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란 단어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얼어붙은 호수 한가운데 홀로 존재하는 이의 잔상처럼 외롭고 적막한가요?
『듣는 사람』
은 온전한 침묵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그린 산문집입니다. 오랜 세월 고요에 휩싸여 제 목소리를
묵묵히 간직해 온 고전들이 담겨 있는데요. 시인 박연준은 옆 사람의 팔을 잡아끌며 권하고 싶은 서른아홉 편의 작품을, 마치 색색의
사탕을 하나씩 선보이듯 매력적으로 소개합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으며 느꼈을 막연한 감상을 작가는 적확한 언어로 풀어내는데요.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의 경우 인상적인 단락과 함께 흥미롭게 접할 수 있고, 읽어보았지만 별다른 울림이 없었던 책은 색다른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창가에서 손끝을 매만지며 먼 데를 떠올리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장 그르니에의
『섬』
을 좋아할 것"이라 합니다.
『어린 왕자』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처럼 비교적 익숙한 작품부터 요리책, 사랑의 바이블, 내 방 여행하는 방법이 담긴 도서까지. 이 책은
고전이 마냥 두려웠던 분들께도, 다양하고 새로운 고전을 탐구하고 싶은 분들께도 안성맞춤일 듯합니다. 시인 박연준이 고뇌 끝에
골랐을 고전 리스트는 수록된 순서대로 살펴보아도 좋고, 작가 이름이 익숙하거나 궁금했던 작품 위주로 살펴보아도 좋겠습니다.
흥미로운 책이 많아 저는 예스24 장바구니가 한층 더 무거워졌는데요. 수많은 소문과 정보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고요한 곳에서 이
책을 펼쳐 들고 오랜 시간 전해지는 맑은 목소리에 잠시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
- 남명현 (에세이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