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도 대세는 이커머스
-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양적, 질적 성장 지속 -
- 플랫폼의 진화, 친환경 이슈 등 주요 변수에 주목-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는 동안에도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은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프랑스 내 이커머스 시장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기존의 대형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성장, 명품산업 등 오프라인 위주 품목의 이커머스 신규 진출 등 코로나 팬데믹은 프랑스 유통시장의 지각변동을 초래했다.
2020년 이커머스 이용률* 세계 6위(71%)를 기록한 프랑스인만큼, 지난해 프랑스 이커머스 시장 상황 전반을 분석해보고 앞으로 프랑스 이커머스 시장을 전망하기 위해 몇 가지 이슈들을 짚어본다.
* 12개월 동안 최소 1회 이상 이커머스를 이용한 인구 비율이 2020년 기준 영국(84%), 미국(77%), 일본(77%), 독일(74%), 대한민국(72%), 프랑스(71%) 순으로 집계되었다(자료: Statista)
팬데믹 여파 속에서도 이커머스 시장은 호황
Fevad(Fédération e-commerce et vente à distance: 프랑스 이커머스 및 원격판매 연합)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0년 프랑스 이커머스 시장은 1120억 유로의 매출을 기록, 8.5%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2019년 성장률 11%보다는 다소 감소한 수치이다. 그러나 프랑스 내 전체 소매업에서 이커머스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9년 9.8%에서 2020년 13.4%로 증가했다는 점을 볼 때, 여타 소매업의 성장이 현격히 둔화되는 상황에서 이커머스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성장동력을 잃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프랑스 이커머스 연간 매출 추이
(단위:10억 유로 기준)
자료: Fevad
나아가 단순히 매출액 성장에만 그치지 않고, 이커머스 관련 사이트 수 11% 증가(17400개 증가), 이커머스 거래량 5.8% 증가(총 18억 회 거래), 1회 주문 당 평균 장바구니 액수 증가(2019년 59유로->2020년 61유로) 등 이커머스 시장의 질적 성장 역시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모든 영역의 이커머스가 성장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 상 재화 매출 규모는 455억 유로에서 628억 유로로 약 32% 증가하였으나, 서비스 매출 규모는 579억 유로에서 494억 유로로 약 1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여행 및 여가 관련 상품의 경우 2019년에 비해 47%로 급감하여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해 프랑스 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과 관련하여 특기할 사항으로 오프라인 기업의 온라인 진출이다. 지난 한 해 오프라인 매장 운영 기업의 온라인 매출은 53% 증가하였으며, 배달 개시 및 ‘click & collect’(온라인 선주문 후 현장수령 시스템)의 도입이 본격화되었던 1, 2차 봉쇄(Lock-down) 기간에는 무려 100% 증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기업의 온라인 판매 증가는 이미 예전부터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구축했던 대기업 외에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게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들은 록다운 등의 여파로 인한 판매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주로 ‘마켓 플레이스’를 통한 제품 판매를 시작했으며, 그 영향으로 프랑스 내 마켓 플레이스는 2019년보다 27% 성장, ‘전자상거래 인덱스 100(iCE 100: 프랑스 내 100대 전자상거래 사이트) 중 약 15%를 차지하였다.
iCE 100을 구성하는 사이트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iCE 100의 매출은 2020년 29.4% 증가하였다. 이중 뷰티-건강 분야는 52%, 식료품을 비롯한 대량소비제품 분야는 42% 성장하였으며, 뒤이어 테크놀로지 분야(34%), 가구/홈인테리어 분야(24%) 순으로 성장한 것으로 기록된다.
프랑스 온라인 구매 사이트 순위
*18~64세 네티즌 12500명을 대상으로 2020년 7/8월 기준 지난 12개월동안 온라인 구매를 위해 이용한 사이트 조사, 중복 응답 가능
자료: Statista
이커머스 성장의 전후방 파급효과
1) 이커머스 신규 분야의 약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이커머스 산업에 진출하면서 그 동안 이커머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던 분야들이 약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먼저 록다운의 반복과 재택근무의 활성화로 인해 가구/홈인테리어/DIY 분야의 이커머스 시장 성장이 눈에 띈다. 앞서 언급한 iCE 100을 보면,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였던 의류/패브릭 분야는 17%의 성장에 그친 반면, 가구/홈인테리어 분야가 약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이커머스 플랫폼 상위 15개 사이트 및 어플리케이션에서 개인간 중고 의류 거래 플랫폼 Vinted의 약진 역시 눈에 띄는 결과이다. FEVAD가 발표한 자료에서 지난 4/4분기에만 국한하여 보자면, 기존의 이커머스 플랫폼 강자 Amazon, CDiscount, Fnac에 이어 이용률 4위를 기록하였다. 이로써 Vinted는 의류 및 생활용품 위주의 회원 전용 세일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Veepee와 의류 전문 이커머스 플랫폼 La Redoute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 침체 및 계속되는 록다운으로 인한 외출 빈도 감소로 인해 새 의류를 구매하기 보다 저렴한 중고 의류를 구매하기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개인들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C2C 플랫폼의 개발이 뒷받침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2) 물류산업의 동반성장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이 낳은 가장 큰 파급효과 중 하나로 물류산업의 동반 성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B2B 물류 이동 외에 B2C 배송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결과이다.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특히 작년 2차 록다운 기간과 겹친 블랙프라이데이 세일기간 및 연말연시에 배송업체별로 전년 대비 20~40% 가량 배송량이 늘었던 것으로 집계된다. 프랑스 우체국 La Poste의 경우 지난 12월 1일 평균 400만 개의 택배를 다루었으며(집하, 이동, 배송 등 포함), 이는 2019년 12월 기준 310만 건을 크게 능가한 수치이다. 이 외에도 대형 물류 업체 Geodis, Kuehne+Nagel, DHL France등도 호황을 누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물류업체들은 위기를 기회 삼아 설비 투자 및 시스템 확대 개선을 위한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랑스 국영철도 SNCF 그룹 계열 물류배송업체 Geodis의 경우 프랑스 내 배송 증가뿐만 아니라 유럽 및 EU 역외 배송 증가까지 대비하여 물류창고 확충 및 시스템 개선에 투자하고 있다. Kuehne+Nagel의 경우, 파리 및 일드프랑스 배송을 위한 이커머스 전용 물류 시스템을 두배 확충하고 있으며, La Poste 역시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기존에 운용하던 대형트럭 600대 외에 400대를 추가 구매하여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온라인 주문량 증가가 낳은 또 다른 파급 효과는 포장재 업체 역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간지 레제코 지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 내 골판지 상자에 대한 수요가 약 20~25% 가량 증가했다. 따라서 프랑스 내 관련 업체들은 Amazon.fr, CDiscount 등 대형 플랫폼에서 요구하는 기존의 포장재 생산을 늘림과 동시에, 새롭게 이커머스에 진출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업체들을 위한 맞춤형 포장재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3) 광고산업 내 변화: 디지털 광고 비중 증가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은 프랑스 광고 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2020년 최초로 전체 광고 시장에서 디지털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어선 것이다. 글로벌 미디어 투자정보회사 Magna에 따르면 2020년 프랑스 전체 광고 시장에서 디지털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55,2%를 기록, 총 68억 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2019년 기준 48.4%보다 크게 성장한 수치이다. 이에 대해 Magna의 세계시장 책임자 레탕(Létang) 씨는 그동안 프랑스 기업들이 디지털 투자에 소극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팬데믹이 디지털 미디어 및 이커머스의 성장을 야기했”으며 특히 대형 마케팅 채널을 통한 위기 관리 방식을 선택한 것과 달리 “소규모 기업들이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디지털 미디어를 선택”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2021년 핵심 이슈: 반(反)아마존 정서, ‘친환경’ 트렌드
프랑스 내 이커머스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GAFA(Google, Amazon, Facebook, Apple)가 프랑스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향후 프랑스 이커머스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앞서 살펴보았듯 프랑스 내 온라인 쇼핑 사이트 이용률 1위를 기록한 아마존을 겨냥한 비판 및 규제 강화의 목소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존의 경우 2007년 Amazon.fr의 설립 후 프랑스 전역에 대형 물류 창고를 지으면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시켜왔다. 그 결과 2020년 기준 프랑스 전체 이커머스 매출의 22.2%를 담당, 2위인 Cdiscount(8.1%)와 그 격차를 더욱 벌린 것으로 집계된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프랑스 내에서는 아마존에 대항하는 여러 정치적, 사회적 움직임 역시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16일 120명의 정치인, 노동조합, 언론인 등은 아마존을 저지하기 위해 특별세 부과를 요구하는 안에 서명하여 국회에 제출했다. 더 늦기 전에 지역 상권 및 일자리 보호와 환경보호를 위한 연대의 목적으로 특별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프랑스 국회 내에서도 아마존의 성실한 납세를 위해 프랑스 내 매출과 관련 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프랑스 정부가 녹색 에너지 전환을 위한 각종 법률에 따라 오염물질 배출 기업을 대상으로 벌금을 부과하면서 아마존을 비롯한 대형 물류 창고는 제외시키거나 유예 기간을 둔 것을 강하게 비판하는 흐름 역시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 역시 1차 록다운 기간 동안 아마존 역시 ‘1차 필수품’만 판매하도록 제한 조치를 취하는 등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 아마존의 급격한 성장을 우려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기관 차원의 노력 외에 민간 차원의 대항 흐름 역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일례로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항하기 위한 프랑스 사이트들의 본격적인 노력을 들 수 있다. 일례로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 플랫폼 Cdiscount는 “Made in France” 제품을 위한 코너를 마련, 프랑스 소비자들의 경제적 애국심에 힘입어 아마존과의 격차를 줄이고자 시도하고 있다. 나아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성장한 자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향후 프랑스 이커머스 시장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 역시 주목되고 있다. 일간지 레제코 지에 따르면 프랑스 기업 Fnac-Darty 그룹의 2021년 일사분기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나 증가했다. 검증된 브랜드의 가전제품과 전자기기를 판매한다는 점에서 해당 분야 내 아마존의 대항마로 점쳐지고 있다.
‘친환경’ 역시 앞으로 이커머스와 관련하여 눈여겨 보아야 할 이슈이다. 유럽 연합 및 프랑스 정부 차원에서 기업경영 및 투자에 있어 ESG(Environment, Social, Gouvernance) 요소를 확대 반영할 것을 주문하는 상황에서, 물류업계 역시 지속가능한 친환경 배송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해 고심 중이다.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인한 물류량의 증가는 배송 과정에서 오염 물질 배출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르몽드 지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 내 물류 업체들은 이커머스 분야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물류 창고 시스템 및 물류 이동의 최적화, 배송 차량의 효율적 활용, 전기자동차로 배송 차량 교체, 근거리 소규모 배송에 자전거 등 친환경 운송수단 도입, 드론 도입 등을 통해 오염 물질 배출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구매 제품의 포장 또한 개선해야 할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골판지 등 포장재 수요가 20~25%나 증가한 상황에서, 친환경 포장재 개발 및 효과적으로 간소화된 포장 방법 역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시사점: 중소기업, 소상공인 활동영역 확대 가능
한국보다는 늦게 도입되었지만 프랑스에서도 5G의 보급이 본격화된 오늘날 이커머스 시장의 전망은 밝을 것으로 기대된다. Fevad의 롤리비에(Lolivier) 씨는 Kotra 파리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사태 속에서 많은 소규모 소매 업종이 반강제적으로 온라인 판매 진출을 한 것에 주목, 2021년 프랑스 이커머스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동안 온라인 판매에 특히 소극적이었던 소매업종에서도 온라인 판매가 늘어남에 따라 오프라인 판매와 상호보완적인 성격을 띄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브뤼노 르메르 경제부 장관이 프랑스 포스트코로나 경제부양책(France Relance)에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상업의 디지털화 지원”을 약속하며 총 1억 2천만 유로의 예산을 할애한 만큼 이러한 전망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지자체별로 지역 소상공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나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추세이며, 라이브 방송 등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는 홍보 전략이 보급화됨에 따라 2021년 프랑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이 기대되는 바이다.
프랑스 이커머스 분야에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기업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프랑스 이커머스시장에서 급격히 성장한 분야에 주목하고(뷰티-건강, 테크놀로지, 가구/홈인테리어 분야 등) 다양한 현지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일간지 Les Echos, Le Monde, Statista, Fevad 홈페이지, Kotra 파리무역관 자료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