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대기업 특징 분석
- 대기업이라도 대부분 가족경영 체제로 기업공개가 되지 않음 -
- 자료보다는 현지 평판, 사업실태, 기업윤리, 성장 가능성 등을 통한 실질적인 분석 필요 -
대기업 주요 특징
한 나라 부의 척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주로 국내총생산(GDP)를 언급하는데 방글라데시의 GDP는 순위는 의외로 높다. 2019년 IMF 통계 기준 전 세계 39위로 44위 베트남보다 높다. GDP는 한 나라의 연간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총액이라고 할때 그 나라 경제 주역인 대기업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GDP의 84%를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구체적인 통계는 찾을 수 없지만 현지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을듯 하다.
대기업 중 일부는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 담배, 차, 황마, 수산업 등 과거 영국의 동인도 회사가 개발한 상업용 작물과 지역 특산물을 위주로 초기 자본을 축적했다. 그리고 1971년 지금의 파키스탄(당시 서파키스탄)으로 독립 후 무역업, 부동산 개발 등으로 시작해서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장해 나간 회사도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아직도 가족경영 방식으로 운영돼 해당 기업의 매출액이나 자산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다. 우리나라는 모든 대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회사로 공개돼 있지만 방글라데시는 일부 대기업만 공개돼 있을 뿐이다.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추정되는 주요 대기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각 기업별 사업 현황 및 특징
우선 기업 공개가 어느정도 돼 있는 그룹은 Beximco Group, Square Group, United Group이 대표적이다. Beximco 그룹은 파키스탄으로 독립하기 한 해 전인 1970년에 설립해 섬유, 제약, 세라믹, IT 분야의 사업을 하고 있으며 특히 제약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어 전 세계 45개국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최초로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다. 다카 증권거래소에도 상장돼 있으며 자산 규모가 가장 큰 기업으로 알려지고 있다. 종업원은 6만 명이다. 현재 회장인 Mr. Salman Rahman은 민간 산업 투자 보좌관으로 총리를 보좌하면서 국가 산업정책을 자문하고 각종 경제행사에 실질적으로 장관급 대우를 받으며 활동을 하고 있다.
Square 그룹은 1958년 작은 조제상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제약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섬유, IT분야에도 진출했다. 제약, 보건, 의료 분야의 선두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1991년도에 기업을 공개해 다카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Square 그룹 전경
자료: Square Group
첫 번째 소개한 두 개 기업이 제약 분야의 대표 기업이다. 방글라데시는 1971년 독립 후 대부분의 의약품을 수입에 의존해왔으나 1982년 자국 제약산업 보호정책의 일환으로 의약품 관리령(Drug Control Ordinance)을 시행해 외국 회사 제품을 거의 추방하다시피 했다. 인구 1억7000만의 거대한 시장을 기반으로 제약산업이 크게 성장해 현재 200개 회사가있다. 대부분 복제약(generic medicine)을 생산하며 일반의약품 외에 인슐린, 호르몬제, 백신까지도 생산해 일부는 수출도 하고 있다.
공개된 기업 중 그 다음은 United 그룹이다. 다카증권거래소에서 자산 규모가 1, 2위를 다투는 대기업이다. 독립하던 해인 1971년 창업해 이 회사도 섬유.봉제업을 하고 있으며 제약, 부동산, 발전 그리고 방글라데시에서 제일 큰 수퍼마켓 체인점(Uni mart)을 운영하고 있다.
그 다음은 영국 식민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상업작물을 기반으로 성장한 두 회사를 살펴본다. 우선 Akij 그룹은 1941년 담배 사업을 기반으로 자산을 축적해왔다. 2018년에는 담배회사를 일본의 JTI(Japan Tobaco International)에 15억 달러에 매각했다. 이 매각 대금으로 플라스틱 산업 등 최근 방글라데시의 일반 소비재 내수시장 확대를 겨냥해 발빠르게 신규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외에 섬유·봉제, 식음료, 건축자재 등을 사업 영역으로 하고있다.
Transcom 그룹은 영국 식민지 시절 황금작물인 차 플렌테이션의 대규모 상업적 농업공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1947년 독립 후에는 황마산업으로 사업을 다양화한다. 벵골지방은 전 세계에서 황마 재배의 최적지로 손꼽힌다. 이렇게 전통적인 방식으로 자본을 축적해 이후 식음료, 가전제품, 언론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다. 1983년 기존의 Tea Holidings Ltd.에서 현재의 Transcom Ltd.로 변경했다. 시대에 맞게 옷을 갈아 입고 변화에 발빠르게 적용한 덕분에 Pizza Hut, KFC, Pepsi, Philips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차지하고 최대 영자 신문인 The Daily Star 신문사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의 현지 대리점이기도 하다.
그 다음은 부동산 개발과 쇼핑몰 사업으로 대기업 반열에 오른 회사를 살펴본다. 다카 시내에는 Bashundhara City Shopping Complex와 Jamuna Future Park라는 초대형 쇼핑몰이 두개 있다. 이들 두 쇼핑몰은 영화관, 식당가, 테마파크, 각종 리테일 샵, 브랜드 샵 등 유사한 형태의 쇼핑몰로 경쟁관계에 있다. 각각 1500개 이상의 가게가 입점해 있을 정도로 대규모다.
Bashundhara 그룹은 대표적인 부동산 재벌이다. 다른 대기업에 비해 최근인 1987년에 창업해 부동산 투자를 시작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현재는 부동산을 기반으로 펄프, 종이, 시멘트, LPG 충전소, 쇼핑센터, 컨벤션 센터, 신도시 개발 등을 하고 있다.
Jamuna 그룹은 Jamuna Future Park라는 방글라데시 최대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신문사, 방송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섬유·봉제, 화학, 부동산 개발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인구가 1억7000만 명이다. 이웃나라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그리고 멀리 베트남까지 4개 나라 인구를 합쳐야 겨우 이정도 규모가 된다. 가난하던 부자든 일상 생활에서 먹고 마시고 하는 기본적인 생활패턴은 비슷하다. 그래서 일반 소비재, 생활용품 시장은 인구 규모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방글라데시는 거대한 소비재 시장이다. 이를 기반으로 대기업 반열에 오른 기업들을 살펴보자.
우선 Meghna 그룹이 있다. 정확히는 Meghna Group of Industries다(자동차, 섬유·봉제업을 하는 Meghna Group이라는 유사한 이름의 대기업이 따로 있다. 우리나라 KIA 자동차 현지 에이젼트이기도 한 이 회사는 여기서 소개하는 Meghna 그룹과 별개의 회사다.).
Meghna Group of Industries는 1976년 무역 및 도소매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주로 식용유, 설탕, 우유, 종이, 시멘트 등 일반 소비재 위주로 사업을 하고 있다. 회장인 Mr. Mostafa Kamal은 물려 받은 자산없이 시장에서부터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현재 한 - 방글라데시 상공회의소(KBCCI) 회장이기도 한데 대표적인 친한 인사이다. 현재는 발전소, 물류, 항공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다.
City 그룹도 일반 소비재 분야에 이름이 알려진 대기업이다. 독립 이듬해인 1972년 겨자씨 기름(Mustard oil)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겨자씨 기름은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인도, 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에서 값싼 쿠킹 오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겨울철 노란 겨자 꽃이 끝 없이 펼쳐진 벌판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후 밀가루, 쌀을 거래하고 최근에 발전소, 부동산, 헬스케어 분야에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18년에 쌀 도정공장을 완공했는데 독일산 설비를 갖추는 등 품질 고급화에도 신경쓰고 있다. 도정공장 설립 비용은 1억 달러 규모로 알려질 정도이며 외국에서 곡물을 구입할 때는 자체 운반선을 운영할 정도로 거래 규모가 크다.
과일과 야채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도 있다. PRAN-RFL 그룹이다. PRAN은 Programme for Rural Advancement Nationally의 약자다. 회사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농민들에게 적정 가격을 보장해주고 농산물을 가공해서 식음료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회사다. 1981년에 설립돼 성공적인 사업확장으로 1996년에는 PVC 계열사, 2015년에는 플라스틱 공장 등 지속적인 사세 확장을 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야말로 산업발달 단계에 맞추어 혹은 국가 산업을 선도적인 위치에서 이끌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방글라데시는 이전 농업 국가에서 점차 공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여러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기업들은 앞다퉈 자신들의 기존 사업과 연계하여 새로운 제조업 분야 눈을 돌리고 있다.
방글라데시 연도별 제조업 성장 추이
1억7000만 명을 먹여야 하는 농산물 분야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콜드체인(저온 유통체계)도 그중 하나다. 방글라데시는 아직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많은 농수산물이 생산지로 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제대로 유통되지 못하고 있다. 유통된다고 해도 품질에 문제가 생기거나 이를 임시 방편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격 부담이 너무 높다. 결국 누군가는 전국 단위의 콜드체인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분야에 투자해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이 나올 것이다. 사업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기업들도 있다. 단순히 콜드체인을 한 예로 들었지만 우리의 일상과 산업 현장에 이러한 사례는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Walton사를 살펴볼 수 있다. 1977년에 설립돼 초기에는 철강 사업을 했으나 2000년대 이후 가전제품을 직접 생산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내는 기업으로 알려진다. 가전 기술이 일천하던 방글라데시에서 초기에는 태국의 냉장고 중고 설비를 그대로 들여와서 냉장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냉장고, TV, 핸드폰, 에어콘 등을 생산하는데 방글라데시에서 판매되는 냉장고의 80%, TV의 30%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및 중동, 아프리카, 인도 등지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생산 설비 확충에 한국 기술과 한국 설비가 다수 도입됐으며 한국의 지속적인 기술 지도도 품질 개선에 많은 역할을 했다. 최근 방글라데시의 소득 증가로 인한 중산층 증가, 전력 보급율의 급격한 개선으로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Walton사는 이러한 변화에 신속히 적응한 대표적인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그동안 전기가 들어가지 않아 가전 제품을 생각치도 못했던 사람도, 가난해서 결혼할때 가전제품을 혼수로 장만할 꿈도 못꾸던 사람도 이제 전기가 들어가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시장 수요를 과감히 사업에 반영한 결과이다.
방글라데시 기업 분석 및 파트너 선정 시 유의사항
방글라데시 기업 정서나 성장 과정은 우리의 그것과 차이가 많이 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나름대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특정 기업은 정치적인 후광을 입어서 승승장구하는 경우도 보게되며 반대로 정권이 바뀜에 따라 불이익을 받게되는 기업도 있다. 또 어떤 기업은 도저히 정상적인 기업활동이라고 볼 수 없는 범죄 수준의 행태를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에 발전소, 은행을 소유한 대기업 오너가 정부 수출입은행 관계자를 협박하는 과정에서 총기를 사용하고 전용기로 태국으로 도망간 사례도 있다. 이 회사는 방글라데시 최대의 스마트 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국내외적으로 그 이름도 널리 알려진 기업이다. 이렇듯 아직 방글라데시 대기업들이 기업공개도 투명하게 돼 있지 않고 우리와 비즈니스 관행이나 인식 수준에서 많은 차이가 나는 만큼 합작 투자나 비즈니스 파트너로 고려 시에는 보다 면밀한 기업조사와 평판 조회 등 세심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많은 대기업들이 창업 1세대 혹은 선대 경영진의 고령으로 2세 경영체제를 서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초기 무역업에서 시작하여 최근 제조업으로 사세를 크게 확장해 가고 있는 Fair Electronics사의 회장 Mr. Mahbub씨는 "그동안 방글라데시의 교육이나 생활수준이 낮아 대부분의 재벌 2세들은 해외에서 장기간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 영어 구사는 물론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경우가 대부분인데 반면 방글라데시 비즈니스 환경이나 시장 상황에 대해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하면서 "이러한 2세 경영 체제의 시작으로 대기업별로 사업분야나 경영형태의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사점
대기업들은 그동안 섬유.봉제, 제약, 부동산 개발, 생필품 등으로 자본을 축적해왔으나 산업발달 추세에 발맞춰 특히 신규 제조업 분야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내수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지만 자체 생산제품과 유통 인프라가 열악한 현실에서 대기업들의 제조업, 서비스업 투자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 과정에서 우리 수출기업이나 현지 진출 기업들에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각 기업별 성장 배경, 기업문화, 경영방식 등이 상이하므로 반드시 현지 관련 기관, 기 진출 외국기업, 컨설팅사 등을 통한 다양한 평판조회와 기업 분석이 바탕이 돼야 예기치 못한 문제의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
자료: 기업 인터뷰, Bangladesh Economic Review, Bangladesh Stock Market, KOTRA 다카 무역관 보유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