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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편지 1226호 |
읽고 쓰는 것만이 나의 전부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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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책들을 소개하고 관리해야 하는 서점 직원인 제겐 오랜 꿈이 있습니다. 어느 한적한 시골집에서 충분히 자고 일어난 다음,
천천히 내린 커피를 두고 책을 읽다 제 이야기가 생각나면 또 제 글을 쓰다가, 배가 고파지면 간단한 요리를 해 먹고, 내 사람과
편안한 대화를 나누다 잠드는 그런 삶을 사는 것이요. 읽고 쓰는 것만으로 온전히 채워진 시간들. 그런 시간으로 채워진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질까요.
오랜 저의 꿈이, 그 장소가 실현된 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배수아 작가의 에세이 『작별들 순간들』입니다.
투야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인 오두막에서 지내는 ‘나’와 ‘베를린 서가의 주인’은 물도 펌프로 긷고, 장작불을 피우며, 정원의 꽃과
열매로 잼을 만들고, 호수에서 수영을 합니다. 그러다 친구들을 만나 낭독회를 열기도 하고, 바흐 음악의 연주를 들으러 가기도
하며,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해요. 매 순간 고요한 기쁨이 함께하는, 소박하고도 비밀스러운 행복을 단 몇 줄만 읽더라도
읽어내게 될 겁니다. 여전히 낯설고 이국적인 배수아 작가지만, 이번에는 더 찬란한 빛으로 우리를 안내하거든요. 읽고 쓰는 것으로
자신을 만들어낸, 그것으로 자유를 만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요.
산문집 속 ‘베를린 서가의 주인’과 나누는 대화는 책과 글, 그리고 어느 과거의 기억과 행복에 대한 것들입니다. 저도 가끔 제
사람과 대화할 때 비슷한 이야기들을 할 때가 있어요. 과거를 부여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때 내가 느꼈던 찬란한 빛을 나누는
대화. 지금 다시 부르려 해도 부를 수 없는 그 순간들을 나누는 동안 서로의 기억들에 빠져듭니다. 그때마다 드리워진 빛이
더해지면, 우리는 더 견고해질 겁니다. 이 책의 글들을 읽는 동안도 그렇습니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쓸 수밖에 없던 글’들이
머무는 마음에는 어떤 싹들이 자라날 거라 믿거든요. 더 자연스러운 자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될 싹이요. 우리, 이 책이 이끄는
곳으로 한 번 따라가 보아요. 읽고 쓰는 것으로 가득한 곳으로요.
-이나영 (에세이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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