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스마트 제조 도입한 식품강국 호주
- 호주 정부, 식음료 제조업을 유망분야로 선정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 투입 -
- 스마트 생산 시스템 갖추고 생산성을 높인 가공기계 수요 확대 -
식음료 가공은 호주 전체 제조산업에서 32%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분야이다. 호주의 풍부한 자원과 청정국 이미지를 발판 삼아 다국적 기업부터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중소기업까지 다양한 제조사가 현지에 생산 공장을 두고 전 세계로 수출 중이다. 2019년 호주 식품 및 식료품 협회(Australian Food and Grocery Council)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호주의 식음료, 식료품, 신선식품 시장의 규모는 1220억 호주달러로 현지에 1만5000개의 사업체가 있으며 27만3000명이 동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10월 1일 호주 정부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대 제조 전략(Modern Manufacturing Strategy)을 발표하며, 유망한 6대 분야에 향후 4년간 15억 호주달러를 투입할 계획임을 언급했다. 해당 분야는 (1) 자원 기술 및 핵심 광물, (2) 식음료, (3) 의료용품, (4) 재활용 및 청정에너지, (5) 방위, (6) 우주 산업이다. 최근 식음료 제조업계의 화두는 가동중단시간인 다운타임을 줄이고 생산성과 실적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유연하고 민첩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게 되었다.
호주 식음료 가공기계 시장의 규모는 2020년 기준 10억 호주달러로 향후 5년 간 연평균 1.3%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시장에서 육류, 해산물 및 야채 가공 기계의 점유율이 50.7%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며 동 항목에 육류나 생선의 뼈나 털, 껍질 등을 분리하는 기계, 야채 또는 과일 가공기, 코팅 및 반죽 장비가 포함된다. 다국적 음식, 부티크 베이커리 및 양조장 등 프리미엄 식음료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더욱 전문화된 기계의 수요가 높아질 전망이다.
호주 식음료 가공기계 품목별 점유율
자료: IBIS World
현지 중소기업이나 해외업체는 호주 식품기계 전문 유통사를 통해 대리점 형식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Moffat, TNA 등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제조, 유통, 설치, A/S를 포함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 식음료 가공기계 제조사 리스트
기업정보 |
상세내용 |
Moffat Group (이탈리아) |
- 상업용 조리 및 식품가공 기계 제조사로 호주 지사는 멜버른에 소재하며, 영국, 미국, 뉴질랜드에 진출 - 상업용 조리 장비, 식품 가공기계, 케이터링 솔루션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Waldorf, Merrychef, Rieber, Convotherm을 포함한 다수 브랜드 보유 - 2000년 이탈리아계 Ali Group에서 인수해 2020년 5월 기준 전세계 50개 이상의 국가로 수출하고 있음 - 웹사이트: www.moffat.com.au |
TNA Australia Manufacturing (호주) |
- 1982년도에 설립한 식품 패키징 및 가공기계 제조 회사로, 본사는 시드니에 소재하고 전세계 30개의 지사 보유 - 구운 제과, 시리얼, 시즈닝, 냉동식품, 파스타, 유제품, 애견사료 등 여러 식품가공 제조업체에서 필요한 장비 공급 - 2015년 식품 패키징 기계업체 Unique Solutions를 인수했으며, 2017년에는 호주 제과장비업체 NID를 인수함 - 웹사이트: www.tnasolutions.com |
Heat and Control (미국) |
- 세계 최대 식품 가공 및 포장 장비 시스템 제조업체 중 하나인 미국계 회사 - 호주 지사와 생산 설비는 퀸즈랜드 Mount Gravatt에 소재하며 시드니와 멜버른에 세일즈 사무실이 있음 - 식품 가공기계, 패키징 기계, 로스팅기계 등을 제과, 시리얼, 치즈, 커피, 스낵, 육류, 파스타 등 식품 관련 제조업체에 제공 - 웹사이트: www.heatandcontrol.com |
자료: Company 360, 각 기업 홈페이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자동화 도입 가속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감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 손 위생 등 개인위생 관리뿐만 아니라 의식주 전반의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올해 5월, 멜버른에 소재한 Cedar Meats 육가공 시설과 연계된 확진 사례가 100명 이상으로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은 육류 공장에서 가공된 육류를 섭취해도 안전한지 의문을 제기했으며, 감염 우려로 인해 해당 시설뿐만 아니라 다른 육류 공장들도 임시로 폐쇄한 바 있다.
감염 우려로 폐쇄한 빅토리아주의 육류 공장
자료: ABC
식품가공 분야에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후 위생과 식품 안전에 대한 요구가 엄격해지면서 자동화된 가공 장비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높아졌다. 일부 육가공업체들은 구글 안경을 이용해 원격으로 동물 사체를 확인하는 등 기계 및 자동화 비중을 늘렸고, 정육점에서는 손으로 직접 버거 패티를 만드는 대신 패티 기계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자동 햄버거 패티 가공기계
자료: Barnco
퀸즐랜드대 농업식품혁신연합(Alliance for Agriculture and Food Innovation)에서는 식품가공업계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도 인력 부족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신기술 채택에 관심을 보였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식품 오염 위험을 축소시키기 위한 생산 시스템의 기계화 및 자동화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성과 생산성을 높인 스마트 생산시스템
식음료 제조업계가 고품질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직원안전까지 고려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생산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수이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컨베이어 공정과정부터 포장에 이르기까지 작업 중 여러 위험요인에 노출될 수 있다. 호주 Pilz 사는 위험평가부터 자동화 기계 및 시스템 구축까지 통합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공장 전문 업체이다. 의뢰를 받은 생산 공장에 가장 효과적인 안전 기계 및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세부적인 안전 관련 계획을 세운 후 센서, 로봇화, 네트워크 등 적절한 기술 선택을 통해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음료가공업체의 의뢰로 위험 평가를 진행했을 때 주로 캔 및 박스류를 운반할 때의 위험 요소가 가장 높다고 분석이 되어 자동 적재시스템 (Palletising System)을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다운타임을 줄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Pilz의 자동화 시스템
자료: Pilz
건강하고 윤리적인 가공 방식 증가
코로나19 이전에도 호주인들은 건강식을 선호했지만, 팬데믹 이후 환경 친화적인 윤리적 소비, 식품의 출처, 가공 과정 등 식품의 투명성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이에 따라 맛도 좋고 방부제가 없는 식품에 대한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며 식품제조업계에서는 식품 본래의 신선한 품질을 더욱 건강하고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가공 기술을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에 따라 일부 호주 식품업체들은 열 대신 높은 압력을 사용해 효모, 곰팡이 및 박테리아를 제거할 수 있는 초고압살균공법인 HPP(High Pressure Processing)으로 식품을 제조하고 있다. 호주 업체 중 처음으로 초고압살균공법을 적용한 육류 및 가금류 식품업체 Moira Mac는 화학 방부제나 높은 염분 함량 없이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여 식품의 유해 물질을 억제해 더욱 건강한 닭가슴살, 로스트 칠면조 등 가공육을 생산하고 있다.
프리미엄 과일 및 야채 주스, 스무디, 과일 블렌드 등을 판매하는 프리미엄 주스업체 Presha Fruit 에서도 초고압살균공법을 이용하고 있다. 해당 공법을 통해 방부제를 추가하지 않고도 과일의 맛, 색 및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으며, 다른 냉장 주스보다 최대 5배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초고압살균공법 기계 및 해당 공법으로 제조된 식음료
자료: CSIRO, Moira Mac, Presha Fruit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호주 소비자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을 것으로 전망되며, 화학 방부제나 유해 물질을 첨가하지 않고도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가공 방식에 대한 수요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 스마트 유통으로 기회로 만드는 대형 식품체인
코로나19로 인해 호주 마트 내 일부 식료품 품목의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면서 안정적인 식량 공급체계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농림자원경제과학청(ABARES)의 ‘호주의 식품 안전과 COVID-19 분석’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호주의 식품 공급망이 중단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더욱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공급망 및 유통 위기 관리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호주 대형 슈퍼마켓 체인 Woolworths의 경우, 쉽게 부패하는 신선 제품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소매상품에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EAN-13에서 GS1 데이터매트릭스(2D바코드)로 전환하며 공급망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기존 EAN-13에는 표준형 상품식별코드(GTIN) 정보만 포함되어 있으며, 소매업자는 GTIN번호 조회로 제품 설명, 가격 및 기타 데이터를 볼 수 있다.
GS1 데이터매트릭스는 EAN-13의 13개의 숫자 대신 3,000개 이상의 숫자를 인코딩할 수 있으며, 배치 및 일련 번호, 유통 및 사용기한, 포장 중량 등 기존의 선형 바코드에 입력할 수 없는 다양한 정보를 입력할 수 있어 이동, 추적, 보관, 생산관리 등 공급망의 모든 단계에서 더욱 적절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소비자의 경우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리콜 대상인 제품을 스캔할 때 제품 구매를 멈출 수가 있으며, 공급 업체나 소매 업체의 경우 리콜 대상인 제품을 더욱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어 관리가 용이하다. Woolworths는 적용 제품을 향후 몇 달간 늘려갈 것으로 밝혔다.
GS1 데이터매트릭스 바코드 예시
자료: Food & Beverage Magazine
Woolworths의 신선제품에 사용되고 있는 2D 바코드
자료: Food & Drink Business
시사점
호주 정부의 집중적인 제조업 지원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트렌드가 적용되면서 식음료 업계 전반에 걸쳐 가공, 포장 기계에 대한 수요 상승이 예상된다. 한국 육가공 기계를 10년 이상 수입 중인 현지 유통업체 A사의 대표는 KOTRA 멜버른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구매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생산성 향상, 제품 디자인, 안전성이며, 기존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및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는 등 높은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호주 시장에 관심 있는 국내 기업은 건강식, 환경친화적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현지 식품 트렌드를 반영해 시장을 공략해야 하며, 니즈에 맞게 신기술을 꾸준히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주인들은 환경보호 및 건강에 관심이 높아 저공해 기계를 선호하며 저당 및 저지방과 같은 건강식 식품 제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현지 식품가공기계 업체에서 제조부터 설치, 사후관리까지 지원하고 있어 우리기업의 진출 고려 시 품질, 가격경쟁력 외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자료: Australian Food and Grocery Council, 호주 산업부, IBIS World, Food & Beverage News, Food & Drink Business, Food Processing Magazine, ABC, SBS, CSIRO, KOTRA 멜버른무역관 인터뷰 및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