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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편지 1247호 |
찬란한 청춘들의 기쁨과 슬픔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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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한 소설이 SNS 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출판사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무려 30만 조회수를 기록했죠. 어떤 웹툰이나 웹소설이냐고요? 놀랍게도 제21회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작이었습니다.
소설의 제목은 바로
『일의 기쁨과 슬픔』.
소설가 장류진은 그렇게 강렬한 첫 인사를 건넸는데요. 그녀가 2023년 여름, 두번째 단편소설집
『연수』
로 우리 곁에 돌아왔습니다.
이번 단편소설집도 어딘가 한 번쯤 우리가 직접 겪어봤을 법하고, 들어봤을 것만 같은 이야기들로 가득
채웠습니다. 표제작 「연수」는 이미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인데요. 인생에서 실패라곤 겪어본 적 없는 30대 후반 회계사가 운전
연수를 받으며 겪은 일화입니다. 좋은 대학을 나와 연봉 높은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유난히 운전을 두려워하는 주인공. 그녀는
맘카페에서 소개받은 운전강사를 통해 인생의 첫 실패였던 운전에 재도전하게 됩니다. 「공모」에서는 사회 초년생과 중간관리자들이
한번쯤 겪어보았을 흐릿한 선악의 경계선을 잘 그려냈습니다. 이어지는 「라이딩 크루」에서는 빵 터지게 되는 장면들을 많이 보시게 될
겁니다. 자전거 동호회에서 종종 회자되던 회원들의 눈물겨운 자존심 대결을 재미있게 다뤄냈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일상에 지쳐 불안해 보입니다. 하지만 다들 청춘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서
일까요? 취업 준비생, 지망생, 인턴 생활 등 자칫하면 흔들리기 쉬운 현실에서도 쉽게 절망하거나 굴복하지 않습니다. 설사 그렇게
보인다 한들 그 과정조차도 어딘가로 향하는 빛나는 여정 중 하나라는 걸 깨닫게 합니다. 마치 소설집의 제목인
'연수'(硏修)처럼요.
우리에게도 그 길들이 유난히 내 일처럼 낯익은 건 장류진 소설의 핍진성 때문일 겁니다. 그 점 덕분에
소설이 “제일 귀하고 중요”한 문학 애독자들은 물론, 그간 한국소설이 멀게만 느껴졌던 독자들도 쉽게 읽으실 겁니다. 그리고 원래
여름에 읽는 소설이 제일 맛이 좋답니다. 무더운 여름, 장류진 소설가표 시원한 단편소설 여섯 편 모두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유리 (소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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