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 Economy

[식품 리뷰] 제로칼로리 인공감미료 유해성 논란, 진실은 무엇일까?

[리뷰타임스=안병도 기자] 21세기 과학시대를 살아가는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많은 미신이 있다. 구체적인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데도 듣고보면 그럴 듯하고, 몇몇 언론이나 인플루언서가 비주류 연구결과 몇 개를 예시하며 주장하면 제법 많은 사람이 믿게 되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0과1의 디지털 단자인 HDMI단자인데 금도금을 했더니 화질과 음질이 좋아졌다든가, 특정 음파를 반복적으로 들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주장이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든가, 밤에 피리를 불면 귀신이 나온다는 주장까지 발전한다. 나중에는 인간의 달착륙이 사실 조작된 거라든가 지구는 사실 평평하다는 음모론까지 가게된다.

 

출처: 신세계몰

 

우리가 먹는 식품에도 이런 미신이 있다. 널리 쓰이고 있는 화학조미료, 인공감미료가 실은 인체에 해롭다는 주장이다. 유명한 식품첨가물인 MSG(L글루타민산 나트륨)와 함께 칼로리 없이 단맛을 내주는 사카린, 아스파탐, 수쿠랄로스 등이  실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논란은 잊을만 하면 주기적으로 뉴스 등에 나와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과연 이런 인공감미료는 유해한 것일까? 전반적인 모든 논란 요소를 자세히 살펴보자.

 


1. 맛 - 설탕의 맛과 다르다. 하지만 배척할 이유는 없다

우리가 한마디로 '단 맛'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단 맛에도 여러 차이가 있다. 인공감미료의 단 맛은 설탕의 달콤함과는 다르다. 설탕의 단맛은 조금 느리게 올라오면서 은은하게 남는다. 하지만 사카린은 뭔가 강렬한 단맛이 빠르게 느껴지고 빠르게 사라진다. 조금만 양이 많아지면 오히려 쓴 맛까지 느껴질 정도다. 

 

아스파탐 등 다른 인공감미료 역시 설탕과 완벽히 같은 단맛은 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런 맛을 들어 인공감미료는 바람직한 단맛이 아니므로 쓰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소수지만 설탕의 뭔가 끈적이는 단맛보다는 오히려 인공감미료의 단맛이 깔끔하게 떨어지므로 더 좋다는 사람도 존재하긴 한다.

 

출처: 신세계몰

 

따지고보면 자연에서 얻는 식품의 단맛은 전부 다르다. 벌꿀의 단맛, 물엿의 단맛, 수박 등 과일의 단맛이 전부 다르다. 설탕도 정제한 당분이기에 원재료인 사탕수수의 단맛과는 또 다르다. 때문에 설탕의 맛과 다르다고 배척하는 건 말이 안된다. 또한 식품업체들도 이런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포도당이나 라임 등 다른 당분을 첨가해 자연스러운 단맛으로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2. 포만감 - 칼로리가 없으니 포만감도 없다. 폭식욕구는 본인이 자제해야 한다

설탕이 든 음식은 먹다보면 점점 포만감이 느껴진다. 나중에는 달콤함이 더부룩한 느낌으로 바뀌며 식욕이 사라진다. 위가 충분히 차고 칼로리가 넘치도록 공급되면 인체에서 호르몬 작용을 통해 우리에게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인공감미료가 단 맛은 주는데 막상 포만감은 주지 않기에 오히려 폭식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니 몸에 해롭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주장은 논점을 벗어나고 있다. 애초에 인공감미료를 먹는 사람들은 해당 식품을 먹고는 싶은데 칼로리가 걱정되서 대안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제로콜라가 대표적인 예다. 칼로리가 없는 인공감미료는 당연히 미각의 영역인 단 맛만 내주고 호르몬의 영역인 포만감은 건드리지 않는다. 만일 호르몬까지 교란시킬 수 있다면 이 물질은 편하게 쓸 수 있는 감미료가 아니라 인슐린 같은 전문의약품 영역에 들어가야 한다.   

 

출처: 비타민연구소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을 올리는 설탕 등 당분은 독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환자들이 그나마 단맛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공감미료가 든 음료를 마시며 욕구를 달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인공감미료를 먹어서 폭식을 참을 수 없는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걸 안 먹는다고 다른 음식도 안먹을 자제력이 있을 리 없다. 

 

인공감미료는 단맛을 원하는 욕구에 의한 칼로리 섭취 과잉을 도와준다. 달지만 혈당을 올리지도 않고 살을 찌우지도 않는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본인의 끈기와 노력 없이 먹으면 식욕이 사라지는 마법의 물질이 아니다.

 


3. 칼로리 - 미미한 칼로리 포함, 의미있는 수준은 아니다

제로칼로리 음료 등이 사실은 칼로리가 들어있다! 라는 주장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갑자기 속았다는 느낌이 들며 이 제품을 먹으면 혈당이 안오른다거나 살이 안찐다는 정보까지 의심할 것이다. 주기적으로 여러 매체에서는 이런 사실을 보도하며 독자의 눈길을 끌려고 한다.

 

출처: 대한민국정책브리핑

 

맞는 말이긴 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표시 기준에 따르면 식품 100ml 당 4kcal 미만일 때 제로 칼로리라는 표기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1.5리터 음료수라면 실제로는 최대 70kcal 까지도 들어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최대이고 실제로는 매우 적은 양만 들어있다. 

 

또한 우리 몸이 섭취한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몸도 칼로리를 소모한다. 따라서 그게 더 크기 때문에 제로 칼로리라고 표기하는 걸 허용하는 것이다. 다만 포도당과 소르비톨이 합쳐진 말티톨 같은 경우는 설탕의 약 절반 정도 칼로리가 있으며 이건 상당히 유의미한 칼로리다. 따라서 말티톨 관련 식품을 먹을 때는 충분히 주의해야 한다.

 

사카린과 수크랄로스가 혈당을 유의미하게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제목으로 낚시를 하는 기사도 있다. 하지만 이런 내용에서도 '인공감미료 자체는 혈당을 높이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나와있다. 주로 장내 미생물이나 다른 원인으로 분석되며 정확한 내용은 연구 중이다.

 


4. 발암물질 의혹 - 쥐에게 일일 허용량 500배 투여해서 얻은 실험결과

2014년 9월, 에린 엘리나브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연구팀에서 사카린을 포함한 인공감미료가 당뇨 전 단계인 포도당 불내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 때문에 사카린을 포함한 아스파탐이나 수크랄로스 같은 다른 인공 감미료까지 발암물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데 해당 실험은 쥐에게 당시 일일 섭취 허용량의 500배에 달하는 사카린을 투여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물이나 소금도 치사량이 있다. 이 정도 분량을 투여한 것으로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먹어온 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결과를 짜맞추기 위한 실험의도라고 의심받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참고로 전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국제기구에서는 인공감미료 섭취 기준을 위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

 


5. 장내 미생물 생태계 교란 - 영향은 있지만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크지 않다

인공감미료는 한 가지 물질이 아니라 매우 다양한 특성을 가진 물질들이다. 사람에 따라서 복부팽만감이나 설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특정한 물질에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민감한 사람이라면 피해야 할 수도 있다.

 

출처: CHUNLAB

 

우리 내장기관의 맨 끝에 위치하는 대장에는 많은 세균들이 살고 있으며 이 가운데는 유익한 효과를 주는 균도 30퍼센트 정도 있다. 이들은 당분을 먹이로 해서 번식하며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소화효소로 분해되지 않은 전분이나 다당류를 분해해 영양소를 만든다. 그런데 이들은 인공감미료를 에너지로 삼을 수 없으므로 번식하지 못해 장 건강이 나빠진다는 주장도 있다. 이건 비교적 설득력이 있다. 

 

그렇지만 완전히 인공감미료 외에 어떤 식사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보통은 적당히 칼로리를 얻기 위한 식생활을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일정량의 설탕과 당분을 섭취하게 된다. 때문에 약간의 부족함은 있게 될 지언정 완전히 유익균이 전부 사멸하는 일은 벌어지기 힘들다. 정 걱정이 된다면 소량의 요구르트나 김치 등을 섭취하면 해결할 수 있다.

 


6. 알려지지 않은 유해성 - 거부감은 있어도 유해 가능성은 희박

인공감미료 가운데 상당수는 무기물에서 합성된다. 자일리톨이나 스테비아 같이 자연 유기물에서 얻는 천연감미료 같은 경우도 있지만 석유를 이용해서 만든 톨루엔을 분해해서 만드는 합성감미료도 있다. 전혀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상상하지 않던 물질에서 뽑아낸 단맛을 즐기는 데에는 당연히 정서적인 거부반응이 존재한다.

 

출처: 대한민국정책브리핑

 

그렇지만 이런 정서적 거부감이 논리적, 과학적 사고를 압도해버리면 문제가 생긴다. 인공감미료는 어쨌든 우리가 수천년 전부터 먹어오면서 안전성을 검증한 물질이 아니다. 그러므로 무엇인가 알려지지 않은 커다란 유해성이 있을 것이며 단지 우리가 지금 알지 못할 뿐이니 피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사실 이 주장에도 약간의 근거는 있다. 충분히 의학과 생리학이 발달하지 않은 19세기에 의사들은 담배를 건강에 매우 좋다고 권했다. 또한 새로 발견된 방사능에 대한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라듐을 가까이 하면서 바르고 마시고 먹기까지 했다. 그런 역사와 마찬가지로 인공감미료가 나중에 위험성이 발견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치열한 동물 실험을 거치고 제법 섭취 역사가 쌓인 요즘, 그 정도의 치명적 유해성을 완전히 모를 수는 없다. 

 


7. 결론 - 적당히 이용하면 큰 유해성은 없다

사실 세상 일에 절대라든가 완벽이라는 건 거의 없다. 얼마전에는 우리가 비교적 오랫동안 먹어온 소시지나 햄 속의 필수 첨가물이 발암물질로 지정됐다는 소식도 있었고, 아예 붉은 고기 자체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마찬가지로 나온 지 얼마 안되는 인공감미료에서 나중에 유해성이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출처: 대한민국정책브리핑

 

그렇지만 현대의 점점 발달하고 있는 임상의학이나 엄격해지는 식품관리 기준을 통과한 인공감미료에서 다른 식품첨가물이나 가공식품에 비해 훨씬 높은 유해성이 발견될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권장섭취량의 10~20퍼센트 내외에서 적당히 섭취하는 정도는 거의 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현대인의 지나친 당분 섭취로 인한 비만이나 성인병 위협에 비하면 제로 칼로리 인공감미료는 오히려 유익한 대체물질이 될 수 있다. 적당히 이용해서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기능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최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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