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탄소중립 정책과 카자흐스탄 석유산업의 미래
- 유럽연합, 탄소중립 달성 위해 ‘탄소국경세’를 포함한 관련 정책 추진 중 -
- 카자흐스탄 석유 수출의 절반 이상 유럽 집중, 유럽의 탈탄소 정책 추진 시 산업타격 예상 -
- 신기술·신산업 개발 및 신규 자원 탐사 등으로 탈석유 시대 대비 필요 -
산유국으로서 카자흐스탄의 입지와 세계 석유시장의 흐름
2021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보고서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은 석유 확인매장량 부문 12위, 석유 생산량 부문 14위, 천연가스 매장량 부문 16위, 상업용 가스 생산량 부문 22위를 기록한 석유가스 자원강국이다. 또한 2020년 말에 이르러 세계 석유 시장의 분위기는 백신 접종 및 전 세계 비즈니스 활동재개에 대한 기대로 긍정적 전망을 띠게 되었고, 올해 산유국들은 석유 생산을 단계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이는 자원강국인 카자흐스탄에게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 5월 말, 카자흐스탄과 같은 석유 수출국에게는 의미심장한 국제 사건이 일어났다. 한 환경단체가 세계 최대 석유가스 기업 중 하나인 Royal Dutch Shell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에 대해 네덜란드의 헤이그 법원은 동 기업에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감축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물론 최근 탄소 중립이 전지구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국제적 동조가 확대되고 있지만, 이와 같은 판례는 글로벌 메이저 석유기업들에게는 다소 급진적이고, 충격적인 판례였다. 바야흐로, 석유업계에 대한 탄소저감 가속화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최근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국제 에너지 기업들이 올해부터 석유가스 탐사 프로젝트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였다.
전세계적 석유 확인 매장량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BP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석유 확인 매장량이 2019-2020년 기간 중 연이어 감소한 것이다. 카자흐스탄 석유가스 연구소(Kazakh Institute of Oil and Gas)의 A. Tukaev에 따르면 "이와 같은 상황은 전통 석유산업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고, 막대한 자금이 녹색 에너지 개발에 투자된 점에서 기인하며, 장기적으로는 석유 자원이 보충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세계 석유 확인매장량 연도별 증감현황
(단위: 십억 배럴)
(자료: inbusiness.kz)
유럽에서는 이와 같은 탄소중립 트렌드에 대해 비교적 오래전에 국민적 컨센서스(동의)가 형성되었으며, 정부차원의 정책들이 광범위하게 추진되고 있다. 또한 기타 선진국들도 화석연료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석유를 주요 품목으로 수출하는 카자흐스탄은 자국 석유산업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유럽의 움직임
최근 유럽 연합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5%까지 줄이고 2050년 완전한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탄소국경세 초안을 발표했다. 수입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본 제도는 2023년부터 도입되어 3년의 과도기를 거친 후 2026년부터 전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부터 탄소국경세는 전기, 철강 및 광물 등의 부문에 적용되고, 2026년부터는 기타 금속, 석유화학 제품 등 다른 부문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카자흐스탄은 석유 수출 시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에 대해 세금을 물어야 하게 된다.
탄소배출 감축 정책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 중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7.14(수), 벨기에 브뤼셀)
자료: euractiv.com
또한 자동차 시장은 석유가 주요 연료로서 활용되는 분야이다. 그리고 현재 유럽국가의 자동차 시장이 전기에너지 자동차로 대체되어 가고 있는 현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2035년 내연차량의 완전한 퇴출을 추진 중이다. 동시에 유럽은 전세계 전기차 보급률 1위 지역이다. 2020년 기준, 유럽에 등록된 전기차는 약 139만 5000대로 전체 차량 등록수는 20% 감소했지만, 전기차는 137% 증가했다. 전기차 상용화의 선두국가인 노르웨이에서는 전기차 점유율이 무려 75%에 달했다. 향후 수년 내 전기차의 가격이 내연차보다 저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시간이 갈수록 전기차 운용수는 증가할 것이며, 이는 다시 석유수요의 정체 또는 하락으로 귀결될 것이다.
2019-2020,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 증감추이
(단위: 천 대)
자료: ev-volumes.com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세를 비롯하여 기업의 친환경 경영활동을 규정하는 분류체계인 이른바 ‘택소노미(Taxonomy)’를 도입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에서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거나 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기업은 경영활동에서 탄소배출 축소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게 된다. 유럽의 석유기업은 석유의 생산 및 운송에 있어 최소한의 탄소를 배출해야 하며, 매년 공시되는 기업 경영보고서에 이와 관련된 내용을 하나의 챕터로 기술해야 한다. 택소노미라는 관행은 전세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각 나라의 기업들은 이에 적응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자흐스탄 또한 유럽 택소노미 관행의 틀 내에서 석유 수출 분야에 필요한 조정을 가해야 할 것이다.
카자흐스탄 석유 산업이 직면한 미래
유럽은 카자흐스탄의 주요 석유 수출시장으로 2020년 기준, 카자흐스탄이 수출한 전체 석유의 65%가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향했다. 카자흐스탄은 이들 국가로만 약 153억 달러의 석유를 수출하였고, 이는 국가 전 품목 수출액(469억 달러)의 33%에 달하는 액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 연합의 탄소국경세 도입, 전기차 보급, 택소노미 체제로의 이행 등은 카자흐스탄의 석유 수출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분명 유럽에서 카자흐스탄 석유에 대한 수요 하락을 초래하고, 수출에 따른 수익을 감소시켜 카자흐스탄 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2020년 카자흐스탄의 對EU 회원국 석유수출 현황
(단위: 천 달러)
HS코드 2709(석유와 역청유) 기준 |
||
순위 |
국가 |
수출액 |
1 |
이탈리아 |
6,534,242 |
2 |
네덜란드 |
2,549,027 |
3 |
프랑스 |
1,603,806 |
4 |
그리스 |
1,282,523 |
5 |
루마니아 |
1,235,893 |
6 |
스페인 |
1,083,603 |
7 |
크로아티아 |
309,903 |
8 |
폴란드 |
250,604 |
9 |
핀란드 |
182,472 |
10 |
불가리아 |
181,523 |
11 |
벨기에 |
118,986 |
12 |
독일 |
4,640 |
13 |
스웨덴 |
1,088 |
EU 회원국 수출액 |
15,338,310 |
|
전세계 수출액 |
23,703,746 |
자료: 카자흐스탄 통계청
카 총리 A. Mamin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이 현재의 산업정책을 유지할 경우 2035년까지 카자흐스탄 전산업 유럽 수출 수익의 18.4%가 탄소국경세 납부액으로 지출될 전망이다. 또한 무역통합부 장관에 따르면 그 납부 규모는 연간 15억 달러에 달할 것이다.
또한 유럽으로의 석유수출 감소는 카자흐스탄의 가스 생산 하락을 동반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은 석유와 가스 생산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는 석유 유전에서 가스 또한 채굴하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에서 활동하는 국제 석유 기업들은 석유 판매 감소로 인해 유전에서의 생산활동을 대폭 감소시킬 것이며 그렇게 되면 유전으로부터 얻어야 하는 가스의 생산량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국내수요에 대한 공급도 어려워 질 수 있는 것이다. 현지 에너지분야 전문가인 A. Abildaev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국가기관은 스스로 가스를 채굴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을 사용하는 기업으로부터 가스를 구매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원유생산이 줄어들 경우) 원유채굴기업으로부터 가스공급의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유럽연합 환경 전략의 기조는 기본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의 완전한 중단이다. 에너지 시장에서 석유 지배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것이 보다 분명해지면 석유 수출국가들은 채굴비용을 낮추려는 노력으로 시작해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일 것이다. 카자흐스탄도 이와 같은 경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을 것이며, 결국 전반적인 유가하락과 함께 국가경제가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카자흐스탄이 나아가야 할 방향
이와 같은 석유산업의 위기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대응책에 대해 현지 전문가들은 일관된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카자흐스탄은 아직 석유가 에너지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을 때, 석유생산을 최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 및 인구의 성장과 함께 에너지소비가 급증하는 아시아 시장으로의 수출판로를 더욱 개척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아직 석유가 유용한 시대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녹색경제 체제에 적합한 새로운 자원에 대한 탐사가 수반되어야 한다. 자원 탐사에는 10-15년의 장기간이 소요되므로,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실행에 나서야 할 것이다. 녹색경제 인프라 개발에 사용되는 니켈, 알루미늄, 리튬 등의 자원은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석유자원을 잃게 될 것이라면, 기회가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자원영역에 대한 신속한 파악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경제의 석유산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신기술·신산업 개발 및 이를 통한 경제구조 다각화는 더욱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이미 농업, 제조업, 재생에너지 개발 등 대체산업에 대한 정부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더 많은 국가적 투자와 연구가 지속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럽 국가들이 석유 사용을 중단한다면 석유화학 산업을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팔지 못한 석유가 대량으로 국내에 남게 된다면 이 석유를 활용하여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석유화학 공장을 더 지어야 할 것이다.
결국 카자흐스탄은 새로운 트렌드를 인정하고, 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석유 구매자가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적어도 5년 후에는 이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카자흐스탄은 탄소중립의 흐름을 점진적으로 반영하여 현재 가능한 최대치의 석유를 생산함과 동시에 대부분의 선진국이 탄소 제로의 경제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여 새로운 대외 에너지 정책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료: kapital.kz, lsm.kz, inbusiness.kz, strategy2050.kz, rus.azattyq-ruhy.kz, inform.kz, business-gazeta.ru, nalogikz.kz, ru.sputnik.kz, news.mt.co.kr, ft.com, biz.khan.co.kr, newsquest.co.kr, digitaltoday.co.kr, ev-volumes.com, magazine.hankyung.com,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