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 Economy

[음주 리뷰] 박재범이 만들었다는 ‘원소주’ 마셔보니…

[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이번 설 연휴에 드디어 원소주를 마셔볼 기회가 생겼다. ‘어른들의 포켓몬빵’이라고 불릴 정도로 품귀현상을 보이던 바로 그 소주다. 가수 박재범이 만들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온갖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원소주에 대한 시음 후기를 써보고자 한다.

 

내 인생에서 소주에 대한 강렬한 기억은 군대 시절에 머물러 있다. 민가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어 지나가는 할머니만 봐도 설렌다는 경기도 파주의 민통선 근처에서 군 시절을 보내던 때다. 2월 군번으로 묶여 자대 동기가 된 6명은 ‘식판’을 잡게 된 일병 말호봉 때부터 몰래 모여 술을 마셨다. 짬밥으로 치면 아직 드러내놓고 마실 처지가 안되어 병기창고라든지 막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초소 같은 은밀한 곳에서 술을 마시곤 했다.

 

당시에 마신 술은 월경으로도 불렸던 경월 소주였다. 가게라고는 근방에서 찾아볼 수 없기에 불법이지만 초소 근처 민가에서 술을 몰래 팔았다. 2리터 짜리 페트병에 든 경월 소주 한 병은 동기 6명이 나눠 마시기도 부족한 양이었지만 그때는 어찌 그리도 달콤했는지… 안주는 새우깡 하나면 족했다. 안주 없이 소주를 들이부은 날도 허다했다. 6명이 병나발로 서너 순 정도 돌아가며 마시면 2리터 짜리 경월 소주는 바닥을 보였다.

 

그때 배운 감탄사가 ‘캬~’다. 몰래 마시는 술이었기에 소리를 크게 내지는 못했지만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알코올에 가슴 속에서부터 밀려나오는 공기의 흐름은 정말 참기 힘들었다. 그때 경월 소주의 도수가 아마 25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언제부터인지 소주를 마시면서 캬~ 소리를 내본 적이 없다. 소주의 도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술도 아니고 물도 아닌 멩멩한 이 느낌은 솔직히 별로다. 1924년 출시된 진로가 35도에서 1960년 30도로 낮춰지고 1993년 25도 진로골드를 거치면서 2023년 1월 16.0도짜리 진로 리뉴얼이라는 술까지 나왔다. 소주는 쓴맛으로 삶의 고달픔을 달래주는 음료에서 달달하면서 잘 넘어가면서 소주로 점차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서두가 길었다. 캬~ 소리를 내본 게 거의 30년 만인 듯하다. 군대 시절 경월 소주를 병나발로 마시면서 나왔던 감탄사가 원소주를 마시면서 나도 모르게 나왔다. 그때만큼의 쓴 맛은 아니었지만 24도 알코올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짜릿하게 위를 툭툭 건드리는 느낌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희석식이 아닌 100% 증류식 원소주

원소주는 전통 증류식 소주로 국내산 쌀 100%로 만들었다고 한다. 일품진로, 화요, 대장부 등 익히 알려진 증류식 소주가 여럿 있지만 가수 박재범이 만들었다고 해서 더 유행을 탔다.

 

편의점 GS25에서 판매되는(지역 특산물로 분류되어 온라인에서도 구매 가능) 원소주는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400만 병을 돌파했다. GS25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 중 매출 순위 7위다. 원소주는 22도의 기본형, 24도의 스피릿, 그리고 28도의 클래식 세 가지 버전이 있다. 가격은 각각 14,900원 12,900원 21,900원이다.

 

3가지 원소주 중에서 GS25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건 원소주 스피릿(WON SOJU SPIRIT)이다. 원소주 스피릿은 증류 후 2주간의 옹기 숙성 과정을 생략해서 판매하는 상품으로 에탄올 함량도 기본형인 22도보다 높은 24도다. 이번엔 스피릿만 마셨지만 다음엔 기본과 클래식을 마셔볼 참이다.

 

예로부터 이어오던 전통주의 제조 방식을 재현해 희석식 소주와 달리 더 깔끔하고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이다. 일단 마셔본 후기를 적자면, 소주를 오랫동안 먹어온 사람으로서 그동안 뇌가 기억하고 있는 그 소주 맛은 아니다. 약간 도수가 더 높은 정종이나 사케를 마시는 느낌에, 살짝 위스키 비슷한 맛도 난다. 100% 쌀로 만들어서 그런지 끝에 막걸리 향이 살짝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맛이 쓰진 않고 달짝지근한 느낌이다. 일부 증류식 소주에서는 특유의 향 때문에 이마를 찡그리기도 하지만 원소주는 향도 나쁘지 않다. 소주 잔에 원소주를 따르고 냄새를 맡으면 에탄올 24%에 걸맞게 알코올 냄새가 코를 타고 올라온다. 그 냄새 속에 청주, 사케, 막걸리, 위스키 등 다양한 향들이 은은하게 믹싱되어 있는 것 같다. 다른 안주는 모르겠고 설날 제사음식에 원소주는 제격이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소주에 토닉워터를 섞어 하이볼로 마시는 게 유행이라고 하지만 소주는 스트레이트에 익숙해있는지라 한 잔을 툭 털어 마셨는데도 거부 반응이 거의 없다. 중국의 독한 술은 향이 코를 타고 올라와 뇌를 자극하고, 위스키는 쓴 맛에 몸이 부르르 떨리기도 하지만 원소주는 그런 느낌은 없다. 그냥 은은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격이다. 편의점에서 스피릿이 12,900원인데 솔직히 비싸다. 아직 편의점과 온라인 판매로만 되어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대형마트에서 판매한다면 1만원대 이하로도 판매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왕이면 5천원대면 좋겠지만 그건 욕심인 듯싶고 1만원대 이하로만 살 수 있다면 기존 희석식 소주 2병 먹을 바에야 원소주 한 병이면 충분하지 싶다.

 

▶ 식품유형 : 증류식 소주

▶ 업소명 : 원스피리츠 주식회사 농업회사법인

▶ 소재지 :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월송석화로

▶ 원재료 및 함량 : 정제수, 증류원액(쌀-국내산 100%)

▶ 에탄올 함량 :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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