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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편지 1266호 |
맘카페가 갑질의 온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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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시나요? 저는 지역 기반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 있습니다. 대화방에는 수백명이 넘게
참여는데, 대부분은 눈팅만 하고 소수의 열정적인 사람들이 다양한 화제로 글을 올립니다. 주변 맛집, 병원, 학원에 관한
평이라든지 축제 소식 등이 오갑니다. 중고 거래나 나눔도 이뤄지고요. 가끔은 국가 정책이나 정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도 있죠.
당파성이 느껴지는 글은 운영자가 가리기 처리를 하고요. 때로는 특정 식당이나 병원 등에 관한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기도 하고,
님비 현상을 목격할 수도 있습니다. 지역 주민으로 가장한 광고 글도 종종 올라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흔한 풍경이죠.
맘카페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맘카페라고 하면 부정적인 인상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소아과 줄폐업, 교권 침해, 선동과 가짜뉴스의 원흉으로 맘카페를 지목합니다. 몇몇 화제가 된 사건들이 있기는 하지만,
유독 온라인 커뮤니티 중에서도 맘카페를 향한 혐오가 심한데요. 대한민국 최초의 맘카페론
『맘카페라는 세계』
에서는 '맘충'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맘카페가 본격적인 혐오의 대상이 되었을 때와 대한민국의 저출산이
심해지는 시기가 겹친다는 지적을 합니다. '우리는 개념 없는 맘들만 비난하니, 네가 똑바로 행동하면 된다'는 강압적인 논리가
사회를 휩싸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누구나 맘충으로 몰리기 쉬운 사회에서 그 누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는 선택을 하겠느냐는
거죠.
『맘카페라는 세계』
의 저자는 5년여간 맘카페 운영자로 활동하며 누구보다 자주, 깊게 맘카페를 들여다봤습니다. 맘카페에
참여하는 주체,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담론, 맘카페의 사회적 영향, 상업성 등 여러 가지 주제에 관해 직접 체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써내려 갔습니다. 저자는 맘카페를 전적으로 옹호하지도, 비판하지도 않습니다. 이 책을 추천한 최성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한국 사회를 이해하려면 맘카페를 보라"는 말처럼, 맘카페에는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기능이 모두 있기 때문이죠. 다만, 앞서
언급했던 맘카페 혐오와 대한민국의 저출산이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은 우리 모두가 유심히 들여다 봐야겠습니다. 언제부터 대한민국은
이토록 아이 낳기 어려운 사회가 된 걸까요.
『맘카페라는 세계』
를 펼쳐 봐야 할 이유입니다.
-손민규 (사회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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