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끝 마니
이주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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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0 10:02
패트릭 리 퍼머 지음 / 강경이 옮김"시골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다. 내일이 오면 우리는 라코니아 만의 맨 위에 있는 기티오로 출발한다. 평평한 옥상 전체에 두툼하게 깔아놓은 갓 탈곡한 곡식 위에 대여섯 개의 담요를 깔고 포도주에 기분 좋게 취해 달빛 아래 누워 있자니 마니를 떠나는 게 아쉬웠다. 폐허가 된 탑들이 사방에 서 있었다. 비탈 아래 조금 떨어진 곳으로 흐르는 시냇가의 나무들 사이에서 나이팅게일이 울었다. 그 소리에 모든 것이 훨씬 더 청아하고 덧없고 슬프게 느껴졌다. 한쪽 면을 베어 먹힌 달의 모습으로 보아 이미 보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