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그 코스에 18금 홍등가 넣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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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경찰서를 마주보는 위치에 작은 약국이 한 곳 있다. 이 약국은 우리가 흔히 아는 의약품 외에도 조금 독특한 품목을 취급한다. 그건 바로 책. 이 약국 안 책방의 이름은 ‘아직 독립 못한 책방’ 줄여서 ‘아독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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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독방’을 처음 찾은 건 지난 8월이었다. 이곳이 ‘핫’ 하다는 말을 망원동 자주 가는 서점 ‘그렇게 책이 된다’에서 들었다. 줄여서 ‘그책다’의 이유리 사장은 내게 이곳이 인스타그램에서 상당히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호기심이 생긴 나는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다가 아독방의 치명적인 댓글에 푹 빠져들어 한참 지켜보다가 내 책이 나온 8월 경, 소심한 아는 척을 시작했다. 구체적인 아는 척인 즉슨, 출판사에 부탁을 드려 한 권 내 책을 보내드린 것. 과연 내 책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좋아할 것인가 가슴 졸이며 기다리던 나는, 아독방 사장이자 약사님께서는 자신의 이름 석 자 ‘박훌륭’처럼 너무나 ‘훌륭한’ 평을 인스타그램에 적어주신 것에 감화 감동, 이후 직접 ‘아독방’을 찾아가 내 사인본을 들여놓기에 이르렀으니, 오늘은 이런 ‘아독방’에서 우연히 자주 만난 작가 한 명을 소개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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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이상하게 자꾸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얼마나 큰 인연일까. SNS에 ‘알 수도 있는 사람’에 한 얼굴이 몇 개월에 걸쳐 뜨면 못 참고 친구 추가를 할 만큼 스치는 인연에 관심이 많은 성격이다보니 세 번이나 우연히 만난 공가희 작가에게도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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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 번 우연히 만났다. 첫 만남은 ‘아독방’에서 책을 사서 나오면서 “자, 인증샷을 찍어 봐야지” 하는데 뒤에서 덥석 누군가 날 잡았다. “작가님!”하고 부르더니 다음 말이 바로 “사인해주세요!”였다. 나는 “누, 누구야. 이 사람?”하면서도 내 책을 사준다니까 약국 안으로 줄래줄래 도로 들어가 사인을 하고 내 책을 팔았다. 그러고 한 달쯤 지났을까, 또 ‘아독방’에 갔다가 공 작가를 만났다. 이번엔 마주치자마자 서로 막 웃었다. 그러고 이틀 후 ‘아독방’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또 공 작가를 만나버린다. 망원동 동네 책방. 칼럼의 서두에 언급한 ‘그렇게 책이 된다’에 마침 공 작가가 또 와 있었다. 나는 그렇게 세 번을 마주치자 하도 기가 막혀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이거 칼럼으로 쓴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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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공 작가는 작가 겸 대표였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올해 초 ‘공출판사’라는 출판사를 차린 이후 어떤, 여행』 ?『어떤, 시집』 에 이어 최근엔 『어떤, 낱말』『어떤, 문장』 까지 ‘어떤, 시리즈’를 꾸준히 내고 있었다. 이렇듯 시리즈가 4권이나 나왔는데 이제 와서 책을 손에 들었다고 하자 인스타그램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또 다른 ‘아독방’의 객 J군에게 퉁을 들었다. “아니, 그 책을 이제야 읽으십니까?”라는 말, 평소 같으면 “어디서 시비야!” 했겠으나 책을 손에 들고 읽어 보니 음, J군의 말이 옳았다. 이 책은 한참 전에, 그러니까 내가 올해 유럽으로 여행을 가기 전에 읽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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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연휴 유럽에 다녀왔다. 패키지로 갔다 보니 꽉 짜인 스케줄로 움직이느라 자유시간이 없었지만 즐거웠다. 패키지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았기에 유럽에 있는 미술관이며 문학관을 순례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쉬움이 생겼다. 다른 곳은 차치하더라도 네덜란드 홍등가는 좀 피곤하더라도 가볼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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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작가는 이 책에서 네덜란드에 다녀온 경험도 이야기한다. 공 작가는 우연히 사귄 네 명의 프랑스 남자(!)들과 함께 간 홍등가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엄청난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뭐랄까, 외국인 친구들과 다녔다는 이야기만으로 가슴이 콩닥공닥 뛰었달까. 이후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혹시, 만에 하나, 우리 다음에 함께 네덜란드에 가면 나도 저기……할 때, 공작가가 SNS에 이런 덧글을 달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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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벼락 맞으면 영주 작가님 데리고 네덜란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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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덧글을 보자마자 스크린샷을 떠서 증거를 남긴 후 덧글을 달았다. “콜!” 그 후, 차마 SNS에 공개적으로 덧붙이지 못했던 덧글을 칼럼 말미에 달아본다. 그 코스에 홍등가, 꼭 넣어주는 겁니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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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행공가희 저 | 공(KONG)
딱 일 년만 안식년을 가지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보고 싶다.' 이 상상을 실현시켜 여행이 시작되었다. 여행 사진 한 장 없는 여행책이지만 충분히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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