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트레킹 리뷰] 한라산둘레길➁ 홀로 걷기 좋은 호젓한 숲길 '8구간 절물조릿대길'

[리뷰타임스=라라 리뷰어]


한라산둘레길 8구간 절물조릿대길은 3km밖에 되지 않는 짧은 구간의 숲길이다.

전체 구간을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하니 오래 걷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절물조릿대길의 시작점은 비자림로 사려니숲길 입구로, 명품 숲길로 잘 알려진 숯모르편백숲길의 시작점이자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절물자연휴양림에서 끝난다. 사려니숲길은 입구가 두 곳이다.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입구는 붉은오름자연휴양림 근처의 남조로 사려니숲길 입구이고, 한라산둘레길 절물조릿대길 입구는 비자림로에 위치한 사려니숲길 입구다. 남조로 사려니숲길 입구에서부터 비자림로 사려니숲길 입구까지 숲길을 걷는 구간은 10km의 한라산둘레길 7구간인 사려니숲길 코스다. 


한라산둘레길 8구간 절물조릿대길 코스

 

비자림로 사려니숲 입구로 들어서자 삼나무 숲길이 반긴다. 빽빽하게 들어찬 삼나무는 어디가 끝인 줄 모를 정도로 하늘로 쭉쭉 뻗어있고, 한 사람 정도 걸을 수 있을 정도 폭의 오소록한 산책로 발 아래로는 조릿대가 사각거린다.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어 조릿대에 다리가 걸리지는 않지만 사각사각 소리를 느끼려 일부러 조릿대를 스치며 천천히 걷는다. 

 

비자림로 사려니숲 입구로 들어서자 삼나무 숲길이 반긴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시원하게 보이는 계곡이 나타나더니 약간의 오르막이 시작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계곡을 벗어나도 아직까지 삼나무숲길이 이어진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시원하게 보이는 계곡이 나타나더니 약간의 오르막이 시작된다.

 

삼나무는 제주의 숲길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지만 원래부터 제주에서 자생한 나무는 아니다. 일제강점기이던 1924년 일본인들이 각종 산림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산림을 파괴한 후 이를 메우기 위해 일본에서 들여와 식재한 것이다. 여기 더해 1970년대 초, 산림녹화 사업이 진행되면서 민둥산이던 오름에 집중적으로 삼나무가 식재됐고, 70~80년대 감귤 과수원이 급증하자 돌담에 비해 경제적이던 삼나무가 방풍림으로 조성되기도 했다. 매년 4~5월만 되면 제주에서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가 증가하는 주 원인이 바로 이 삼나무이기도 하다. 나 역시 봄철만 되면 꽃가루 알레르기가 여지없이 찾아온다. 


한라산둘레길 8구간 절물조릿대길

 

한라산둘레길 8구간 절물조릿대길

 

절물조릿대길엔 조릿대가 풍성하니 조릿대 사이로 노루가 한 마리 나타나면 반가울 것 같은데 이날은 노루를 만나지 못했다.

숲을 오롯이 느끼며 한걸음 한 걸음 걷다보니 어느새 30여분쯤 지났다.

2차선 도로가 나타나더니 반대편 숲으로 한라산둘레길이 이어진다.

‘계곡을 끼고 있으니 집중호우시 우회하세요.’란 표지판이 붙어 있다.

 

2차선 도로가 나타나더니 반대편 숲으로 한라산둘레길이 이어진다.

 

몇 미터 되지 않는 짧은 구간이지만 거친 돌길을 밟고 지나야 하는 계곡이다.

계곡을 지나니 또다시 야자매트가 깔린 산책로.

이제 삼나무는 뒤편으로 밀려나고 다른 풍경의 숲이 반긴다. 

푸르름이 시작되기 전에 걸었기에 주변의 나무들이 새로운 계절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새롭게 돋아나는 연녹색의 새순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한라산둘레길 8구간 절물조릿대길

 

한라산둘레길 8구간 절물조릿대길

 

뚜벅뚜벅 걷다보니 봉개민오름 표지가 나타난다. 오른편으로 가면 봉개민오름인데 한라산둘레길은 봉개민오름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시간도 얼마 지나지 않았고, 봉개민오름이면 끝 지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이니, 내친 김에 민오름도 올라가 보기로 한다.

제주도엔 ‘민오름’이란 이름을 가진 오름이 5개나 된다. ‘민오름’이라는 명칭은 나무가 없이 거의 대부분 풀밭으로만 돼 있는 밋밋한 오름인 탓에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5개의 민오름이 대부분 가볍게 오를 수 있는 높이여서 시내권에 있는 민오름은 주민들의 산책로가 되기도 한다.

봉개민오름은 입구까지 데크가 잘 정비돼 있어 걷기 편하고, 오름의 높이도 비고 140여m(표고는 651m)밖에 되지 않는다.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살짝 땀이 흐르는 듯하더니 이내 시원한 바람이 식혀준다.

 

봉개민오름 올라가는 길.

 

주변에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정상에는 의자가 비치돼 있다.

큰 나무가 없으니 오름 앞쪽으로 펼쳐지는 전망이 시원하다.

 

봉개민오름에서의 전망

 

봉개민오름 정상.

 

잠시 전망을 즐기고 다시 내려와 절물조릿대길 구간으로 접어든다.

봉개민오름 주변 산책로 구간이라 그런지 휠체어도 지날 수 있도록 비교적 폭 넓은 나무데크가 이어진다. 데크를 따라가면 곧바로 절물자연휴양림 입구다.


한라산둘레길 8구간 절물조릿대길.

 

한라산둘레길 8구간 절물조릿대길은 코스가 짧아 오래걷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다음 구간인 숯모르편백숲길까지 함께 묶어서 걷는 경우가 많다. 숯모르편백숲길이 6.6km이니 2개 구간을 합해도 10km가 채 되지 않는다. 10km의 사려니숲길 구간과 연계해 걸어도 좋지만 삼나무숲의 풍경이 비슷한 7구간(사려니숲길)보다는 2022년 산림청의 ‘걷기 좋은 명품숲길 경진대회’에서 우수 숲길로 선정된 숯모르편백숲길을 함께 걷는 게 더 나아보인다.

절물조릿대길은 출발지와 종착점이 모두 유명 관광지여서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고, 별다른 위험 요소도 거의 없어 호젓함을 느끼기 좋다.


[한라산둘레길 8구간-절물조릿대길]

위치 : 사려니숲길(비자림로) 입구~절물자연휴양림 3km 

대중교통 이용방법 : 

(비자림로 사려니숲길 입구) 222번(표선), 232(서귀포), 212(성산) / 제주시버스터미널에서 30~40분 간격 출발

(절물자연휴양림 입구 찾아가기) 344번(버스터미널 경유), 343번(용담 경유) / 제주국제공항에서 40~50분 간격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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