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올가 토카르축과 페터 한트케, 45년 만에 노벨문학상 동시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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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0일 오후 8시(한국시각), 한림원이 부른 이름은 올가 토카르축과 페터 한트케였다. 성추행 스캔들로 8명의 위원이 사퇴 및 활동 중지를 선언하면서 작년 수상자를 발표하지 못했던 오명을 딛고 발표한 결과였다.


『방랑자들』 『태고의 시간들』 『잃어버린 영혼』 등으로 한국에 소개된 올가 토카르축은 1962년 폴란드에서 태어났다.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1985년 졸업한 이후 브로츠와프로 이주해 테라피스트로 일하기도 했다. 특히 칼 융의 사상과 불교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신화와 전설, 비망록 등 다양한 장르를 글에 차용해 인간의 실존적 고독, 소통의 부재, 이율배반적 욕망 등을 다룬다. 1998년 이후 크라나노프라는 조그만 마을에서 거주하며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1993년 『책의 인물들의 여정』으로 데뷔해 『E. E.』(1995)와 『태고의 시간들』(1996) 발표 이후 1997년에 40대 이전의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상인 코시치엘스키 문학상을 받았다.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기록한 모음집인 『방랑자들(Bieguni)』은 2008년 폴란드 최고 문학상인 니케 상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폴란드 작가로서는 최초로 맨부커 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며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2010년에는 폴란드 문화훈장 은메달을, 2013년에는 슬로베니아의 국제문학축제에서 시상하는 빌레니카 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낮의 집, 밤의 집』으로 국제 IMPAC 더블린 문학상 최종심에 올랐고 2015년에 독일-폴란드 국제 교류상을 받았다.


페터 한트케는 한국에 부조리극인 <관객모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42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전쟁과 궁핍 속에 보냈다. 그라츠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4학년 재학 중에 쓴 첫 소설 『말벌들』로 1966년에 등단했다. 이후 작품에서도 내용보다 서술을 우선하는 실험적인 태도로 다수의 혹평을 받았다. 『관객모독』 역시 특별한 줄거리나 사건, 무대 장식 없이 오로지 배우가 내뱉는 말에 의존해 극을 전개한다. 관객을 향해 파격적인 말을 내뱉는 배우와 그 말을 직접 듣는 관객의 소통은 무대 위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현대 사회의 위선을 폭로했다.


한트케는 1970년대 들어 자기만의 방식으로 전통적인 서사를 회복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첫 작품이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다. 독일어로 쓰인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1972년에 빔 밴더스 감독이 영화화했다.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1967년 게르하르트 하웁트만 상, 1973년 실러 상 및 뷔히너 상, 1978년 조르주 사둘 상, 1979년 카프카 상, 1987년 오스트리아 국가상 및 브레멘 문학상, 1995년 실러 기념상, 2001년 블라우어 살롱 상, 2004년 시그리드 운세트 상, 2006년 하인리히 하이네 상 등 많은 상을 석권한 한트케는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다 마침내 2019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림원은 토카르축의 작품에 관해 “박식하고 해박한 열정으로 경계를 가로지르는 삶의 형태를 구현하는 상상력”이라고 표현했다. 한트케의 작품은 “인간의 경험의 특수성과 주변성을 탐구해 온 언어적 독창성을 보여 준 영향력 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한 해에 수상자 2명을 선정한 것은 1974년 이후 45년 만으로,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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