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리뷰] CU 백종원의 제육한판, 푸짐함은 좋지만 얄팍함이 아쉽다
[리뷰타임스=안병도 기자] 예전부터 미국 매체의 기사나 리뷰를 보면 '경쟁은 좋은 것이다'라는 문구가 정말 자주 이용된다. 그렇지만 막상 한국에서는 그런 문구가 그저 미사여구로만 들릴 뿐 실생활에서 바로 체감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실제로 국내에서 소비자를 두고 업체간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져 소비자 혜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잠시 반짝하다가 곧 경쟁이 실종된 독과점 상황만 지루하게 펼쳐지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런데 오랫만에 경쟁이 주는 좋은 효과를 체감하는 사례가 편의점 도시락에서 나왔다. 지난 17일 CU에서 출시한 '백종원의 제육한판' 도시락이다. 이 도시락은 거의 확실히 그 전에 GS25에서 내놓은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의 영향을 받았다. 제육볶음이란 구성부터 시작해 정가 4500원에 한시 할인으로 3700원이 된다는 점까지 똑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백종원의 제육한판 도시락을 구매해 직접 먹어보며 살펴보았다.
1. 접근성
요즘 편의점에는 수많은 간편식 도시락이 계속 출시된다. 트렌디한 소비자의 흐름을 따라가며 판매량을 극대화 시키려는 목적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출시되긴 해도 실제 편의점에 가면 바로 보이지 않는 도시락도 있다. 예를 들어 원피스와 콜라보한 도시락 등은 미리 인터넷 등으로 주문을 해야만 구입하기 쉽다. 그런 면에서 백종원의 제육한판은 접근성이 나쁘지 않았다. 직장 근처 CU 편의점 3군데를 돌아 다녔는데 세번째 들른 곳에서 비치되어 있어 바로 구입 가능했다. 가격도 한시 할인이 바로 적용된 3700원이었다.
2. 조리편의성
편의점 도시락이므로 조리편의성은 최상급이다. 조리된 상태의 도시락 비닐 랩 포장을 뜯고나서 전자레인지에 2분 정도 데우면 된다. 뚜껑을 덮은 채로도 안심하고 전자레인지를 써도 된다고 표시되어 있다. 강력한 경쟁자이자 비교대상인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은 밥 위에 계란이 얹어져 있는데 비해 이 제품은 밥 위에 얇게 썬 햄이 얹어져 있다. 특색이 있어서 더 좋긴 하지만 스팸을 상당히 얇게 썬 점은 좀 아쉽다.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은 조리편의성을 약간 희생하면서 따로 오뚜기 참기름을 동봉해 조리가 끝난 후의 제육볶음에 뿌려먹을 수 있게 했다. 여기서 독특한 고소하고 고급스러운 풍미가 났다. 조리후 단계가 하나 더 생겼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는 단계였다. 반면 이 제품은 그런 동봉품은 없이 그냥 가열하면 다 되도록 했다. 조리편의성은 더욱 좋지만 구성에 들어간 정성은 좀 떨어지는 느낌이다.
3. 맛과 영양
구성은 돼지 간장불고기, 돼지 고추장불고기가 반반씩 같은 양으로 들어있고, 감자조림, 호박볶음, 계란두부부침 등 반찬 4종이 보조한다. 백미밥 위에는 구운 햄이 올려져 있어 반찬이 하나 더 추가된 효과를 준다.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의 전체구성이 제육볶음, 볶음김치, 어묵볶음, 떡갈비, 흑미밥, 계란 후라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불고기 양이 많아보이면서 반찬 역시 상당히 푸짐해 보인다.
그런데 백종원의 제육한판의 총중량은 440그램이며 칼로리는 795킬로칼로리인데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이 411그램에 723킬로칼로리다. 외양과는 별도로 실제 중량과 칼로리는 그리 큰 차이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겉보기에도 반찬의 푸짐함에서 차이가 크게 나는데 왜 이럴까? 이 의문은 나중에 식사를 거의 끝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조리후 먼저 백미밥을 햄과 함께 맛보았다. 밥의 질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고 짭짤한 프레스햄의 맛과 잘 어울렸다. 얇게 썬 햄은 젓가락을 통해 자연스럽게 밥을 쌈밥처럼 사서 먹을 수 있어서 편리했다. 간장 불고기는 적당히 달착지근하면서 돼지고기를 씹는 식감이 느껴졌는데 백종원 레시피를 연상한 것에 비하면 단 맛이 좀 덜했다. 고추장 불고기 역시 살짝 매콤했을 뿐 강렬한 매운맛은 없었다. 무난하게 밥과 함께 먹기에는 좋았는데 대략 누구에게나 호불호가 적을 정도의 기준으로 간을 한 것 같다.
보조반찬 역시 적당한 질과 양을 보여주었다. 계란 두부부침은 다소 특색이 있었는데 겉모습으로는 튀김종류를 연상시켰는데 막상 안쪽에는 담백한 두부가 들어있어 고소한 맛과 건강까지 챙겨주는 느낌이 들었다.전체적으로 보면 고기 맛에 힘을 좀더 많이 준 듯한데 수입산 돼지고기이긴 해도 씹는 맛에서 좀더 좋은 고기 부위를 쓴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타깃으로 놓은 경쟁제품인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이 돼지고기 불고기의 매운 맛과 기름 풍미 쪽에 중점을 두었다면 백종원의 제육한판은 고기의 씹는 느낌이 좀더 부드럽고 무난한 맛을 강조했다.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은 좀더 정성스럽다. 흑미밥에 계란후라이, 돼지불고기에는 참기름을 따로 동봉하고 청양고추까지 넣어서 임팩트를 주었다. 백종원의 제육한판은 밑재료의 질과 양에서 좀더 나은 선택을 했다. 두 종류의 푸짐한 돼지불고기에 프레스 햄까지 밥에 얹었다.
둘다 가성비가 매우 좋은 도시락이지만 컨셉이 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굳이 말하자면 정성담긴 집밥 VS 푸짐한 식당밥 의 차이처럼 느껴진다. 다만 이 제품은 경쟁을 의식해 첫 눈에 푸짐하게 보일려는 의욕 때문인지 트레이의 깊이를 얇게 만들었다. 깊이가 사선으로 얇다가 두꺼워지게 해서 착시현상까지 노렸다. 때문에 실제 담긴 양에 비해 위에서 보면 매우 푸짐해 보인다. 특별히 이렇게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푸짐한 중량과 구성이기에 굳이 이럴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아쉬운 얄팍함이다.
[평점]
맛 : ★★★★★★★✩✩✩
편의성 : ★★★★★★★★★✩
품질 : ★★★★★★★✩✩✩
영양성분 : ★★★★★★★✩✩✩
가성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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