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 Global

美 선박 물류 지연, 그 원인을 파헤치다

- 선박 도착부터 컨테이너 반납까지, 물류 진행 과정으로부터 파악해보는 현 사태의 원인과 전망 -

-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 서부 해상 물류 지연 문제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울 듯 - 


 

 

코로나19 재유행이 심화되던 작년 하반기, 추수감사절 시즌과 함께 대두됐던 미국행 선박 운송 지연 및 미국 서부 항구들의 적체 문제가 최근까지도 지속 중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작년 당시에는 연말 혹은 2021 2~3월 내에 해당 문제가 일부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2021 1분기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현시점에서도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양상이다. 이렇듯 지속되는 미국 서부 해상 물류 지연 문제, 도대체 무엇이 원인일까? 한국 기업들을 포함해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다수의 아시아 기업들이 이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선박 도착부터 컨테이너 반납까지 물류 진행 과정을 차근차근 살펴보며 그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선박 도착부터 컨테이너 반납까지, 물류 프로세스 살펴보기

 

위와 같은 지연 및 적체 문제를 이해하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본적인 물류 프로세스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물류 프로세스에서의 큰 구성 요소를 살펴보자면, 화물을 해외 고객에게 보내는 화물의 주인 ‘화주’, 화물의 이동수단인 컨테이너와 선박을 소유한 ‘선사’, 화물을 픽업해 고객에게 배송하는 역할을 하는 ‘트럭 운송사’, 화물 이동 및 운송의 핵심 기지인 ‘항구 및 터미널’, 화물의 적재부터 운송까지 그 중간 과정들을 조율하는 ‘물류 기업’ 등을 꼽을 수 있다. 화주의 의뢰에 따라 컨테이너에 실린 화물은 선박에 적재돼 목적지로 향하고 컨테이너로 가득 찬 선박은 목적지의 항구에 도착한다. 항구의 터미널에 도착한 선박은 배정받은 정박지(Berth)에 배를 세우고(Docking), 컨테이너 하역(Discharge) 작업을 거친다. 항구 터미널에 내려진 컨테이너 속 화물은 트럭 기사의 컨테이너 픽업(Load)을 통해 트럭에 실려 고객에게 배달되고 해당 트럭 기사가 빈 컨테이너를 항구로 다시 반납(Return)하는 것으로 큰 프로세스가 마무리된다. 그 이후 빈 컨테이너들은 실려 왔던 선박에 다시 실려 출발지인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살펴본 것과 같이, 화물이 성공적으로 배달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일손·수단·장소 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화물 운송 프로세스는 그리 간단한 작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화물은 운송을 담당하는 여러 인력 및 화물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장소의 시스템과 구조에 상당히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할 수 있으며, 이는 현재 미국 서부 해상 물류 지연 문제와도 일맥상통하는 듯 보인다.

 

인력 측면의 원인

 

각각의 프로세스에서 직접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역시 사람의 몫인데, 작년 팬데믹의 출현 이후 이처럼 화물 운송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현장의 인력’에 평소와 다른 여러 가지 상황들이 맞물려 닥치며 현재의 물류 지연과 적체 상태를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현장의 인력들이 겪는 문제 상황이란 과연 무엇일까?

 

가장 큰 것은 바로 ‘코로나19의 발생’이다. 정박지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인력, 항구의 시스템과 예약 일정 등을 관리하고 조율하는 인력, 샤시(Chassis)나 빈 컨테이너 적재지의 인력, 트럭 기사들 등 화물 운송과 관련된 모든 최전방 인력들 중 한 명이라도 코로나19에 걸리면 해당 현장의 모든 업무가 ‘올 스톱’이다. 특히나 항구 터미널의 경우, 직원 한 명이라도 코로나19 확진 시 터미널 전체가 일정 시간 폐쇄된다. 이러한 터미널의 셧다운은 해당 터미널 내 수많은 정박지의 하역 및 픽업 작업뿐만 아니라 빈 컨테이너 반납을 위한 트럭 기사들의 터미널 진입까지도 중단시키기 때문에 실로 프로세스 지연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트럭 기사들의 코로나19 발병 역시 화물의 픽업 및 최종 고객 배달에 큰 지장을 준다.

 

현장 인력들이 겪는 또 다른 문제 상황은 ‘팬데믹에 대한 두려움’이라 할 수 있다. 항구로 들어오는 수많은 화물을 픽업해 최종 배송지까지 운송해야 하는 트럭 기사들 중에는 실제로 코로나19 노출에 대한 우려로 배달 일을 중단한 경우를 목격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값비싼 트럭이 운행되지 못해 금전적 손실을 겪는 트럭 운송사들도 많다. 로스앤젤레스 현지 물류업계 T 전문가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현재 평균적으로 화물 운송 트럭 10대 중 3대 가량은 운행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하니 위 같은 상황이 더 확실히 체감되는 바이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추가 실업 수당 등 금전적 지원의 확대 또한 최전방 트럭 기사들의 업무 복귀 의지를 일부 낮추는 듯한 양상이기도 하다.

 

항구 및 터미널에서의 원인

 

그렇다면 화물 운송 프로세스의 중심지인 항구와 터미널에서 맞닥뜨리는 문제 상황은 무엇이며, 이는 현재의 해상 물류 지연과 적체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항구가 직면한 가장 핵심적인 문제 상황 중 하나는, 물류 처리량이 전년대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LA 항구(The Port of Los Angeles)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올해 2 LA항의 화물 처리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7% 증가했다. 이전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던 이커머스 분야 수요는 코로나19 팬데믹 발생과 더불어 하늘 높이 치솟았으며, 재택근무와 가정학습 등 실내 생활이 증가함에 따라 가정에서 필요한 소비재 상품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급증했다. 이는 아시아로부터의 수입량 상승에 힘을 보탰고 위치적으로 주로 아시아발 화물을 소화하는 LA와 같은 캘리포니아 항구들의 화물량이 껑충 뛰는 결과를 초래했다.

 

모이는 선박이 평소보다 훨씬 많아지다 보니 정박지(Berth) 회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게 되고 컨테이너 하역 및 빈 컨테이너 회수 역시 적체를 빚으니 도착했던 선박의 회항 역시 지연되며, 이에 따라 새로 도착한 선박들의 정박 역시 뒤로 밀리며 바다 위에서 수일을 머무르는 사태가 초래된다. 이는 더 나아가, 현재 100% 예약제로만 진행되는 하역 컨테이너 픽업 및 빈 컨테이너 반납 시스템도 지연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컨테이너 픽업·반납 예약은 시스템 오픈과 동시에 순식간에 이뤄지는데 설상가상으로 위와 같은 터미널 적체로 인해 예약 가능한 일정(Appointment slots) 자체가 절대적으로 감소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는 선박의 정박, 컨테이너 하역, 픽업 및 화물의 최종 배달에까지 이르는 전체 프로세스를 평소 대비 약 2주 가량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여기에 앞서 살펴본 인력 측면의 문제까지 더해져, 적체와 지연 사태는 더욱 더 심화되고 있다.

 

예약 가능 일정(YES)보다 예약 불가능 일정(NO)이 더 많은 LA항 터미널별 컨테이너 반납 예약 일정표


: 3 23일 오전 8:50 기준

자료: APM Terminals

(https://www.apmterminals.com/en/los-angeles/practical-information/empty-receivables-and-open-areas)

 

엎친 데 덮친 비용 문제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LA항의 터미널들은 100%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터미널 예약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화물이 적재된 컨테이너를 픽업하는 ‘Load 예약’이며 다른 하나는 화물 배달이 끝난 빈 컨테이너를 반납하는 ‘Return 예약’이다. 이처럼 컨테이너 하나당 두 번의 예약이 필요함에 따라, 컨테이너를 배달하는 트럭 운송사나 이를 조율하는 물류회사들은 터미널 예약을 마치 전쟁처럼 치르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이다. 예약 가능 일정이 턱없이 부족해진 현 상황에서 픽업과 반납의 지연은 불가피해졌고 이는 심각한 비용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컨테이너 픽업과 반납이 지연되면 크게 두 가지 비용이 발생한다. 우선 ‘터미널이 부과’하는 비용인 ‘Demurrage Fee’가 있는데, 이는 Last Free Day(LFD)* 3일 안에 컨테이너 픽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부과되는 하루 약 250달러의 비용을 의미한다. 나머지 하나는 ‘선사가 부과’하는 비용인 ‘Detention Fee’이다. 이는 선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4일로 주어지는 Equipment Free Time** 내에 빈 컨테이너를 반납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으로, 평균적으로 하루에 약 100달러 수준이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터미널 예약 가능 일정이 대폭 감소한 상황에서 Last Free Day Equipment Free time이라는 기한 안에 컨테이너 픽업과 반납 예약을 잡을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T 전문가는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의 두 비용은 물류 및 운송업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주*: 화물 컨테이너가 선박에서부터 터미널로 하역된 뒤, 별도의 비용 없이 이를 픽업할 수 있는 기간

    주**: 컨테이너를 항구 및 터미널 밖으로 반출한 뒤, 별도의 비용 없이 이를 다시 반납할 수 있는 기간

 

결론 및 전망

 

코로나19 발생과 두려움으로 인한 화물 운송 인력 축소 문제, 폭발적인 물동량 증가로 인한 항구 및 터미널에서의 구조적인 문제 등 현재 미국 서부 해상 물류업계가 직면한 상황은 매우 복잡해 보인다. 또한, 항구와 선사로 명확히 나누어져 각각의 영역에 관여하지 않으려는 업계의 특성으로 인해 빠른 문제 해결이 어려운 탓도 있는 듯하다. 위와 같은 각 물류 프로세스 구성 요소들의 크고 작은 원인이 한데 엮여 지금의 이 복합적인 지연 및 적체 문제를 지속적으로 야기 중이며, 이는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의 의견이다.

 

그러나 희망이 아예 없지는 않다. T 전문가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팬데믹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계속 진행되고 있기에, 지금의 해상 물류 지연 사태 역시 조금씩 해소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 항의 Executive Director 역시 발표 자료를 통해 “현재 항구 및 터미널 근무 인력의 백신 접종에 초점을 맞추고 터미널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한 만큼, 터미널과 물류 업계가 머지않아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를 기대해 본다.

 


자료: 미국 로스앤젤레스 물류업계 전문가 및 트럭 운송사 인터뷰, The Port of Los Angeles, APM Terminals, 그 외 KOTRA 로스앤젤레스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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