 상품시장에서 러시아의 존재감을 단적으로 이렇게 정리합니다. '러시아는 전 세계 구리 공급의 1/4, 가스와 곡물 밀은 18~19%, 원유 12%,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소 니켈 7%, 알루미늄 6%를 점유한다'
그래서 러시아 없는 세계에는 스테그플레이션이 찾아올 가능성이 훨씬 커집니다.
물론 러시아국민들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이 커지겠지만, (달러당 1,200원대인 원·달러 환율이 5,000원에 육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이폰은 500만 원, 테슬라 모델3은 1억이 넘을 겁니다.) 권위주의 정부의 수장 푸틴에게 이는 감당 가능한 일입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만든 그래픽 하나가 눈에 띄어 가져와 봤습니다. 외환보유고 변화 추이 그래프인데, 우선 2014년에 비해 현격히 늘어난 전체 외환보유고 인상적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줄어든 달러 자산 의존도입니다.
그에 맞춰 금 보유량(전부 다 러시아 국내에 있습니다)을 늘렸고, 갑자기 등장해 달러만큼 많아진 위안화 자산도 보입니다. 러시아는 치밀히 준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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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부도 넘어 ② 글로벌 금융 '시스템 리스크'↑
1998년에 러시아는 디폴트를 선언합니다. 국가 부도, 구소련 붕괴 이후 아직 정신 못차린 상태이던 러시아의 몰락이었죠. 그 유탄으로 미국에 금융위기가 발생할 뻔한 건 아시나요?
이른바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입니다. 러시아 투자 손실이 5조 원에 달했는데, 단순히 이 캐피털사 하나만 파산한 게 아니었습니다. 미국 금융시장에 쓰나미가 몰아닥쳐도 주가가 폭락합니다. 금융당국이 개입해 금융위기 때처럼 구제금융을 실행하고 나서야 겨우 수습되죠.
'시스템 리스크'에 의한 금융충격을 겨우 막은 겁니다.
같은 일이 반복될 조짐이 보입니다. 아직 러시아는 국가 부도 전인데도 러시아에 투자한 헤지펀드들은 비명을 지릅니다. 영국 런던의 헤지펀드 파로 매니지먼트사가 이미 러시아 국채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단 외신 보도가 나옵니다. 유럽에서 특히 피해가 극심할 겁니다.
러시아가 실제 국가 부도를 내면, 세계 금융의 시스템 리스크 역시 함께 커진단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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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 러시아 부도 넘어 ③국제질서·달러 시스템 도전받을 것
하지만 이 제재가 장기적으로 낳을 현상은 더 거대해질 수 있습니다. 중국이 지금 사태를 겪으며 무엇을 배울까요? 서방의 결제망 스위프트를 장기적으로 탈피해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번 굳히게 되었을 겁니다. 중러 밀월도 강화됩니다. 1~2월 중국의 대러 수출은 40% 넘게 늘었습니다.
제재 효과가 나타나게 하려면 '장기적으로' 계속돼야 합니다. 전쟁의 결과가 러시아의 승리라면, 보복 차원에서도 제재는 지속 되어야 합니다.
그 말은 제재가 러시아를 세계화의 무대에서 강제로 퇴출시킨단 얘기가 됩니다. 인류는 역사에서 러시아만큼 큰 나라를 이런 식으로 대해본 적이 없습니다.
미국 코넬 대학교의 경제 제재 전문가 니콜라스 멀더는 그래서 이코노미스트지 기고문을 통해 우려합니다. 제재는 수술실의 날카로운 칼 '메스'가 아니란 얘깁니다. 다양한 후폭풍과 악순환을 불러오는데, 그 가운데 제일은 '세계화'라는 판의 구조변동입니다.
제재가 영구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불만인 국가는 물론 민간 기업 등 세계화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인센티브를 바꾸고, 의사 결정 구조도 바꿀 수 있습니다.
만약 달러 중심의 국제 무역 질서가 도전받고, 그 결과 약화 되거나 끝난다면 가장 치명적인 결과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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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만 버티면" vs "초반에 끝장을 봐야!"
니콜러스 멀더는 '지금의 경제 제재는 더 말할 나위 없이 가혹하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겠지만, 제재 초반의 치명적 위험이 지나간다면, 이후 얼마간 저성장이나 역성장의 시기가 올 것'이라고 봅니다.
풀이하면 러시아가 초반만 버티면 제재 효과는 점점 약해진단 얘깁니다. 그래서 세계는 초반 제재 수위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동시다발적인 제재에 나서고, 또 미국은 추가로 원유 등에 대한 에너지 제재까지 압박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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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러시아는 버티기입니다. 이란모델이 유력합니다. 2012년과 18년 지금의 러시아와 유사한 제재에 당면한 이란은 통화 위기는 겪었지만, 결국 10년째 살아남아 있습니다. 폐쇄적인 상태로 안정화하는 겁니다.
게다가 러시아는 훨씬 크고 강한 나라입니다. 자급자족 준비도 했습니다. 무역에서 배제되고 중국을 제외하면 돕는 나라가 없어진다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살아남아 미국과 서방 너머의 질서를 추구하겠죠.
그래서 제재 앞의 러시아는 더 필사적으로 전쟁에서 이기려 합니다. 경제 후퇴를 감수한 도발이니 정치적 목적만은 달성해야 정권 유지가 가능해질거란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물론 '이겼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에 대한 목표치는 바뀔 수 있습니다. 개전 초기 자신감 넘칠 때보다는 후퇴할 겁니다. '러시아의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러나 멈추지는 않을 겁니다. 러시아는 더 거칠어지고, 피해는 더 커질 거란 관측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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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기 어려운 러시아의 행태 앞에서도, 여전히 제재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현실주의 정치·경제학자들이 적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들은 제재와 함께 정치적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서영민 (seo01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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