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eBook] 아직도 욕심 많은 작가,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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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소설 작가로 살아온 지 15년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도 그녀는 늘 다음에 쓸 이야기를 구상한다. 고단했던 삶의 끝에 행복한 결말을 줄 수 있어 로맨스작가로서 보람을 느낀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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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이 2004년에 출간됐습니다, 그 당시 기억이 나시나요?
제가 좋아했던 동생들을 서로 소개해 줬는데 인연이 안 됐어요. 그 아쉬움을 담아 쓴 첫 이야기가 『내겐 너무 힘든 그녀』 입니다. 아는 동생이 아는 동생이 로망띠끄라는 연재 사이트를 알려 주었고 그저 글을 쓰는 것이 즐거워 연재를 하다가 책까지 내게 되었네요.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웃음) 그 후로 『무휘의 비』 가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전업 작가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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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물부터 판타지까지, 다양한 소재의 소설들을 출간하셨는데요. 가장 맘에 남는 주인공은 누구인가요?
아무래도 『무휘의 비』 의 주인공 은영이겠죠. 제 여자 주인공의 특징이 확립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은영의 외모는 제 동생을 모델로 삼았고 성격은 저와 흡사합니다. 고구려 시간 여행을 하게 된 현대의 여성이 굳세게 살아남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황후까지 되었지만 현재로 돌아오게 됩니다. 하지만 사랑을 찾아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당차고 자주적인 인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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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더 꼽자면 『메모라이즈』 의 애나는 꼭 기억해 주고 싶어요. 명랑하고 평범한 학생이었던 애나는 일제강점기의 인물로 식민지의 백성, 그리고 여성이라는 장벽에 맞부딪히면서 성장하게 됩니다. 학생 항일 운동의 중심에 서고 그 일로 옥고를 치르기도 하죠. 출소한 뒤 연인이었던 의료 선교사 브라이언과 결혼하고 의사가 돼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그 당시에 여자가, 외국인과 결혼해서 의사가 되었으니 그 과정이 얼마나 파란만장했겠어요. 처음 구상할 때 애나와 브라이언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낸 역사를 함께 되새기고 싶었는데, 썩 잘되지는 못했습니다. (웃음) 전 지금도 두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양림 언덕에 자주 갑니다. 독자분들도 광주에 오시면 한 번 들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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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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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 쿠키』? 를 읽고 싶은데 엄마 허락을 못 받았다고 제게 편지를 보냈던 고등학생이 어른이 돼 로맨스 소설 작가가 됐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 『무휘의 비』 를 읽고 제가 너무 궁금했다던 대학생을 제 편집자로 만났을 때. 내가 누군가의 꿈이었다는 기쁨에 혼자 울컥하고 동료이자 동지가 된 그분들에게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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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내부에서도 특징에 따라 세세하게 나뉘고 있는데요. 작가님께서 주로 선호하시는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예전부터 지금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키워드는 역사입니다. 최근 마무리 작업 중인 소설도 가상 시대물이죠. 역사란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누군가의 흔적이기도 하니까요. 그것을 되살리는 작업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건이나 사람들이니 말입니다. 능력 있는 여자 주인공을 선호하는데 지금 쓰고 있는 글은 남자 주인공의 카리스마가 상당합니다.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도 현재 구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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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위로 올라와』 는 어떤 이야기인가요?
유쾌하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여주인공과 완벽해 보이지만 약간의 허당기가 있는 남자 주인공을 원했어요. 술을 마시면 뭔가를 주워 오는 집안 내력 때문에 계약 약혼이라는 덤터기를 쓴 화니와 그녀의 퍼니퍼니한 매력에 빠져 버린 재신의 이야기입니다. 여자 주인공인 화니는 가짜 약혼으로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 어떠냐 묻는 재신에게 대놓고 왕자도 아니면서라면서 직구를 날리는 스타일입니다. 두 주인공의 대화가 박진감이 넘쳐요. 화니가 한마디도 안 지거든요. 재신은 화니와 키스하고 싶어 매력 어필을 위해 수도 고장을 핑계로 웃옷까지 벗어 던집니다. 두 주인공 모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당당해요. 심지어 재벌인 시아버지 앞에서도 말이죠.? 결론적으로 퍼니퍼니한 19금 로맨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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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작으로 준비하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차기작은 앞에서 살짝 말씀드린 가상 시대물입니다. 화순의 환산정에 갔다가 깊은 밤, 등불을 밝힌 조각배를 타고 여자를 찾아오는 남자가 보여 쓰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의 밤을 훔친 작가 소야, 그리고 최고의 책쾌이자 대군 윤의 이야기랍니다.?
남장을 즐기고 조선 팔도를 여행하며 노래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하는 소야는 흔히 생각하는 조선의 여인상에서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자유롭고 시대의 억압과 굴레에 얽매이지 않아요. 다양한 글을 통해 시대에 만연한 불평등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소야를 뒤에서 든든하게 지지해 주는 사람이 바로 대군 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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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인사를 나눠 주신다면.
뭣 모르고 글을 쓸 때가 참 좋았습니다. 조금씩 배우고 깨우칠 때마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 글이니 말입니다. 로맨스 소설 작가로 15년을 살았지만 모니터와 마주할 때마다 늘 막막해요. 그래도 글을 쓰는 이유는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아직은 많이 남아서입니다. 제게는 참 다행인 이 이유가 독자분들에게도 다행으로 닿았으면 합니다. 제가 이렇게 욕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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