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해초 사료로 축산업계 메탄가스 줄인다
- 축산업계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해초사료, 원료 바다고리풀에 관심 확대 -
- 정부, 산학연, 글로벌 기업 협업으로 해초 사료 개발 및 생산, 가공시설 투자 증가 -
호주 사료 및 사료첨가제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24억 호주달러로 향후 5년간 약 1.5%의 증가율을 나타낼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 회복됨에 따라 육류 수출 및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어 사료 및 사료첨가제에 대한 수요도 지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사료 및 사료첨가제 수요동향
자료: IBIS World
호주농업자원경제국(Australian Bureau of Agricultural and Resource Economics and Sciences)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호주에 육류용 소(beef cattle)는 약 2100만 마리가 있으며 사료 및 사료첨가제 시장에서 35%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해당 시장의 경우,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2020년 상반기 호주 가뭄으로 인해 사료 및 사료첨가제에 대한 소비가 증가했다. 젖소(dairy cattle) 목장에서의 수요는 9.5%를 차지하며 육류용 소보다 숫자는 적지만 한 마리당 사료 소비는 더 높으며 호주 목장에서는 좋은 품질의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사료첨가제에도 지속 투자를 하고 있다.
호주 양(sheep) 농장은 대부분 NSW주, VIC주, WA주에 위치해 있으며 전체 사료 및 사료첨가제 시장 수요의 5.3%를 차지한다. 대부분 방목을 하고 있으며 사료는 가공되지 않은 곡물을 먹이고 있다. 호주 가금류(poultry) 농장에서의 수요는 3.9%이며 닭고기 소비량이 매년 증가하면서 사료에 대한 수요도 상승하는 추세이다. 호주 돼지 농장의 경우 2.5%의 낮은 점유율은 나타내며 수입산 돼지고기와 경쟁으로 호주 자국 내 돼지고기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좋은 품질의 사료와 사료첨가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호주 가축사료 전문 유통사인 N사의 대표는 KOTRA 멜버른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현지에서 직접 사료를 생산하는 기업이 약 150개가 있으며 저가 제품의 경우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언급했다. 현지 농장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사료 및 사료첨가제에 대한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호주 탄소배출량의 10%, 축산업에서 발생
호주 CSIRO(연방과학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13억 명의 인구가 축산업에 종사하며 식량 빈곤 퇴치와 더불어 경제 성장을 위해 가축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전 세계 15억 마리의 소 한 마리당 연간 100kg의 메탄가스가 나오며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15%가 축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축산업을 포함한 농업에서의 탄소배출량 비율은 10%에 이른다. 전체 온실가스 중 메탄가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6%이지만 이산화탄소 보다 28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990∼2050년 호주 탄소배출량
(단위: MtCo2)
자료: Climate Action Tracker
호주 정부에서는 ‘Australia’s Making Positive Energy’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TV 및 라디오 공익광고, 언론, 디지털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업별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200억 호주 달러 규모의 저탄소 기술 투자에는 미래 가축 사료(future livestock feed) 분야도 포함되며 60억 호주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최근 해초 사료가 탄소배출량을 8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기술 개발과 산업 내 적용이 빠르게 이루어지도록 2300만 호주 달러를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Australia’s Making Positive Energy’ TV 공익광고
자료: Positive Energy 웹사이트
메탄가스 발생을 줄이는 특효약 해초 사료 스타트업
호주 정부, 관련 기관, 투자기업 등에서 관련 스타트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해당 기술을 상업화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 FutureFeed
CSIRO는 호주축산공사 MLA(Meat and Livestock Australia), James Cook University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축산업계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발생을 줄일 수 있는 해초 사료를 연구해왔다. 2020년 CSIRO는 AGP, GrainCorp, Harvest Road Group Woolworths Group 등으로부터 1300만 호주 달러의 투자를 유치해 스핀오프 기업인 FutureFeed를 설립했다.
약 20여 가지의 해초를 채취하여 연구한 결과 분홍색 해초인 바다고리풀(Asparagopsis)에 브로모포름(bromoform)이라는 유기화합물이 있어 소, 양, 염소 등과 같이 먹이를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이 사료를 소화하는 단계에서 메탄가스의 발생을 막는 것을 발견한다. CSIRO에 따르면, 바다고리풀을 건조시켜 만든 사료첨가제를 소에게 먹일 경우, 메탄가스 생성을 8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 전 세계 축산 농장의 10%가 일일 사료 섭취의 1%에 해초 사료첨가제를 추가해 먹인다면 연간 120메가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으며 이는 도로 상에 자동차(가솔린 연료) 1억 대를 없애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한다.
FutureFeed에서는 QLD주에 위치한 Keppel Bay에서 수집한 해초를 사용해 메탄 감소에 대한 연구를 21주 동안 진행했다. 테스트 초기에 소들의 내장에 있는 미생물이 해초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효율성이 더 증가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육류의 맛과 품질에도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8월 National Science Week에서는 호주 유명 셰프인 Matt Moran과 함께 해초 사료를 먹고 키운 쇠고기로 요리한 스테이크(seaweed-fed steak)를 소개하기도 했다. 향후 바다고리풀 사료첨가제가 호주와 글로벌 축산업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다고리풀 및 해초 스테이크(seaweed-fed steak)
자료: CSIRO, MLA
2) Sea Forest
TAS주에 위치한 바다고리풀 생산 스타트업 Sea Forest는 호주 환경운동가인 Sam Elsom이 2019년에 설립한 업체로 올해 2월 호주 정부의 ‘Accelerating Commercialisation’ 최종 라운드에서 100만 호주 달러 지원금을 받았다. FutureFeed사와 협업 하에 자체 개발한 방식으로 기존의 홍합 양식장을 바다고리풀 재배지로 용도를 변경하여 바다고리풀 해초를 대량 생산해 공급할 계획이다.
Sea Forest의 바다고리풀 재배시설
자료: Sea Forest
또한, 지난 4월에는 MIRA(Macquarie Infrastructure and Real Assets), Peter Gunn’s PGA Investment, 기업가이자 환경운동가인 Rob Purves 등이 자금 모집에 참여해 3400만 호주 달러의 펀딩을 추가로 유치했다. 해당 투자금은 TAS주 수도 Hobart 북부에 위치한 Triabunna 해안에 1800헥타르 규모의 시설을 신축하고 특허 개발 및 R&D 연구에 사용할 계획이다.
지난 7월에는 뉴질랜드계 글로벌 유제품 제조사 Fonterra와 타즈매니아 농장에서 키우는 600마리의 젖소에게 먹일 바다고리풀 트라이얼 계약을 체결했으며 Kingston Wool에도 해초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 University of Tasmania, James Cook University, 뉴질랜드의 University of Waikato와 연구 협력 계약을 맺었다. Sea Forest는 확충된 시설에서 매년 7000톤의 해초를 생산해 축산업계에서 발생하는 4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 CH4 Global
2019년에 설립된 CH4 Global은 미국에 본사가 위치하며 호주, 뉴질랜드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메탄 감소를 위한 바다고리풀 사료 특허권을 소유하고 있는 Future Feed와 라이선스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호주에서 판매할 수 있는 규제 승인을 받았다. Future Feed사는 축산업용으로 생산되는 바다고리풀 사료첨가제 1kg당 약 1호주 달러의 로열티를 받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0월 CH4 Global은 기후변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DCVC Bio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총 1300만 달러의 시리즈 A 펀딩을 유치했다.
올해 1월에 SA주에 위치한 Yorke Peninsula에 상업용 해조류 양식장을 설립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으며 사료의 주 원료인 바다고리풀 재배는 Narungga Nation Aboriginal Corporation에서 맡아 진행한다. 온수에서 자라는 붉은 해초류인 Asparagopsis taxiformis와 냉수에서 자라는 Asparagopsis armata를 생산할 예정이다. 씨앗이 수확과 가공이 가능할 정도로 자라는데는 45~60일이 소요된다.
CH4 Global에서 재배하는 바다고리풀
자료: Australian Seaweed Institute
CH4 Global은 호주에서 Organic Technology Holdings, Siemens Australia와 혁신 파트너로서 계약을 체결, 9000만 호주 달러 규모의 가공 시설은 Pirie Meats에서 건설할 계획이다. 또한, 세계 최초로 SA주 농업 허브인 Port Pirie 지역에서 키우는 1만 마리의 소에게 먹일 수 있는 해초 사료첨가제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7월 SA주 주정부는 해초 산업(seaweed industry) 상업화를 위한 150만 호주 달러 규모의 지원을 발표했으며, 향후 남호주에서 연간 1억4000만 호주 달러 가치의 해초를 생산하고 12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사점 및 전망
호주 축산업에서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기 위한 솔루션으로 메탄가스를 줄이는데 큰 효과가 있는 바다고리풀 해초 사료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호주해초연구소인 Australian Seaweed Institute에서는 2020년 8월 ‘Australian Seaweed Institute Blueprint’ 보고서를 발표하고 호주 해초 산업이 지속 성장하여 2025년까지 1억 호주 달러, 2040년에는 15억 호주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해당 보고서에서 세계적인 해초 생산국 중 인도네시아, 필리핀, 한국에 대한 언급과 함께 호주의 최대 해초류 수입국 중 하나인 한국의 발달된 김 재배 양식장을 소개했다.
호주 정부와 관련 업계에는 그동안 해초류 생산에 큰 관심이 없었으나 다양한 효능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발견되면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미 해초(김, 다시마, 미역, 톳) 생산과 가공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달되어 있으며 해초 사료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관련 국내 기업에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해초 사료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제품 개발 및 가공, 현지 기업과의 협업 기회를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료: IBIS World, CSIRO, ABC News, Financial Review, Smart Company, 각 기업 웹사이트, KOTRA 멜버른 무역관 인터뷰 및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