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에세이 특집] 편집자로 일하다 작가가 된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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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가까이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해 온 김은경 작가는 1년 반 전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 후 2권의 책을 써 내며 지금은 작가로 살고 있다. 그녀의 첫 책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는 출간 2개월 만에 3쇄를 찍을 만큼 인기를 얻었고, 최근 출간한 ?『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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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와 작가는 가깝고도 먼 사이죠. 직접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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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일했던 출판사에서 에세이를 담당했어요. 에세이 저자들이 매일같이 다른 이야기들을 보내 주시는데 글도 재미있고, 글 쓰며 사는 삶 또한 즐거워 보였어요. 문득 저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에 그날그날 하고 싶은 말을 적기 시작했어요.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글로 옮기는 기쁨을 맛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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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까지 개인적인 글쓰기를 해 본 경험이 없던 분이 회사를 그만두고 1년 사이 책을 2권이나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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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로 일한 지 10년쯤 되었을 때 회사를 그만두고 쉬엄쉬엄 동네 책방에 나가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호우 출판사 대표님으로부터 출간을 제안 받았어요. 처음에는 ‘내가 하루키도 아니고 무슨 글쓰기 책을 써’라는 생각에 선뜻 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는데, 당시 제 SNS에 글쓰기 팁을 연재하고 있었거든요. 제 SNS 글에 의외로 많은 분이 ‘좋아요’를 눌러 주시는 걸 보고 용기를 내서 첫 책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를 내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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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는 초판을 내고 2주 만에 2쇄를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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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시장에서 대부분의 책은 1쇄가 다 팔리고 나서부터 수익이 발생하고, 신인 작가의 경우 초판만 거의 소진해도 다음 책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무명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초판 이후 반 년 안에 4쇄를 찍었으니 깜짝 놀랄 만큼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에세이와 글쓰기에 대한 대중의 수요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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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책 ?『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 ? 또한 글쓰기에 대한 책이에요. 연달아 작법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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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가 초급 입문서라면, ?『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 는 실전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출판사에서 일하는 내내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끼고 살았어요. ‘아버지’ ‘어머니’만 빼고 모든 단어를 찾아보곤 했죠. 표준어인지 아닌지, 띄어쓰기가 맞는지 틀린지, 동사 앞에 어떤 조사를 써야 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요. 글쓰기 수업을 하다 보면 문법을 어려워하는 분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사례를 모으고 정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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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31가지의 글쓰기 기술을 정리해 놓았는데,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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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시절에 작가들의 글을 편집하면서 반복적으로 수정했던 것들, 글쓰기 수업을 듣는 회원들이 비슷하게 실수하는 것들 위주로 꼽았어요. 그중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문장을 길게 늘어뜨리는 습관에 관한 것이에요. 이것은 굉장히 안 좋은 글쓰기 습관이에요. 쓸 말은 조금인데 분량을 길게 늘이다 보면 결국 문장의 의미를 흐릿하게 만들죠. 그래서 저는 글쓰기 수업에서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걷어 내라고 늘 이야기해요. 이것은 제가 이 책 전체를 통해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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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남겨야 할지에 대한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하는 것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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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를 정확하게 나눠 쓰는 훈련을 하면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돼요. 예를 들면 ‘신부 입장을 했다’는 ‘신부가 입장했다’로, ‘토마토 8개를 샀다’는 ‘토마토를 8개 샀다’로 주어, 목적어, 동사를 문법에 맞게 제자리에 쓰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 문장의 길이도 짧아지고 의미도 훨씬 명확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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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문장, 좋은 글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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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글은 재밌으면 끝이에요.(웃음) 재미있는 글이 좋은 글이죠. 그중에서도 제가 생각하는 재밌는 글이란 구체적인 표현으로 이루어진 글이고요. 최근에 강이슬 작가님의 글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구체적인 글쓰기를 정말 잘하는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초등학생 시절에 서로 싸우면서 정이 들었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거기에 “그날도 나는 운동장에서 혁을 패고 있었다”는 문장이 등장해요. 그 문장을 읽으면서 그 시절 그 또래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어요. 그 시절 그 아이들은 분명 ‘때리다’라고 말하지 않고 ‘패다’라고 말했을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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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아는 것이 많아서 글쓰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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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자아를 분리하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쓸 때는 마음껏 자유롭게 쓰고, 대신 고칠 때 편집자의 자아를 불러내서 꼼꼼하게 퇴고하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쓴 글을 고치고 줄이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죠. 팔다리를 자르는 기분이랄까요.(웃음) 그럴 때는 원본과 수정 원고를 각각 저장해 두었다가 며칠 후 글이 낯설어질 때쯤 다시 열어 보는 방법을 쓰기도 해요. 다시 보면 역시 고치고 줄인 원고가 훨씬 읽기 좋다는 걸 알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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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과 상관없이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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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10년 전쯤부터 사람들이 일상적 글쓰기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출판사에서 일할 당시 트렌드 중 하나가 ‘1인 강연’이었거든요. 개인이 자신의 콘텐츠를 가지고 강연을 하고 책도 내는 거죠. 특히 스마트폰 덕분에 글을 올리면 즉각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게 됐어요. 반응이 좋으면 책과 같은 결과물로 연결되는 사례도 흔히 볼 수 있고요. 누구나 무엇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죠. 요즘 시대에 글은 나를 세상에 드러내는 방법이고, 본업과 병행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삶을 가장 스무드하게 바꿀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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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글쓰기 수업은 어디서 들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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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의 오키로미터라는 서점에서 매주 수업을 했는데, 지금은 쉬고 있어요. 9월에는 경기평생교육원, 파주 한빛도서관, 군산 한길문고 등에서 수업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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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김은경 저 | 호우
글을 잘 쓰는 법을 배우고 싶지만 딱딱한 맞춤법 책이나 문장론이 내키지 않았던 사람, 내가 쓴 글이 어딘지 어색해 보이는 사람 등, 자신의 글과 문장을 무럭무럭 자라게 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따뜻한 햇볕 같은 책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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