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자동차 산업의 위기와 정부의 구제방안
- 코로나19로 4월 판매율 88.8% 감소-
- 마크롱 대통령, 친환경차 개발 및 리쇼어링 정책 담긴 80억 유로 규모 구제방안 발표-
자동차 제조와 서비스는 약 90만 명의 일자리가 달려있는 프랑스의 중요한 산업이며, 프랑스 정부는 대표적인 국내 완성차 기업인 르노(Renault)와 PSA의 최대주주다. 프랑스 자동차 시장은 코로나19확산과 락다운 조치로 4월 한 달 판매량이 90% 가까이 폭락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80억 유로 규모의 대대적인 구제방안을 발표하며 프랑스 자동차 산업의 방향을 제시했다.
프랑스 자동차 시장, 코로나19로 사상 최악의 위기
프랑스 자동차 산업은 코로나19와 이에 따른 락다운 조치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산업 중 하나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활성화 된 2020년 3월 판매량이 72.2% 감소했고, 4월에는 급기야 88.8%까지 감소하기에 이르렀다. 완성차 기업별로 살펴보면, 4월 한 달 동안 PSA(Peugeot, Citroën, DS, Opel)의 신차 판매율은 84.3%, 르노(Renault)는 83.8%까지 감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 기업의 신차 판매율은 총 84.2%가 줄었으며, 외국기업의 경우 95.3%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국내 자동차 판매율 추이
자료: 프랑스 자동차공업협회(CCFA)
1분기 전체 실적을 살펴보면, 르노 자동차의 매출은 총 19.2% 감소했고, 판매율은 26% 감소했다. PSA의 경우 매출은 15.6% 감소, 판매율은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다. 특히 PSA는 역사상 처음으로 러시아에서의 판매가 프랑스 국내 판매율을 앞질렀다고 밝혔다.
“프랑스를 유럽 최대 클린카 생산국으로”80억유로 규모의 부흥책 발표
5월 26일 마크롱 대통령은 80억유로 규모의 역사적인 자동차 산업 구제방안을 발표했다. 구제 방안은 수요 진작, 친환경차 개발 지원 및 제조업의 국내 생산화, 3 가지 방향으로 구성됐다.
마크롱 대통령의 자동차 산업 구제방안 발표
자료: 르몽드(Le monde)
우선 국내 수요진작 차원의 지원방안에는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 프로그램으로 약 10억~13억 유로의 예산이 배정됐다. 일반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최대 7천 유로의 보조금을(현재 6천유로), 법인이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에는 5천 유로(현재 3천 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 보조금도 2천 유로씩 지급할 계획이다. 또한, 그동안 충분치 않다는 비판이 많았던 전기차 충전기도 2021년까지 10만 대 설치를 목표로 하게됐다.
판매율 저하에 따른 일반 자동차 시장의 재고량 급증 위기에 대한 구제방안도 발표됐다. 탄소배출량이 높은 구식 자동차를 배출량이 적은 신식 자동차로 바꿀 경우, 전기차가 아닌 경우 3천 유로를, 전기차인 경우 5천 유로의 보너스를 6월 1일부터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이는 연소득 18,000유로 이하의 가정에 한하며, 선착순 20만대에만 해당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5년 내 프랑스를 연간 백만 대 이상의 친환경차를 생산하는 유럽 제1의 클린카 생산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국가 차원의 계획으로 부가가치를 재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프랑스 내 제조공장의 현대화에 10억 유로의 예산이 배정됐다. 이 중 2억 유로는 공장의 디지털화를 위해, 1억 5천만 유로는 친환경차 연구 개발에 투입될 예정이고, 6억 유로(르노와 PSA각각 1억 유로 참여)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투입된다.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 |
ㅇ 총 10-13억 유로 |
차량 전환 시 보너스 |
구식자동차 → 탄소 배출량 적은 일반 차량 : 3천 유로 지급 |
생산 공장 현대화 |
ㅇ 총 10억 유로 예산 |
르노 자동차 50억 유로 긴급대출안과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
르노 자동차는 카를로스 곤 전 회장 스캔들에 이어 코로나19 위기까지 맞으며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이에 르노 자동차의 최대 주주(15.01%)인 프랑스 정부는 50억 유로 규모의 긴급대출안을 마련했다. 다만, 르노와 정부의 입장에 차이가 있어 긴급대출안 승인이 보류되고 있는데, 갈등의 중심에는 프랑스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이 있다.
경제부 장관, 브뤼노 르 메르(Bruno Le Maire)는 5월 25일 “지난 30년간 이어져왔던 프랑스 자동차의 해외 아웃소싱을 중단하겠다. 해외 아웃소싱이 기업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으나, 국가적으로 비용이 과도하고 지역적으로 손실이 크다”고 설명하며, 프랑스 거대 제조업의 리쇼어링을 바라는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50억 유로 긴급대출안에 대한 조건으로, 프랑스-독일이 진행하고 있는 배터리 공동개발사업에 참여할 것과 폐쇄 예정이던 노르망디의 클레옹(Cleon) 공장에서 전기차 모터를 생산할 것을 르노자동차에 요구했다. 전기차 모터 생산은 본래 중국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정됐던 것으로 일종의 리쇼어링 프로젝트다. 르노 자동차는 정부의 조건에 동의했으며, 모로코, 루마니아 생산시설 확대를 중단하고 러시아 프로젝트도 재검토 하기로 했다.
르노 자동차는 5월 29일 성명을 내고 향후 3 년 간 20억 유로의 비용절감 계획을 공개했다. 프랑스 내 4개 공장을 폐쇄하고 프랑스 인력 4,600명, 전 세계 인력 15,000명을 감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감원 계획에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계획대로 실행될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 정부는 4 개 공장의 노조와 원활한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긴급 대출안에 대한 승인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르노 자동차 프랑스 내 공장 현황
자료: Renault
전문가 의견 및 시사점
제조업과 의료, 보건분야 등 아시아 지역 의존도가 컸던 산업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공급중단의 위기를 겪으면서, 글로벌 가치사슬이 점차적으로 자국생산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오래 전부터 원해왔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동차 제조분야의 국내생산확대는 이번 위기로 보다 적극화 될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분석 전문가 슬리만(Sliman)씨는 KOTRA 파리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위기로 프랑스인들은 기업들이 되도록이면 국내로 유턴해 생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89%의 프랑스인은 그로 인해 가격이 상승해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했다”고 밝히며 “이번 위기는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을 많은 부분 바꿔놓았다”고 설명했다. 구매에 있어 프랑스인들의 우선순위가 가성비에서 안정성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프랑스를 ‘유럽 제1의 클린카 생산국’으로 만들겠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선언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위기로 프랑스는 친환경 자동차 제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가 자국 및 유럽 생산라인을 확대하는 추세지만, 실제로 실행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므로, 전기 배터리 등 친환경차 부품 공급업체들은 프랑스의 전기자동차 지원 정책 등의 흐름을 계속적으로 주시하며 적절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자료: 프랑스 자동차공업협회(CCFA), 일간지 르몽드(Le monde), 레제코(Les echos), 르피가로(Le figaro),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빌 매거진(Automobile magazine), 위진 누벨(L’Usinenouvelle), KOTRA 파리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