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락편지 1243호 |
빛나는 상상력으로 그려낸 미래의 청사진
|
미래.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단어입니다. 수많은 변수와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모든 것이 막연하고
불확실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런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과학적 상상력'이 아닐까요. SF
등용문으로 알려진 한국과학문학상은 가장 싱싱한 아이디어와 뚜렷한 세계관으로 몇 가지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데요. 이번
『2023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은 인간을 나무로 만드는 전염병, 아이를 낳는 우주함선, 이주 여성의 언어 자립을 돕는 지능형 로봇 등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신비로운 세계관을 그려내면서도, 인간의 이기심을 비판하고 구시대적인 사회
시스템을 고발하며 "윤리가 개입하지 않고는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을 예리하게 찌르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다채로운 인물 유형과
탄탄한 문장력이 몰입도를 더욱 높여 줍니다.
특히 대상 수상작인 「최후의 심판」에는 인공지능 판사가 등장하여 한 편의 생생한 연극처럼 강렬한 인상을
선사합니다. 인공지능 판사 솔로몬은 판결에 오류가 있다는 명목으로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는데, 이 솔로몬의 변론을 통해 작가는
법체계의 모순을 시원하게 꼬집습니다. 여기에 종교와 여론, 가족 이슈까지 폭넓게 고민해 볼 요소가 많아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입니다. 덧붙여 결정적인 장면에 솔로몬이 남긴 문장이 제법 충격적인데요,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이야기의 앞부분으로 돌아가 재판
과정을 한 번 더 꼼꼼히 살펴보게 될 겁니다.
책을 덮을 즈음에는 다섯 개의 새로운 차원에 다녀온 느낌이 듭니다. 빛나는 상상력으로 그려낸 청사진. 그
잔상은 인공지능의 세상이 도래하면 많은 것이 편리해지리라는 예상과 달리 미래의 모습은 결코 단순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암시합니다.
장막 너머 앞으로의 세상을 넌지시 보여준 신예 작가들. 그 푸른 상상력이 앞으로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더욱 궁금해집니다.
-남명현 (소설 PD)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