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연합 무역기술위원회(TTC) 발족

- 본 위원회 중국에 대한 언급 無, 하지만 중국 견제 기관으로 평가됨 –

- TTC 발족, 우리기업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도 -

급속도로 발전하는 첨단기술과 복잡해지는 글로벌 공급망 체제 속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첫걸음을 내디뎠다. 2021년 9월 29일 미국과 유럽연합은 미국 피츠버그시에서 국제무역 및 첨단기술에 관한 양자 간 협력 확대를 모색하는 기구, 미국ㆍ유럽연합 무역기술위원회(US-EU Trade and Technology Council 이하 TTC)를 발족시켰다.

동 발족식에는 美 국무부(DOS) 장관 안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美 상무부(DOC) 장관 지나 레이몬도(Gina Raimondo), 美 무역대표부(USTR) 대표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등이 참석했으며, 유럽연합에서는 경쟁위원회 집행위원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 및 무역위원회 집행위원 발디스 돔브로브스키(Valdis Dombrovskis) 등이 참석했다.

동 위원회는 인공지능서부터 국제무역(공급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의 국제적 질서 및 새로운 표준 제시를 공언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10개의 워킹그룹(실무진)을 구성하여 각 부서에 맞는 논제와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미국은 상무부, 국무부, 무역대표부를 필두로 담당 부서를 배정했으며 유럽연합은 연결, 성장, 통상총국을 주요 대응부서로 지정했다.

TTC 의제 및 워킹그룹

자료 : 피터슨경제연구소(PIIE) 및 백악관 Fact Sheet

무역기술위원회는 ▲비시장국과의 무역분쟁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 ▲투자심사 강화 ▲수출통제 ▲인공지능 등을 향후 몇 개월간 대응해야 하는 주요의제로 선정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비시장국과의 무역분쟁: 미국과 유럽연합은 비시장국가 및 제3국의 영향을 완화하는 공동전략을 개발하고, 특히 최첨단 기술에서 파생된 제품과 서비스 분야에서 불필요한 무역 장벽을 낮추는 노력을 통해 경쟁력과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자 한다. 또한 노동자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강제노동과 미성년노동을 퇴치하며, 관련 무역, 기후, 환경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할 것이다.

2)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 미국과 유럽연합은 반도체 공급망 분야에서 투명성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며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발견된 약점을 보완하고 R&D(반도체)에 대한 투자증진 및 회복 탄력적인 제조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다.

3) 투자심사 강화: 미국과 유럽연합은 산업별 동향, 투자 출처, 거래 유형, 위험요소 및 민감정보 등을 포함하여 보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데이터를 서로 공유할 것이다.

4) 수출통제: 미국과 유럽연합은 다자간 수출관리체제를 구축하여 제3국으로의 지원확대를 지향하고 인권탄압 수단으로 전용 가능한 첨단기술의 수출을 방지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5) 인공지능: 미국과 유럽연합은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으며 보편적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존중하는 AI 시스템을 개발 및 구현하고 사생활 보호 강화를 위해 고안된 AI 기술의 문제점을 개선할 것이다.

이 중 수출통제 실무진(상무부, 국무부, 통상총국)은 올해 10월 27일 1차 온라인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양측은 수출통제와 관련한 의제발굴 및 협력 가능분야에 대하여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이슈의 중장기 전략은 차기 TCC 회의에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대표 실무진 모습

자료: Politico

평가 및 시사점

동 위원회는 양측의 협력관계 증진보다 각측의 이익추구를 위해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양측은 서로 자동차 분야의 관세부과를 요구한 이력이 있다. 유럽연합은 미국산 자동차에 관세부과를 주장했고 미국은 유럽산 픽업트럭에 관세를 주장했다. 또한, 민감 주제인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농산물, 중국견제 등에서는 언급이 없었다. 특히 ISDS 및 농산물 분야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오래전부터 해결하고자 했던 난제다. 그 외 미국의 유럽산 철강ㆍ알루미늄 관세부과 조치 등 조심스러운 의제는 많지만, 외신은 ‘양측이 민감한 주제는 피하고 협력 가능한 부분만 강조했다’ 평가했다.

TTC는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6월 유럽 방문 당시 반도체 및 부품 공급망 강화 차원에서 설치하기로 한 기구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계속해서 주장했던 ‘중국 정부의 불공정무역 억제’에 대한 논의는 본 회의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TTC의 설치목적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블룸버그통신(Bloomberg)은 미국이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쿼드(Quad)' 협력을 유럽까지 확대하여 對中 포위망을 더욱 견고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의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동 기구는 미국의 최첨단 산업에 대한 견해를 알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첨단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우리기업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첨단기술 등 다양한 산업에서 우리기업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소재 통상로펌 S사는 미국은 독단적으로 첨단기술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할 수 없으므로 한국과 같은 주요 동맹국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자료: White House Fact Sheet,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Bloomberg, Information Technology & Innovation Foundation 및 KOTRA 워싱턴 무역관 자료 자체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