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SLR 시대에 대응하는 日 카메라 기업
- 축소되고 있는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대응하는 일본기업의 동향은? -
- 미러리스, 동영상용 제품 등 수요자 니즈 변화에 맞춘 제품 변화 -
급격히 축소된 디지털카메라 시장
일본의 디지털카메라 출하량은 최고점을 기록했던 2010년(1억2,146만 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9년엔 1,522만 대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10년 사이에 1/8로 위축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 쇼크가 맞물리며 2020년에는 889만 대까지 급락했다. 2010년 대비 1/1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본의 디지털카메라 출하량 추이(국내외 출하량 통합)
(단위: 대, 천 엔)
연도 |
출하대수(단위: 1대) |
출하금액(단위: 1,000엔) |
2010 |
121,463,234 |
1,643,253,101 |
2019 |
15,216,957 |
587,143,002 |
2020 |
8,886,292 |
420,137,706 |
자료: 카메라 영상기기 공업회(CIPA) 공업통계를 바탕으로 도쿄 무역관이 작성
이러한 디지털카메라 시장 축소 속에서 그나마 시장을 견인한 것은 미러리스 타입이다.
2017년 소니의 <α9>이 시장을 개척했고,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에도 캐논의 가 출시되며 수요를 견인했다. 전년대비 디지털 카메라 전체는 58.4%, SLR(싱글 렌즈 리플렉스) 타입은 52.7%의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미러리스 타입은 74.1%로 선전했다(출하량에서도 미러리스는 293만 대로, 237만 대에 그친 SLR을 처음으로 추월).
경제회복이 빨랐던 중국시장 출하분만 놓고 보면, 미러리스는 출하대수 100%, 출하금액 113.4%로 코로나 쇼크 속에서도 유일하게 플러스 실적을 기록했다(CIPA 2020 생산출하 실적 기준).
CMOS 기술력으로 미러리스 시장을 개척한 소니
싱글 렌즈 영역에서 본격적으로 미러리스 시장을 개척해낸 소니는 업계 내에서 '가전 메이커가 가전 관점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팔고 있을 뿐이다'며 한 수 아래 취급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코니카미놀타의 카메라 부문을 인수하며 싱글 렌즈 부문에 뛰어든 것은 2006년으로 늦은 편이었고, 업계 피크 시점인 2010년 기준으로 소니의 출하 비중은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가 2,410만 대에 싱글 렌즈는 95만 대에 불과했다. 당시 경쟁사의 싱글 렌즈 타입 출하는 캐논이 570만 대, 니콘이 396만 대로, 중/고급자용 기종 영역에서는 경쟁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 보급이 급격히 진행되며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 수요를 침식당했다.
컴팩트 타입이란 메인 아이템을 상실한 소니는 업계 점유율 3위로 추락했고, 2013년 무렵부터는 라인업을 싱글 렌즈 위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소니는 기존 주류인 싱글 렌즈 리플렉스(=SLR) 영역에서 경쟁하기보다는, CMOS 이미지 센서 부문에서 세계 시장 과반의 셰어를 갖는 자사 기술력을 살려 중/고급자용 미러리스 모델 개발에 집중했다.
거울이 생략되는 만큼 소형화가 가능하지만 데이터 처리공정상 타임 래그, 연속촬영, 오토포커스 등에서 뒤쳐지기 때문에 기존의 SLR 2강인 캐논과 니콘은 미러리스 개발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소니는 CMOS 이미지 센서에 메모리를 내장한 적층구조를 세계최초로 도입함으로써 이러한 취약 요소에서 SLR과 동등이상의 성능을 구현해낸 <α9>를 2017년에 출시했고 그때부터 디지털 카메라의 무게중심은 미러리스로 이동했다.
α9
자료: 소니 홈페이지
포스트 SLR 시대의 업체별 대응
디지털 카메라 시장 업계 1위를 지켜온 캐논은 발빠르게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했다.
2018년에 본격 미러리스 타입인 을 출시했고, 2020년 7월에는 8K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갖춘 을 출시해 품귀현상이 발생할 정도의 대히트를 기록했다.
2019년 기준으로 미러리스 부문 점유율은 1위 소니 41.8%에 크게 뒤쳐진 2위 23.8%였으나, 덕분에 2020년(1~9월)에는 소니 35.2%, 캐논 30.2%로 격차를 크게 좁혔다.
EOS R5
자료: 캐논 홈페이지
반면 니콘은 전자 뷰파인더(EVF) 성능과 연사성능 등의 관점에서 미러리스 대응에 보수적 입장을 고수했다.
2011년부터 미러리스 모델을 취급해오긴 했으나 2015년 이후 한동안 신규 모델 출시의 맥이 끊긴 상태였고, 패러다임이 바뀐 후인 2018년에야 황급히 , 2020년에는 를 투입했으나 모두 캐논보다 조금씩 늦게 출시하며 화제를 끌지 못했다.
세부 라인업 측면에서도 소니나 캐논은 염가 모델, 풀사이즈 모델, 하이엔드 모델을 연달아 투입하며 폭넓은 수요층에 대응했으나, 니콘은 2년간 총 6개 모델에 그쳤다. 그 결과 니콘의 미러리스 부문 셰어는 2020년(1~9월) 기준으로 후지 필름(12.1%)과 올림푸스(8.0%)에도 뒤진 5위(7.5%)에 그치고 있다(테크노 시스템 리서치 통계자료).
미러리스 시프트 이후의 디지털 카메라 기업의 향방
<싱글 렌즈 리플렉스 → 싱글 렌즈 미러리스>의 변화는 단순히 적용되는 기술 표준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시장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KOTRA 도쿄무역관이 취재한 가전양판점 <빅카메라>의 카메라 매장 매니저 Y씨는 단순한 제품 트렌드 이상의 변화를 설명해 주었다.
“미러리스는 SLR에 비해 작고 가볍습니다. 근데 그저 손님들이 작고 가벼운 제품을 찾는다기보다는 이 정도 성능인데 더 작고 가벼운 걸 찾는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이 정도 성능이란, 유튜브에 올렸을 때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보다 좀더 멋지게 나오는 것입니다. 그 정도 퀄리티이면서도 쓰기 편하고 기능성 있는 모델을 찾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미러리스 유저는 확장성이 좀 덜한 것 같습니다. 원래 카메라 유저란 건, 입문기를 사고 입문기에 맞는 렌즈를 몇 개 사고, 그 다음에 중급기를 사고 다시 거기에 맞는 렌즈를 몇 개 사고, 다시 거기서 고급기를 사고. 이런 식으로 소비가 계단식으로 확장되는 패턴을 보이는데, 아직 미러리스는 라인업이 충실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러한 종래의 판매 모델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인상입니다.”
고객 니즈 변화에 대해서는 제조사 경영진도 “필름 카메라는 <쾌적/쾌속>, 디지털 카메라는 <쾌속/쾌적/고화질>이었다면, 지금은 <쾌속/쾌적/쾌화질>”이라며 비슷한 인식을 나타낸 바 있다. 더불어 미국의 (헬멧 카메라 등 야외/방수/방진 카메라 특화 메이커) 같은 차별화된 수요의 개척이 필요하다고도 했다(도쿠라 고우 캐논 사업본부장. ToyoKeizai 2021.01.18 기사).
캐논의 장난감 같은 야외용 방수/방진 미니캠 나 소니가 발매한 Vlog용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 은 명확히 이러한 틈새 수요를 의식한 라인업으로, 야외용/영상용 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국에서도 Youtube나 Africa 등, 다양한 디지털 방송 플랫폼이 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개인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영상 플랫폼을 통해 직접 개인이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게 되면서 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iNSPiC REC
자료: 캐논 홈페이지
VLOGCAM ZV-1
자료: 소니 홈페이지
SLR 시대의 입문기→중급기→고급기로 진행되는 스텝업 판매모델이 앞으로는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도 각 사는 인식하고 있고, 코로나 회복 이후로도 1,000만 대 전후의 시장 규모에 그칠 것에 대비해 몸집줄이기 구조조정에도 여념이 없다. 이는 특히 미러리스 이행에 뒤쳐지며 적자에 시달리는 니콘의 경우에서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2011년 1만5,362명 → 2020년 9,376명으로 약 1/3에 달하는 인력감축이 이미 진행되었다.
또한 소니가 전자기업으로서 보유한 CMOS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단계 발전한 미러리스 제품을 제안했던 것처럼, 캐논과 니콘의 경우에는 그간 축적해온 광학기술을 바탕으로 IoT 현장에 적용되는 B2B 광학 센서 수요를 개척함으로써 1/13까지 떨어진 디지털 카메라 수요를 만회한다는 방침이다. 캐논 같은 경우 2020년에 물류창고 등에서 사용하는 무인반송차(AGV)용 유도 시스템(Visual SLAM)을 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