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이민규 “완전무결한 정의는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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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확신’이 만드는 ‘닫힌 사회’


『나는 뉴욕의 초보 검사입니다』? 의 이민규 저자가 한국의 독자들과 만났다. 뉴욕주 검찰청 사회정의부 소속 검사인 그는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빚어낸 갖가지 사건들, 그 속에서 분투하는 초보 검사의 일상을 글 속에 담았다. “오늘도 괴물이 되지 않으려 싸우는” 그의 이야기는 ‘제6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책 ?『나는 뉴욕의 초보 검사입니다』? 에 담겼다. 출간을 맞아 한국을 찾은 이민규 저자는 지난 18일 광화문에 위치한 북바이북에서 독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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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북토크의 주제는 ‘나 자신을 지키는 삶’인데요. 일상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외면하기 쉬운 것들, 그렇기 때문에 늘 의식적으로 발견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 책에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들을 꼽아봤는데요. 정의, 인간, 공정, 사회, 법, 엄벌주의, 사랑, 자유 같은 것들이더라고요. 정의, 평등, 공정, 이런 가치들이 꼭 고차원적이고 철학적인 분위기에서 거론되어야 하는 단어들은 아니고,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같이 느껴보고 토론할 수 있는 주제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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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조금 더 정의롭고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로 바꾸기 위해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민규 저자는 독자들을 향해 물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고, 고칠 수 있고, 결정할 수 있는 건 결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나 자신부터 바꾸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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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바꾼다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걸 나 자신을 중심으로 보기 때문이죠. 제 책에 나오는 사례를 보면 직원들로부터 25억 원을 가로챈 로버트슨 씨 사건도 있고, 혐오주의자의 끝판왕에 가까웠던 리처드 씨 사건도 있는데요. 그런 사건들을 겪으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저 또한 제 사건, 실적, 욕심, 감정에 흔들리고 좌우되는 자기중심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거였어요. 아마 여러분도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태어날 때부터 우리가 겪는 모든 경험이나 감정의 주체는 결국 나 자신이죠. 남들의 입장은 직접적으로 얘기되거나 전달되어야만 알 수 있는 환상 같은 거라면, 내가 겪는 감정과 내가 체험하는 모든 경험들은 직접적으로 바로 알 수 있고 그래서 생생하게 느껴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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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타인에 대한 평가 역시 자신의 감정과 기준에 의한 결정일 때가 많다고 저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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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검사실에서 일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입장에서 모든 것들을 바라보는 편이에요. 어떻게 보면 가해자들의 범죄행위나 위법행위들을 서류상으로만 보는 건데요. 그러다 보니까 그들에 대한 제 시선은 단편적일 수밖에 없죠. 사회악이라고 느껴지기도 하고요. 무조건 척결해야 될 대상으로 인식되기도 쉬워요. 하지만 인권변호사나 범죄자들의 변호인은 저와 입장이 다르겠죠. 그들은 서류만으로 가해자들을 보는 게 아니라, 직접 그들을 만나고 마주보면서 그 사람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복잡하고 긴 인생에 대해서 전해들을 기회가 저보다는 훨씬 더 많죠. 그러다 보니까 그들의 입장은 저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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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다면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절대적으로 선한 인간, 절대적으로 악한 인간은 없다는 진실을. 그렇다면 정의는 어떠한가. 이민규 저자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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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완전무결한, 완벽한 정의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생각한 정의가 다른 사람이 생각했을 때 부정의일 수 있고, 그렇게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나의 신념이나 가치관만이 옳다는 ‘눈 먼 확신’이나 ‘닫힌 마음’은 우리를 더 고립되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닫힌 사회’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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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부터 바꾸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한 저자는 그것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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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사회, 공정한 시스템, 평등한 세상, 이런 거창한 주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일상생활에서 어떤 태도와 마인드를 가지고 살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 모든 변화의 출발점은 거기에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 책의 에필로그에 나오는 가장 핵심적인 말이 ‘Save Yourself(너 자신을 지켜라)’인데요. 제가 로스쿨에 입학했을 때 모든 신입생에게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에요. 그 말을 저도 여러분께 그대로 해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이 세상의 중심인 만큼, 여러분 주위에 있는 분들도 모두 다 이 세상의 중심이고 지켜야 될 가치들이 있는 존귀한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너의 존엄성을 지키고 우리 모두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결국 정의로운 사회, 인간적인 사회는 거기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도 그 사실을 잊지 마시고, 늘 스스로에게 ‘Save Yourself’라는 말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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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뉴욕의 검사가 됐냐고요?


독자와의 질의응답을 마지막으로 북토크가 마무리됐다. 이민규 저자는 “글 쓰는 과정이 내 삶을 더 충만하게 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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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입학하셨을 때 “Save yourself”라는 말씀을 들으셨다고요. 학교를 다니시는 동안, 그리고 일을 하시면서 그 말의 의미가 어떻게 다가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책을 쓰면서 제 일이나 각오에 대해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일기장에 각오나 다짐을 쓴 게 아니라 (브런치를 통해서) 공개해버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게 저에게는 하나의 지침이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초심을 잃거나 다른 생각이 들 때면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이런 마음과 다짐들이 있었는데, 그걸 너무 빨리 잃지는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 이 책은 저한테 “Save yourself” 같은 존재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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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셨을까요?


만약 법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영화감독 같은 걸 했을 것 같아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예술 쪽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글을 쓰는 것도 창의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법조계에 있다 보면 딱딱한 형식에 맞춰서 글을 써야 할 때가 많은데, 에세이는 조금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글인 것 같고요. 저는 그런 거에 대한 동경과 갈망이 항상 있었기 때문에, 검사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예술 쪽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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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도시 중에서 뉴욕주의 검사가 된 이유가 있나요?


제가 뉴욕에서 학교를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까 뉴욕에 있는 무료 인권 변호 단체나 정부 기관, 로펌 같은 곳에서 일을 할 기회가 많았어요. 개인적으로 느낀 바로는 뉴욕주나 뉴욕시가 다른 주에 비해서 인권법, 노동법 같은 사회적 보호막이 잘 구축돼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다양한 인종들이 살고 있는 곳이고, 사회적으로도 진보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은데요. 저한테는 그런 면이 되게 끌렸던 것 같아요. 또 뉴욕에는 늘 사건 사고가 많잖아요. 이 일을 시작하기에 적합하고 좋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뉴욕만 꼭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만약 제가 다른 도시에 갈 일이 있다면, 그거에 대해서는 별 거부반응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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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로스쿨을 나왔기 때문에 법조계에서 일하시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개인적인 철학이 있으신 것 같은데, 그것들은 어떻게 쌓이게 됐나요?


사회적 문제들을 처음 고민하기 시작한 건 군대에 있을 때였어요. 고등학생 때도 딱히 관심사가 있지 않았고, 대학에 가서도 어떤 걸 공부해야겠다 혹은 무엇이 돼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안 했던 것 같아요. 책에도 나오지만, 제가 한국 국적을 유지하면서 군대를 가겠다는 약속을 했고요. 군대에 가서 처음으로 ‘나는 이제 뭘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군대 도서관에서? 『죄와 벌』? , 『변신』?? 같은 고전들을 읽으면서 인문학적 고민을 하게 된 것 같고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을 텐데, 오히려 로스쿨에 가서 사회적 고민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사회 정의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은 굉장히 열정이 많은데, 그 틈에서 같이 어울리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저도 조금 더 고민을 하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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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의 삶은 어떤가요?


이 책이 브런치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졌는데요.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는 마냥 좋았던 것 같아요. 제 글이 인정받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그냥 무작정 하겠다고 한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고생이 시작됐죠. 본업이 있는 사람들은 일단 그 일에 집중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항상 써야 되는 글의 양은 정해져있고, 마감을 놓치게 되면 압박감이 들어서, 항상 새벽 1~2시까지는 원고를 썼던 것 같아요. 주말에도 편히 나가서 쉬지 못하고 토요일 아침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글 쓰는 데에만 시간을 투자하고요. 이 과정이 스트레스를 받는 면도 있지만, 굉장히 즐겁더라고요. 그리고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다는 게 굉장히 힘이 됐어요. 사실 지난 반 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너무 바빴는데, 2019년은 저한테 잊지 못 할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국에 와서 많은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인 것 같고요. 그래서 작가로서의 삶은, 좋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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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서 얻는 충만감이 얼마나 큰지, 작가님의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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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에 가기 전에도 그랬고, 들어간 후에도 그렇고, 검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생각했던 건 ‘재밌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거였어요. 지금도 검사 일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지만, 앞으로도 꼭 검사로 살아야 된다는 생각은 그렇게 강하지 않은 편이에요.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다른 직업들도 많잖아요. 훌륭한 인권 변호사들도 계시고요. 그래서 꼭 검사만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1년 동안 겪어본 결과 저한테는 이 직업이 굉장히 잘 맞는 것 같아요. 일의 비중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저는 로스쿨에서 노동법 수업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노동의 신성함에 대해서 굉장히 큰 확신을 가지고 있는 편이에요. 우리 삶에서 일하는 시간이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잖아요. ‘일은 일일 뿐이고,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일 이외의 것이다’라는 말도 맞지만, 일에서 즐거움을 얻고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삶도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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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뉴욕의 초보 검사입니다이민규 저 | 생각정원
뉴욕의 이야기지만 한국의 실정과도 다른지 않은 범죄와 불의, 정의와 인간, 사회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정의란 무엇인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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