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리뷰] 부처님 향기 가득한, 대한민국에서 8번째로 높은 산 오대산에 오르다
가끔 산을 오르다보면 이 산은 왜 이렇게 유명하지 싶은 산이 있습니다. 반대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산이 있습니다. 오대산이라는 산은 산의 크기와 산세에 비해서는 너무 잘 알려진, 약간 과대평가된 산이라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이유는 바로 사찰 덕분입니다.
오대산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5개의 큰 봉우리가 있어서 오대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산 만큼이나 수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산입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두 개의 사찰인 월정사와 상원사가 있으며, 이 두 개의 사찰을 잇는 선재길도 많은 사랑을 받는 트래킹 코스입니다. 작년 겨울에 걸었던 선재길은 너무 고요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던 길이기도 합니다.
정상인 비로봉을 향해 오르면 아마도 국내에서 제일 멋진 처마를 자랑하는 사찰이 아닌가 싶은 중대사자암과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등 불심 가득한 사찰들을 지납니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뭔가 편안한 기분이 드는 그런 산이죠.
적별보궁을 지나면 완전히 코스가 달라집니다. 1565m에 달하는 높이답게 급격한 경사가 시작됩니다. 물론 길이는 그리 길지 않아 출발한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면 정상인 비로봉에 오를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육산으로 산의 이름이나 명성에 비해서는 압도적인 크기는 아닙니다. 심지어 같은 오대산에 속하는 계방산이 높이는 더 높기도 하구요.
그럼에도 오대산은 분명 며력 넘치는 산입니다. 산 자체가 갖는 매력에 인간의 불심이 더해져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대부분은 비로봉까지 원점회귀코스를 오르지만 체력이 받춰주면 5개의 봉우리는 모두 돌아보는 환종주도 가능합니다. 더군다나 설산치고는 아주 힘든 산이 아니라 겨울철이면 엄청난 산객들이 오는 인기 있는 산행지이기도 합니다.
정상을 오르는 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길은 상원사를 통해 오르는 길입니다. 상원사는 말 그대로 천년고찰로 신라 선덕여왕 당시 자장율사가 세웠다고 전해집니다. 세조가 피부병을 고치기 위해 이곳에 방문해서 문수보살을 만났던 사찰로도 유명하죠. 그래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석가모니불이 아닌 문수보살을 모신 사찰이기도 합니다.
역사 시간에 배웠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동종인 국보 36보 상원사 동종도 이곳에 있습니다.
여기서 20분 정도 급한 산 허리길을 돌아 오르다보면 중대사자암을 만납니다. 여기서 중대라는 것은 중앙이라는 뜻이고, 사자는 문수보살이 타고 다니는 사자에서 이름이 붙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오대산 가운데 자리잡은 문수보살 법당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 사찰은 도대체 이렇게 좁은 땅을 이렇게 효율적으로 잘 쓸 수 있을까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찰입니다. 1층은 해우소, 2층은 공양실, 3층은 숙소, 4층은 스님들 수행처, 5층은 법당입니다. 겹처진 처마와 오대산이 만들어내는 비경은 한참이나 등산객의 발걸음을 멈춥니다.
여기서 좀 더 오르면 적멸보궁입니다. 신라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귀국하면서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정골을 5군대에 나눠 봉안한 장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참고로 양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태백산 정암사, 사자산 법흥사와 함께 불교 성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불교를 믿지 않아도 불경소리며, 이 높은 곳에서 오가는 이들을 위해 준비한 따뜻한 보리차 한잔을 마시다보면 많은 생각을 내려놓게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적멸보궁까지 산책에 가까운 트래킹이었다면 여기서부터는 말 그대로 등산입니다. 평균 경사도가 35-36으로 엄청난 경사도에 눈이 쌓여 오르는 걸음에 속도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오르다보면 점점 진해지는 상고대 덕분에 또 다른 부처님이 세계로 접어드는 느낌입니다. 1.5Km를 한 시간 넘게 걸려 올랐습니다.
정상은 비로봉입니다. 비로봉이라는 이름 역시 불교에서 높다는 뜻이니 오대산은 불교와는 뺴놓을 수 없는 산입니다. 치악산, 소백산, 팔공산, 속리산, 그리고 북한의 금강산과 묘향산 모두 정상이름이 비로봉입니다. 치악산만 한자가 약간 다릅니다.
아무튼 정상은 엄청나게 흐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지만 설경이 마치 부처님의 불국토를 보는 느낌입니다.
등산만큼 위험한 것이 하산입니다. 이렇게 경사가 급하고 사람이 많고 길이 좁은 오대산은 더욱 그렇습니다. 하산 역시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오대산의 마지막 모습을 눈과 가슴에 새기면서 하산하다보니 중대사자암이네요.
여기서부터는 운동화로도 오를 수 있을 정도로 눈도 다 쓸어 두셔서 편하게 내려옵니다. 등산이 힘드시면 월정사, 상원사를 연결하는 선재길만 걸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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