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초에는
예정보다 일찍 핀 벚꽃을 구경하느라 주변인들이 모두 분주했습니다. 다들 “진짜 봄인가 보다” 하고 기뻐했는데요. 저는 벚꽃을
보면 겨울에 내린 눈이 아련하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불쑥 찾아와 짧게 우리 곁에 머물다 떠난다는 점,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다가도 떠난 후에는 초라하고 조금은 지저분한 느낌까지 남긴다는 점이 비슷해서인 듯해요. 이제는 꽃잎이 전부 떨어진 것
같은데요, 며칠 전만 해도 인파로 붐볐던 거리가 텅 빈 모습을 보니 괜히 씁쓸해졌습니다. 벚꽃도 눈도 일년에 딱 며칠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특별한 순간을 남길 수 있는 것이겠지만, 이들이 사그라질 즈음이면 오히려 변함없이 우리 곁에 머물러주는 것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변함없이 곁에서 여러분을 위로해 주는 존재가 있나요? 다소 진부하지만 들을 때마다 숙연해지는 질문인데요, 저의 경우에는
김사월 가수의 노래가 종종 그 역할을 해 줍니다. 깊게 아린 곳 혹은 무뎌진 곳을 콕콕 집어 정갈하게 표현해주어서 그런지, 어떤
상황에서도 김사월 가수의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조금은 포근해지곤 합니다. 김사월 가수가 쓴 에세이집 『사랑하는 미움들』에 담긴
문장들도 참 여러 번 곱씹으며 읽었답니다. 속상하지만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망설여지는 일이 생겼을 때 연고 바르는 느낌으로 읽어보기
좋습니다. 불현듯 책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변함없이 곁에 머물러 주는 존재를 찾는 중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벚꽃이 져서 아쉽지만 내년을 또 기약하며, 그동안 우리를 활짝 웃게 해줄 것들을 기다리며 책과 음악 같은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 보아야겠습니다. - ????현엠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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