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쉰두 번의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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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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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달은 바빴다. 실제 일하는 시간이 많았다기보다, 주말에 계속 일이 밀려 있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저번 주 토요일 아침에 눈을 떴는데 할 일이 없었다. 갑자기 새로운 우주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길어야 두 달 남짓하게 주말을 없애고 나자 아무 일도 없는 휴일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혹시 잊은 약속이 없나 달력을 보고 혹시 잊은 회사 일이 없나 머리를 굴려보았다. 빨래? 돌렸다. 집안? 청소했다. 냉장고? 아직 먹을 게 남아 있다. 화장실? 아... 안 치웠지만 다음으로 미루자. 종일 밥을 지어 먹고 설거지를 했다. TV를 많이 봤다. 일요일이 되었는데 여전히 스케줄이 없었다. 내가 뭘 빠뜨렸나 불안해졌다. 손톱을 물어뜯다가 생전 안 하던 파일 정리를 했다.


일이 없으면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일이 많으면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생각한다. 인생을 0살부터 100살까지 놓고 보면 30대는 한창 일해야 할 시기다. 40대도 더 원숙해져서 일해야 할 시기고, 50대도, 60대도 일해야 한다. 인생이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이 정도면 달리다가 관절염 생기겠다 싶은데, 앞으로 30년은 더 이 속도로 달려야 한다고? 글쎄올시다.?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에 실린 동명의 단편에는 하루하루가 주말을 앞둔 금요일 같기만을 바라는 주인공이 나온다. 복지센터에서 민원인을 상대하는 주인공은 어느 날 실제로 금요일이 반복되는 삶에 갇혀있음을 깨닫고 패닉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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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은 주말만 바라보며 일주일을 넘기고 일 년을 채운다. 그러나 주말마저 박탈당할 정도로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고역이다. 주말이 없어지는 순간 일은 더욱 가속도가 붙고, 나중에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거리를 찾아 나서며 불안을 만든다.


주말도 없이 일하다 탈이 나면 집단 면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요즘은 사람들을 만나면 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한 친구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어떻게 하나 상상하다가, 격리되기 전에 제발 노트북은 가져가게 해달라고 빌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안 돼요! 콜록콜록 다음 주까지는 납기일을 맞춰야 해요" 하면서. 병을 걱정하기 전에 일을 먼저 생각하는 현대사회 사람들이여, 곤란하다 곤란해.


주말이 끝나자 불안이 무색하게 이번 주는 정말 바빴다. '바쁘시죠?'를 '식사는 하셨어요?'처럼 인사 관용구로 쓰는 나라에서 바쁘다고 말하는 건 겉치레에 가까운데, 이번 주는 겉치레를 제외하고서도 바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주말에 더욱 힘을 내서 최선을 다해 빈둥거릴 것을.


알프레드 프리드먼의 시 ‘가장 사랑스러운 나무(Loveliest of trees)’에는 ‘오십 번의 봄은 짧다(fifty springs are little room)’는 구절이 나온다. 스무 살의 화자가 일흔까지 산다면 자신에게는 오십 번의 봄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말하는 대목이다. 100세 시대라 저에게 봄은 칠십 번 남짓 남아있지만, 일 년에 주말은 오십 번 남짓밖에 없군요. 더욱 열심히 쉬어야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모쪼록 주말을 잘 보내시길. 쉰두 번의 주말은 짧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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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심너울 저 | 안전가옥
일주일 중에서 현이 그나마 행복하다고 느끼는 날은 주말을 앞둔 금요일뿐이다. 매일이 금요일 같기를 바라며 잠이 든 현은 깨어난 직후 또다시 금요일을 맞이했음을 깨닫는다. 충격과 분노에 빠진 현은 잃어버린 날들의 자신을 되찾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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