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책읽아웃] 이 책 자체가 ‘고양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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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느껴지는 책 ?『너는 우연한 고양이』? , ‘노희경 드라마’의 팬에게 권하는?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한국문학의 올라운더들이 쓴 퀴어 단편선 『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 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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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콩(김하나)의 선택 - 『너는 우연한 고양이』

이광호 저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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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지 에크리 시리즈’예요. 저희 <책읽아웃>의 레전드 편이죠, 김혜순 시인이 나오셨을 때 신간이 『여자짐승아시아하기』? 였는데 ?『너는 우연한 고양이』? 도 같은 시리즈예요. 이광호 평론가의 책이고요. 저는 이 책을 우연히 밤늦게 집어 들었다가 너무 행복했어요. 저희 때는 다들 책장에 꽂혀있는 책 중에 하나가 장 그르니에의 산문집이었는데, 거기에 「고양이 물루」라는 챕터가 있어요. 저는 그 챕터를 너무 사랑했어요. 그 책 자체가 참 좋은데, 그 중에서도 「고양이 물루」는 그야말로 쾌감을 위해 존재하는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고양이의 몸짓을 떠올리는 것 자체로 너무 즐겁거든요.


고양이는 영원히 미스터리인 것 같아요, 사람에게. 개들에 대한 아름다운 글들이 그들의 영특함, 그들이 보여주는 신뢰에 대한 예찬이 된다면, 고양이의 예찬은 그냥 그들의 아름다움, 존재성, 알 수 없음에 대한 예찬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너는 우연한 고양이』? 를 읽으면서 ‘「고양이 물루」 이후로 고양이에 대한 글을 이토록 쾌감을 느끼면서 읽은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의 제일 앞 챕터 중에 한 부분을 읽어볼게요. 풍경이 그려져요. 이것은 혼자 사는 남자와 고양이 두 마리의 이야기인데, 처음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가 또 한 마리가 들어오게 돼요. 그러니까 집의 풍경이 아주 조용하겠죠.


“순하고 깊은 잠을 잘 수 없는 새벽에는 선잠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와야 한다. 근시의 눈이 어둠 속에서 베란다 쪽으로 등을 보이고 앉아 새벽의 낮은 불빛들을 바라보고 있는 형체를 발견한다. 인기척에 천천히 이쪽을 돌아다볼 때, 너의 눈에서 나오는 기이한 광채는 이방인을 처음 대하는 원주민의 눈빛과 같다. 멈칫거리며 너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그 순간, 너와의 거리는 영원히 가까워질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너는 여전히 수상하고 알 수 없는 존재로 남는다.”


알 수 없는 거죠. 고양이랑 같이 지내다 보면 고양이를 ‘키운다’라고 하는 말이 조금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 때가 있죠. 키운다기보다는 독립적인 개체로서 같이 ‘살고 있는’ 느낌이 들고, 고양이에게는 다가갈 수 없는 영역이 계속 존재한다는 이상한 느낌을 받잖아요. 그런 것을 너무 잘 표현했어요.


이 얇은 책을 넘기면서 ‘시간감’이라고 하는 것을 체감했어요. 첫 고양이 ‘하쿠’가 저의 인생으로 들어왔을 때 시간이 흘러가는 게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느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비슷하게 느꼈어요. 고양이에 대해서 쓴 책이 고양이를 가만히 바라보고 고양이를 함께할 때와 비슷한 시간감을 전해준다는 게... 이 책 자체가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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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의 선택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저 | 북로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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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처음 나온 책이에요. 2015년에 개정판이 나왔는데, 오늘은 절판된 초판본을 가지고 왔습니다. 노희경 드라마 작가가 10년 동안 쓴 산문을 엮은 책이에요. 이미 출간 전부터 인터넷 상에서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제목의 글이 유명했는데, 당시에 저도 그 글을 처음 봤고 굉장히 좋아했었습니다.


거의 10년 만에 다시 이 책을 읽었는데, 처음 읽었을 때처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을 많이 두드리더라고요.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글도 좋았지만, 첫사랑 당시의 나를 되돌아보는 글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첫사랑이 끝난 후 20년이 지나서 상대에게 쓴 편지글의 형식인데요. 돌이켜 보니까 ‘내가 굉장히 위악적이었구나’라는 걸 깨달은 거예요. 그때 첫사랑 상대가 먼저 이별을 이야기했고 노희경 작가는 이별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이었다고 하는데요. 자기 안에 ‘나는 이렇게 너보다 순정이 있다, 그런데 너는 나를 버렸다, 그렇다면 무참히 무너져주겠다, 네가 상처준 이 어린 사람을 똑똑히 기억하렴’이라는 마음이 있었다는 거죠. 그런데 저도 이런 마음을 가진 적이 있었던 것 같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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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썼어요. 누구의 사랑은 먼저 끝나고 누구의 사랑은 더 늦게 끝난들, 그 시간차라는 것이 긴 인생에서 볼 때 그리 크지도 않다고요. 내가 순정을 더 오래 간직했다고 해서 상대한테 유세해야 했던 것도 아니고요. 저도 동의하는 부분이었어요. 내가 당신을 사랑했었다는 사실이 무슨 명분이 되는 것처럼 ‘그러니까 나는 너를 미워해도 돼, 증오해도 돼’라고 생각했던 게 참 비겁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담겨 있거든요. 어린 시절에 가족에게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 그로 인해 학창시절과 20대에 방황했던 이야기, 그 시절을 통과한 후에 자신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아버지와 불화하다가 돌아가시기 전에 많이 쇠약해지셨다는 걸 알게 된 이후에 화해를 했던 경험, 어머니를 떠나보냈던 경험, 연애사 등이 실려 있어요. 노희경 작가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굉장히 재밌게 읽으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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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의 선택 - 『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
조남주, 김현, 윤이형, 김성중, 한유주 저 외 4명 | 큐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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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큐 퀴어 단편선’의 두 번째 책이에요. 작년에 나온 첫 번째 단편선은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 이고요. 큐큐 출판사는 ‘퀴어 문학 전문 출판사’를 기지로 걸고 있어요. 오스카 와일드 선집을 내기도 했고, 서양 시인들의 작품을 모아서 퀴어 앤솔로지 시집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이 퀴어 단편선이 한국문학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들을 다 모아놓은 느낌이 있어요. 퀴어를 주제 혹은 소재로 청탁을 했을 때 앤솔로지가 되는 거잖아요. 작가들의 단편을 모아서 내게 되는 건데요. ‘한국에서 문학을 잘하는 작가들을 이렇게 모아놓을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조남주, 김현, 윤이형, 김성중, 한유주, 최정화, 듀나, 최진영, 정지돈 작가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조남주 작가님은 「이혼의 요정」이라는 단편을 쓰셨는데요. 이혼 당한 두 남성이 만나는 첫 장면으로 시작해요. 왜 이혼 당했느냐 하면, 그들의 아내가 서로 사랑에 빠진 거예요.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을 보면, 조남주 작가님도 이 이야기를 쓰시면서 고민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이야기를 어디까지 쓸 수 있을까 써도 될까 판단할 수 없었다”,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 방식으로 쓸 수 있는 데까지 썼다”고 적으셨습니다.


두 번째 작품은 김현 작가의 「고스트 듀엣」이에요. ‘형우’라는 주인공이 제주행 비행기에 올라요. 그리고 신문을 챙겨요. ‘상민’은 형우를 보면서 ‘30분밖에 안 가는데 무슨 신문이야’라고 이야기를 해요. 두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내용일 것 같은데, 알고 보면 형우가 홀로그램이에요. 이 소설은, 사람을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된 상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거예요. SF적인 느낌도 있죠. 김현 작가님은 작가의 말에 “세상의 모든 짝꿍이 자유롭게 손잡을 수 있기를”이라고 쓰셨습니다.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요. 아마 출판사에서 제안을 했을 때는 비슷한 포맷으로 원고 청탁을 했겠지만, 작가들마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쓴 거예요. 처음 봤을 때 ‘이게 퀴어 이야기라고?’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고, 완전히 SF스러운 이야기도 있고, 2019년의 한국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도 있고, 온갖 세계를 오가면서 다양한 인간 혹은 인간처럼 보이는 어떤 것들의 모습을 보여줘요. 그런 것들이 퀴어 단편으로 엮였을 때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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