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리뷰] 협곡과 폭포 그리고 운해의 앙상블 '춘천 삼악산' 산행기
MT로 유명한 강촌은 춘천까지 빠르게 운행하는 ITX가 개통되고는 사계절 사랑받는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막국수, 닭갈비 등 다양한 먹거리와 시원한 강과 계곡 그리고 등산하기 좋은 산행지도 있습니다.
강촌 산행지는 특이하게도 모두 이름난 폭포를 끼고 있는데, 구곡폭포로 유명한 검봉산과 등선폭포로 잘 알려진 삼악산이 그렇습니다. 삼악산은 경춘국도의 의암댐 바로 서쪽에 있어, 정상에서 멋진 북한강 물줄기를 볼 수 있어 더욱 인기가 높습니다.
정상인 용화봉과 함께 청운봉, 등선봉 등 3개의 봉우리가 모여 하나의 산을 이룬다고 해서 삼악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게다가 의암매표소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는 매우 힘든 암릉으로 채 2km가 되지 않지만, 암릉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사랑받는 코스이고, 반대편인 등선폭포 코스는 상대적으로 원만해서 골라서 오르는 맛도 있습니다.
최고봉의 높이가 채 700m가 되지 않은 아담한 산이라, 산이 크거나 웅장한 느낌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100대 명산에 속하고 많은 이들이 찾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등산을 시작하자마자,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협곡과 폭포로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끕니다. 오르면 신선이 된다는 재미있는 이름의 등선폭포는 1, 2, 3폭포로 이뤄져 있고, 비선, 승학, 백련, 주렴폭포 등 크고 작은 폭포가 이어집니다. 아직 더운 9월에도 등산하기 좋은 삼악산을 한 번 올라보시지요.
소문난 관광지답게 입구에는 매점과 식당도 많습니다. 식당가 끝에는 매표소가 있습니다. 1인당 2천 원의 입장료가 있기는 하지만, 춘천 관광상품권으로 돌려주니 사실상 무료인 셈입니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이런 상품권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좁아 보이는 작은 입구를 들어서면 갑자기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느낌입니다. 폭포와 협곡이 이어지는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주는데, 괜히 등선폭포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닙니다. 뭔가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게다가 산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많은 분은 등산을 포기하고 여기에 발을 담그고 멋진 경치를 즐기시는 분들도 제법 있습니다.
이렇게 협곡과 폭포가 이어지는 곳은 제가 가본 곳 가운데서는 주왕산 정도가 있는데, 주왕산이 규모가 커서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삼악산과 등선폭포는 이를 압축한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가족 단위나 산악회에서도 제법 많은 분이 오시곤 합니다.
한동안은 계단이 제법 많이 이어지면서 고도를 가파르게 올립니다. 옆에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숲길이 이어져 크게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약 2km 정도 50분 정도 등산을 계속하면 허름한 매점이 나오고 등선봉과 청운봉, 그리고 정상인 용화봉으로 나뉘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대부분 산객은 여기서 약 1km 정도 떨어진 정상인 용화봉 방향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군데군데 이슬을 머금은 화려한 가을꽃이 가을을 재촉합니다.
바로 부근에는 흥국사라는 작은 사찰이 있습니다. 작은 암자지만 후삼국시대 태봉국을 세운 궁예가 천혜의 요해 산악산성을 세우고, 그 안에 이 암자를 세웠다고 합니다. 삼층석탑, 부도탑, 대웅전 등 절의 시설을 볼 수 있고, 무려 천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초라한 모습만 남아서 망해버린 망국의 느낌도 받습니다.
다시 등산로로 내려와 계단을 오르면 산에서 보기 드문 널찍한 공터가 나옵니다. 작은 쉼터가 나오고 여기서 한 번 쉬어갑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크게 힘든 코스가 남아있기 때문이죠. 삼악산을 오르면서 유독 덩치 큰 청설모와 다람쥐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작은 쉼터 부근에는 떨어진 밤송이가 가득했습니다. 밤은 청설모와 다람쥐에게 양보하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이제 곧 이 코스의 가장 힘든 구간인 333계단이 나옵니다. 돌계단을 누가 이렇게 정성스럽게 만들었나 싶은 거친 돌계단입니다. 앞만 보고 오르다 보면 어느덧 힘든 계단도 끝납니다. 계단을 오르면 소나무 숲 사이로 아침햇살이 들어오는데 정말 신비로운 풍경입니다. 여기에 안개까지 더해져 아침 일찍 오른 등산객의 눈을 즐겁게 합니다.
다시 한번 넓은 평지가 나오는데 아마 예전에는 이런 넓은 곳에서 화전도 하고 숯도 만들었지, 싶은 그런 넓은 공터입니다. 이제 정상까지는 불과 300미터만 남았습니다.
악자가 들어가는 산은 모두 힘들다는 속설처럼 이 남은 300미터는 상당히 험한 바윗길입니다. 규암과 사암이라 뾰쪽하고 미끄럽고 경사져있어 영 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절대 속도를 내지 말고 천천히 바위 사이의 길을 찾아 올라야 합니다.
삼악산 정상 용화봉은 정상석이 없으면 정상이라고 알기 어려운 작은 봉우리입니다. 뾰족한 돌이 계속되어 사진 한 장만 찍고 금세 자리를 비켜줘야 합니다. 대신 여기서 약 250미터쯤 떨어진 곳에 전망대가 있습니다. 정상이 있는데 따로 전망대가 있으면 대부분은 전망대가 훨씬 좋은 경치이니 꼭 들려보세요.
오르다 안개가 가득해서 기대는 했는데, 전망대에서 본 경치는 제가 지금껏 보았던 최고의 운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운해는 전날 비가 오거나, 강가 또는 호숫가에 있는 산, 일교차가 큰 봄과 가을, 그리고 바람이 불지 않은 이른 아침에 만날 수 있습니다. 천마산 등이 운해로 유명하죠.
바로 아래 자라섬을 비롯해 북한강과 춘천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구름이 가득합니다. 조금 지나니 해가 본격적으로 해가 뜨면서 운해가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마치 환경을 잘 보존한 이들에게 자연이 멋진 풍광을 선물로 주듯, 운해 역시 아침 일찍 산을 오른 이들에게 산이 허락한 특별한 선물인 것 같아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폭포와 계곡, 겨울에는 그 폭포가 얼어붙은 빙벽, 그리고 봄에는 푸르른 녹음과 가을에는 신비한 운해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춘천 삼악산입니다. 그리 어렵지 않게 올라, 강과 산의 멋진 조화를 여러분도 느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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