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책읽아웃] 벽돌 한 장 쌓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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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보금자리를 지어주는 책?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 빅데이터로 미리 보는 2020년의 흐름 『2020 트렌드 노트』?, ‘삶에서 붙들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는 소설 『무엇이든 가능하다』? 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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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의 선택 -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김하나, 이슬아, 김금희, 최은영, 백수린 저 외 4명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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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돌파> 백수린 작가님 편에서 소개됐던 책이죠.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라인업이 아주 화려합니다. 김하나, 이슬아, 김금희, 최은영, 백수린, 백세희, 이석원, 임진아, 김동영 작가님께서 함께하셨습니다. 2~3 시간이면 다 읽을 것 같은 얇은 책인데요. 내용은 간단하지가 않아요. 작가님 한 분 한 분이 반려동물과 맺은 사연이 다 다르고, 그 안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이 큰 틀에서는 같을지 몰라도 미세한 결이 달라요.


이 책의 첫 번째 즐거움이라고 한다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순간들을 되짚게 돼요. 사소하고 별 거 아닌데 뭉클한 순간들이 있잖아요. 알게 모르게 나에게 영향을 많이 미친, 잔상처럼 계속 남아있는 일상의 순간들이요. 그런 것들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개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였다는 김하나 작가님은 이렇게 쓰셨어요. 첫 번째 개였던 ‘콩돌이’에 대해서 쓴 부분이에요.


잠들기 전 전기스토브 앞에서 뱅글뱅글 돌며 자리를 잡는 모습, 잠든 개에게서만 나는 구수한 냄새, 나갔다 돌아오면 귀를 젖히고 파들파들 떨며 오백원 동전 크기로 동그랗게 만 꼬리를 분주히 왔다갔다하던 것, 내 손가락만큼 가느다란 종아리 위로 작은 닭다리처럼 붙어 있던 뒷다리 근육, 그 뒷다리를 들어 귀 뒤를 긁을 때 눈물이 맺히며 가늘어지던 눈매, 조그만 주둥이로 맛있는 걸 먹을 때 나던 야무진 찹찹 소리, 어느 날 바닥에 떨어져 있던 콩돌이의 이빨이며 수염, 호를 그리며 굽어있던 까맣고 단단한 발톱……
(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11~12쪽)


아마 모든 반려인들이 자신의 반려동물에 대해서 이런 사소한 순간들을 다 기억할 거예요. 거기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애틋함도 느끼고, 때로 그래서 슬퍼지기도 할 텐데요. 이런 묘사들이 글마다 있어서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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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의 선택 - 『2020 트렌드 노트』
염한결, 이원희, 박현영, 이예은, 구지원 저 외 2명 | 북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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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소프트의 생활변화관측소에서 낸 책이에요. 이 생활변화관측소에서는 빅데이터를 관찰한다고 해요. 소셜미디어, 블로그, 인터넷 상에서 매월 1억 2천만 건 정도의 빅데이터를 관측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연어 처리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요. 유의미한 단어를 도출해내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천 개 이상의 키워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관측한다고 합니다. 매월 7개의 관측을 선별하고, 매월 한 번 관측지를 발행하고, 한 차례 사람들을 모아 관측에 대한 대화를 진행한다고 하고요.


키워드를 관측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해요. 최소 1년 이상 기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어떤 키워드가 늘어나고 있는지 관측하고, 키워드 세트를 특정해서 묶어놓고 관찰하다가 순위가 역전되면 그 때를 중요하게 보고, 같은 단어의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관찰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혼자’라는 키워드가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 단어가 파생이 되고 있다고 해요. 혼코노(혼자 코인 노래방 가기), 혼밥(혼자 밥 먹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 같은 식으로요. 생활변화관측소에서 신조어에만 주목하는 건 아니라고 하고요. 신조어가 생기면 일단 키워드로 등록해 놓고 계속 추이를 보면서 외연이 얼마나 넓어지고 있는지 포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책의 부제가 ‘혼자만의 시공간’이에요.? 『2020 트렌드 노트』? 에서 뽑은 하나의 키워드인 건데요. 혼자 라이프, 싱글 라이프 같은 것들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 모든 키워드들을 다 혼합했을 때 ‘어쨌든 사람들은 혼자 사는 삶에 대해서 트렌드라고 여기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더라고요. 결론만 들으면 당연한 이야기라고 받아들이실 수도 있는데,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한다는 것이 주는 신빙성과 명쾌함이 있어요.
결국에는 ‘사람이 열광한다’라는 걸 보여주는데요. 사람의 본성은 시장이 상상하는 것처럼 혁신적으로 바뀌지 않잖아요. 그래서 효율성이라든지 최적화 같은 것들이 모든 브랜드의 성공을 담보해주지 않고, 결국은 사람들이 열광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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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콩(김하나)의 선택 - 『무엇이든 가능하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저/정연희 역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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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에서 광고로 소개된 적도 있는 소설이에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을 읽어보지 않은 분이라도 ? 『무엇이든 가능하다』? 한 권만 읽어도 충분히 좋을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일단 문체가 참 멋있었어요. 아주 강건하다고 할까요. 그런 맛이 있었습니다. 대사도 좋았는데요. 어떤 소설은 대사가 재치 있고 말맛이 있고 절묘한데, 이 책에 나오는 대사들은 조금 심드렁해요. 그게 아주 사실적인 거겠죠. 우리가 실제로 나누는 대화의 면면을 살펴보더라도 그렇고요. 아주 무심한 듯하고 단순하고 덤덤한 대사들이 있는데, 이것이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아요. 소설 안에서 적재적소에 놓이면서 평범할 것 같은 말들이 아주 세심하게 짜여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덤덤한 문체와 대사가 등장하는 책이지만 읽어가다 보면 여기 등장하는 이미지나 비유 같은 것이 정말 촘촘하게 짜여있는 소설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아홉 가지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요. 조금씩 다 독립적이기도 하고 서로 얽혀있기도 해요. 꼭 시간 순서대로 배열된 것도 아닌 것 같고, 유기적으로 완전히 얽혀있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느슨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이야기들이에요. 한 에피소드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다음다음다음 편에서 언급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식이에요. 그림으로 치면 인상파 그림 같다고 할까요. 명료하게 그려놓은 것이 아니라 여러 터치들이 툭툭 놓여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어느 한 순간의 인상 같은 것이 확 떠오르게 해요. 그렇게 우리 마음에 전해지기는 하는데 뭔가가 정밀하게 차곡차곡 태엽처럼 이루어지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게 더 좋은 거죠. 붓 터치의 뭉그러짐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듯이.


저는 「선물」이라는 단편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쓰러졌어요. ‘무엇이든 가능하다’라는 문장이에요. 맨 마지막에 ‘무엇이든 가능하다’라는 문장이 등장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나 절묘하게 그 문장을 맺는 거예요. 성숙한 시선을 지닌 작가가 삶에 대해서 아주 많은 생각을 하고 쓴 글이기 때문에 이것이 옳다, 이것이 틀렸다라고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에요. 삶에 있어서 상처와 그 단면들을 그냥 보여줌으로 인해서 ‘그렇지, 삶은 때로 아주 잔인한 부분이 있고 그런 것을 느끼면서도 살아가는 게 삶이지’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마지막 문장으로 인해서 ‘그래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붙들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결국은 내가 무엇을 붙들고 싶은지를 이렇게 근사하게 보여줄 수도 있구나’ 싶으면서 너무나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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