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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편지 1271호 |
나는 심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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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플하다."고 자주 말하며, 깨끗이 살려고 고집한 화가가 있습니다. 자신의 말처럼 단순한 삶을
추구했고, 단순한 삶을 살았던 화가. 까치와 나무, 해와 달, 산과 아이를 자주 그렸던 화가. 새벽에 일어나 작은 크기의 그림을
그리고, 부와 명성보다 자신의 그림 세계에 집중한 화가.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과 함께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
장욱진입니다.
"저항이야말로 자기의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장욱진의 삶은 저항의 삶이었습니다. 몇 가지 소재를 작은
화폭에 반복적으로 표현하며 그 세계에 깊이 들어갔으며, 이 과정에서 세태에 물들지 않고 깨끗하게 살고자 노력하고, 그런 자신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웅크리고 그림을 그리는 그의 자세야말로 한 예술가의 진정성이자 때론 이 진정성을 버리고 싶은, 변하기 쉬운
마음에 대한 저항이 아닐까 합니다.
『단순한 그림, 단순한 사람 장욱진』
은 미술 평론가 정영목이 그간 발표해 온 화가 장욱진에 관한 글들을 모아 그림과 함께 엮은 책입니다.
한국의 근현대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장욱진의 삶과 작품을 이야기합니다. '덕소/수안보/용인'으로 불리는
거처를 기준으로 나눈 장욱진의 작품세계를 '자전적 향토세계/자전적 이상세계/종합적 이상세계'로 구분했으며 심상의 변화에
주목했습니다. 동양화와 서양화의 구분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동/서의 강박 관념을 없애고, 우리의 전통을
현대에 접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회화로 구현한 것이라 말합니다. 나아가 단순히 모더니즘의 영향에 국한되지 않는 장욱진의 예술
정신을 '참된 나'를 찾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평합니다.
장욱진의 그림은 단순하게 반복되면서도 일정한 조화를 변주하여 새로운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여줍니다.
심플하지만, 심플하지 않지요. 단순한 형식에서 단순하지 않은 예술가의 진정성을 표현한 화가. 삶과 작품 전체에 늘 진정성이 있었던
작가. 장욱진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 안현재 (예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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