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고독, 그것이 작가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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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향기_ 한해숙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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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온다. 작가 한해숙을 만난 건 그런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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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소설 ?『붉은 소파』? 를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블로그로 한 독자님이 방문했다. 독자님의 성함은 조송희. 송희 씨는 덧글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내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며, 읽자마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며, SNS를 하느냐며 연달아 묻더니 페이스북에서 한해숙이란 작가를 소개해주었다. 송희 씨 덕에 나는 내 소설의 제목 같은 붉은 소파에 잠든 고양이를 그린 작가 한해숙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좋아하는 카페에 다니는 한 작가의 일상은 낯익기 짝이 없었다. 그런 화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로 대화를 하는 것은 자연스레 일상의 일부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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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다보면 마음은 무뎌진다. 처음 느꼈던 설렘, SNS에 새글이 올라오면 바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꼬박꼬박 달고 답글을 달아줘야 할 것만 같던 마음에 느긋함과 익숙함이 덧칠되며 “아아, 글을 올렸구나.”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적당히 좋아요를 누르게 된다. 하지만 그 낯익음이 안심 될 때도 있다. 지금 이 순간, 그저 함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만으로 느낄 수 있는 따듯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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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경우, 작가에겐 동료가 없다. 작가는 각기 공간에서 어둠 속 스탠드 불빛 하나를 벗 삼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고독, 그것이 작가의 일이다. 그렇기에 많은 작가들이 SNS에 빠져드는 것이리라. 작업을 하는 내내 쓰지 않은 태블릿이나 컴퓨터 한켠에 SNS를 켜 놓고는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같은 처지의 작가들, 그들의 일상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리라. 작가는 자신의 고독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힘을 낼 수 있는 흔치 않은 생물이기에. 한 작가 역시 내게 그런 고독의 동료가 되어주었다. 새벽, 지금 여기 내가 깨어 있다고 말해주는 듯한 접속 중의 푸른 빛, 묵묵히 서로의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끈질김. 그런 것들의 당연함에 익숙해질 무렵 접한 비보는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 우리 둘을 연결해준, SNS에 수많은 나와 같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조송희 씨의 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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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말한 그 숲_ 한해숙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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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었다. 크리스마스 무렵이었다. 송희 씨는 세상을 떠났다. 그 소식 역시 한 작가에게 들었다. 이후 한 작가의 그림을 보는 일은, 그녀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일은 조금 더 깊은 감정으로 바뀐다. 누군가의 죽음을 공유하는 일은 고독을 함께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연대를 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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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 씨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쓰자면 가끔 쓸쓸했다. 그럴 때면 한 작가의 그림을 보았다. 나와 같은 슬픔을 아는 그녀의 그림을 보고, 그녀의 일상을 공유하고, 마침내는 그녀의 책 『단상 고양이』? 를 만났다. 그리고 그녀의 책에서 나는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지만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향기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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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향기들.
가을 향기.
책 향기.
커피 향기.

( 『단상 고양이』 , 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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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고양이한해숙 저 | 혜지원
당신에게 남기는 음성메시지처럼, 말로 전하지 못한 마음을 한자씩 꾹꾹 눌러 쓴 문자 한 통처럼 그렇게 내 마음에 떠오른 단상들을 이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었기에 ’단상 고양이‘가 가장 적절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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