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 Global

일본시장의 성공비결, '아이덴티티 상품' 이란?

- 진입과 철수의 반복, 해외 업체에게 일본시장은 난공불락 -

- 제품에 소비자의 가치를 투영시킬 수 있는 '아이덴티티'를 구축해야 -


 

 

오펠, 15년만에 일본시장 재진출

 

2020 2 18, ‘독일 오펠, 2021년부터 일본 시장에 재진입’이라는 뉴스가 보도되어 일본 자동차 업계에 놀라움을 주었다. 이는 2006년 오펠이 일본 시장에서 철수한 지 15년 만에 재도전하는 것으로,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펠은 1862년에 설립되어 자동차 회사로는 1999년에 100주년을 맞이했으며, 독일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다음으로 오래된 자동차 회사이다. 오랫동안 미GM 산하에 있다가 2017년 프랑스 PSA 그룹에 인수되었다.

 

(유럽 시장에서는) 고객들이 오펠, 포드, 폭스바겐의 사이를 오가는 이미지’(오펠의 미하엘·로셸러 CEO)로 유럽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그러한 오펠의 경영과제는 ‘유럽 외 시장 개척’이었다. 오펠은 2022년까지 20개국에 진출하는 것을 새로운 경영계획으로 세웠으며, 이번 일본 재진출은 그 비즈니스 계획의 일환이다. 2021년 하반기에 소형차 ‘코르사’, SUV ‘그랜드랜드X, 스테이션 왜건 ‘콤보 라이프’ 등 3개 차종을 일본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시장 재진입과 관련하여 M. 로셸러 CEO "더 이상 일본 시장에서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일본시장 재진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15년 만의 일본시장 진출 발표회에서 선보인 오펠 ‘코르사’

자료: Car Watch

 

PSA 재팬의 안젤로 시모네 사장은 오펠의 장점을 "Typical German Brand(전형적인 독일 브랜드)"로 꼽으며, 일본 수입차 시장에서의 독일 자동차의 인기를 비즈니스의 기회로 보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현재 일본 시장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JAIA(일본자동차수입조합)의 브랜드별 수입차 신규등록대수(일본) 조사에 따르면 ‘메르세데스 벤츠’, BMW’ 모두 2년 연속 대수가 감소했고, 오펠이 벤치 마크 중 하나로 꼽은 ‘폭스바겐’도 2019년 대수가 전년 대비 9.9% 감소했다. 반면 ‘볼보’, ‘지프’ 등의 독특한 브랜드는 호조를 이루고 있으며 PSA그룹의 ‘푸조’도 5년 연속 매출을 올리고 있다.

 

외국 스마트폰의 불모지 일본에 샤오미가?

 

한편, 작년 12월 중국 신흥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Xiaomi)가 일본에 진출했다. 당사는2010년 설립 이후 불과 9년 만에 세계 점유율 4위의 스마트폰 제조사로 성장하여 ‘중국의 apple’로도 평가되고 있다.

 

샤오미의 빠른 성장을 뒷받침한 마케팅 키워드는 ‘참여감()’이다. 이는 2014년 마케팅 담당 임원들이 출판한 책 이름으로, ‘참여하고 있는 감각’을 의미한다.

당시 샤오미는 SNS를 활용해 프레젠테이션을 실황 중계하고 팬클럽을 조직하는 등 주 사용자인 젊은 유저들이 샤오미의 성장에 관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 결과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브랜드 역량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일본시장 진출 프레젠테이션 모습(왼쪽)과 샤오미식 마케팅으로 화제가 된 책 ‘참여감’

출처: 교도통신, amazon

 

샤오미의 레이 준 CEO는 개회사에서 '참여감'을 설명하며 "태풍을 타면 돼지도 날 수 있다"며 자사의 마케팅 방식을 평가했다. 돼지는 샤오미를 의미하며, 돼지 스스로는 날 수 있는 힘이 없지만 인터넷 붐(, 태풍)을 타면 예기치 않은 도약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일본 진출 프레젠테이션을 트위터로 실황 중계한 것은 바로 샤오미식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며, 향후의 전개에 대해서도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일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화웨이 기술, OPPO가 점유율 확보에 나섰지만 현재 5위권 안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일본 시장은 미국 애플과 국산 업체가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에서도 독특한 시장인 것이다.

 

일본시장에서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공통점은?

 

자동차와 스마트폰(모바일폰)에는 공통점이 있다.

외국 제조업체들이 일본 시장에서 진입과 철수를 반복한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 예시로 자동차 분야에서는 오펠, 포드 등을 들 수 있으며 핸드폰 분야에서는 노키아, 블랙베리 등을 들 수 있다.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시장환경의 변화(일본 시장의 매력 저하 등)나 경영 변화(사업 철수 등)로 인해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여러 요인이 있다 하더라도 일본 시장에서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계 유수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시장에서 철수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일본의 ‘아이덴티티 상품’ 공략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덴티티 상품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해당 제품에 소유자의 정체성을 투영하고 있는 제품이다. 아이덴티티 제품은 곧 그 사람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매우 엄격한 구매 의식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때가 됐으므로 (일본 시장을) 재활성화 하겠다"
2016년 일본시장 진입확대를 선언한 모토로라 모빌리티 재팬의 Adamopoulos 사장(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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