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예스24 인문 교양 위클리 레터입니다.
직장인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일요일 오후, 또는 연휴 마지막 날 오후입니다. 추석, 한글날 연휴가 모두 끝났습니다. 연휴 때 저는
오랜만에 소설집을 읽었습니다. 본격 월급사실주의 노동 리얼리즘 앤솔로지를 표방하는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라는 책인데요.
제가 흠모하는 서유미, 임성순, 장강명 작가님이 참여하신 데다 작품이 지향하는 바에 동감하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구매했어요. 평범한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이야기라 공감할 대목이 많았습니다.
작품마다 다른 일터와 사람이 등장합니다. 삼각김밥 공장에서 일하는 이십대 청년과 일흔의 할머니, 학습지 교사, 군무원, IT
회사의 재무팀장, 건설회사 현장소장, 팬데믹 속 여행사 직원, 지방에서 서울로 온 일간지 편집 기자, 플랫폼 노동 종사자,
태국에서 일하는 한국어 교원, 계약직 교사, 프리랜서 등등.
저마다 다른 노동 환경과 일이지만,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자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주제가 비슷합니다. 집값, 밥값이 올라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작고 소중한 내 월급. 잘못된 걸 알면서도 관행과 악습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 불안한 미래. 스스로를
소진 시키는 과도한 경쟁사회. 이 책이 그리는 21세기 노동 풍경입니다.
'기획의 말을 대신하여'에서 장강명 소설가는 이렇게 씁니다. "나는 저 현상들의 한가운데 있으며 그 현상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원인도 모르고 대책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그 고통에 대해서는 쓸 수 있다."라고요. 그
누구도 완벽히 알지 못할 것입니다. 다만, 최근 화제를 끄는 책 『가짜 노동』을 비롯해 일 관련 책을 읽어보면, 나만 아니라
모두가 왜 힘든지 갈피는 잡을 수 있겠습니다.
연휴가 끝났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고 일하기보다는, 알고 일하는 게 덜 아프잖아요. 고통을 공감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덜 외롭고요. 덜 힘들게, 아프게 일하는 데 도움 되는 책을 소개합니다. 일하는 모든 분들, 힘내자고요! - 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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