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예스24 인문 교양 위클리 레터입니다.
지난 주말, 호암미술관에서 기획한 김환기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한국 추상미술의 첫 장을 연
화가로 평가받는 김환기, 40년에 걸친 그의 예술 여정은 전시 제목처럼 한 점으로 수렴되고 동시에 하나의 세계를 담고 있는
듯했습니다.
전시된 120여 점 모두 인상 깊었지만, 가장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 작품은 점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였습니다. 절친했던 친구이자 선배인 김광섭의 시 「저녁에」 한 구절을 제목으로 붙였으며, 김환기 점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여운을 주는 이유는 이들의 관계에 있는데요.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던 김환기가 김광섭이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 먼저 떠난 친우에게 헌정하듯 그린 작품입니다.
김환기와 김광섭 외에도 많은 예술인들은 서로 교류하고, 우정을 나누고, 사랑했습니다. 경성 곡마단으로 오해받은 이상과 구본웅,
조선일보 동료로 만나 벗이 된 정현웅과 백석, 추상화의 선구자 유영국과 그를 평생 지지한 아내 김기순, 미군 PX에서 함께 물건을
팔고 그림을 그린 박완서와 박수근 등 근대 예술인들은 서로 연대하고 의지했습니다.
한국 근대사는 혼란의 개화기, 암흑의 일제강점기 그리고 전쟁과 분단의 시간이었습니다. 가혹한 시대였지만 근대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고 각자의 방식대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슬프지만 찬란했던, 그렇지만 수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예술을 꽃피운 그
시간 그곳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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