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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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光復) 74주년을 맞았다. ‘나라의 주권을 되찾는다’는 말이 지금 세대에게는 피부로 와닿지 않지만, 불과 100년 전 이 땅에 살던 선조들은 나라 잃은 설움으로 피와 눈물을 쏟았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총칼을 들고 목숨까지 바쳤다.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광복’의 울림이 더욱 크게 전해진다. 연초부터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무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9월 20일과 2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도 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이 초연될 예정이다. 잊힌 민족 영웅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이라고 하는데, 제목부터 독특한 이 작품에는 세종문화회관 산하 7개 예술단체, 300명의 단원들이 모두 참여해 더욱 화제다. 어떤 내용의 극이며, 어떻게 7개 예술단체가 모두 참여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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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용의 극인가? ‘극장’과 ‘독립군’은 공통분모가 전혀 없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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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다. 최근 원신연 감독의 ‘봉오동 전투’가 개봉했는데, 독립군 사상 최대의 승전으로 기록되는 봉오동 전투는 물론 청산리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운, 항일독립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작품은 민족의 영웅 홍범도 장군이 아니라 노년에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돼 1943년 76세의 나이로 쓸쓸히 생을 마감한 그의 인간적인 삶에 주목한다. 특이하게도 홍범도 장군은 말년에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의 극장지기로 일했다. 무대는 화려한 전장이 아니라 홍 장군이 극장 수위로 취직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고려극장은 당시 강제 이주한 고려인들이 주축이 돼 만든 극장으로 한국어로 공연이 이뤄졌으나 지속적으로 폐관 위기에 놓였다. 어느 날 홍 장군이 극장장에게 말한 자신의 삶이 ‘날으는 홍장군’이라는 연극으로 제작됐고, 그 공연을 끝으로 극장은 문을 닫았다. <극장 앞 독립군>은 이를 바탕으로 만든 음악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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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고연옥 : “ <극장 앞 독립군>? 은 그들이 만든 연극에 관한 연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홍범도 장군에 관한 이야기이자 동시에 극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연극 속의 영웅 홍범도와 현실에서는 실패한 독립군인 홍범도의 모습이 대비됩니다. 조국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카자흐스탄에서 노인이 된 홍 장군이 극장을 지키는 모습을 떠올리며, 극장이 어떤 곳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 시절, 독립군이라는 가장 위태롭고 불안한 길을 선택한 홍범도 장군 같은 분께 극장이 평화와 위로를 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에도 중요한 극장의 의미가 아닐까. 세종문화회관 예술단 통합 공연으로도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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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이 모두 참여한다. 연습은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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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극장 앞 독립군>? 에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과 청소년국악단, 서울시무용단, 서울시합창단과 소년소녀합창단, 서울시뮤지컬단, 서울시극단, 서울시오페라단,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 등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이 모두 참여한다. 소속 단원 300명이 모두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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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보 총연출 : “300명 모두 무대에 올라갑니다. 첫 통합 공연인 만큼 그래야 의미가 있다고,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주장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실상 9개 단체가 모여서 통합 공연을 하는 게 얼마나 무모할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첫 리허설 때 그야말로 축제의 현장이었습니다. 지난 5월 국악관현악단과 협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학습한 면은 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의 단원들과 제작진이 모두 프로라서 각 단별로, 파트별로 연습하고 추후 조합하는 게 가능합니다. 지금도 크게 음악팀, 드라마팀으로 나눠서 연습하고 있고 지난 리허설 때 처음으로 조합하는 연습을 했는데, 리허설이 아주 재밌고 즐거웠습니다. 모든 단체가 하나로 거듭나는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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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예술단의 성격이 다른 만큼 연습 과정에서 힘든 점도 많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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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예술단의 일정이 서로 다른 만큼 초반에는 불만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재밌는 것은 처음에는 다른 예술단 탓을 하더니, 시간이 흐르자 내부에서 문제점을 찾고, 어느덧 그런 불만 자체가 사라졌다고. 이제 단원들은 어려움보다는 색다른 경험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홍범도 역을 맡은 서울시극단 소속 강신구 배우는 음악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처음이고, 합창단원들은 평생 노래만 하다 연기를, 그것도 약방의 감초 같은 1인 다역을 맡아 새롭다고 한다. 뮤지컬단원들은 극단의 화술, 합창단의 발성, 무용단의 몸짓까지 더욱 눈여겨보게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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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합창단 테너 한상희 : “이 작품은 우리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상당히 흥미로웠어요. 극에 ‘하다 보니 하고 싶어졌어. 꼭 해야겠어!’라는 대사가 있는데, 우리 심정이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갈지 몰랐는데 버무려지다 보니 재밌고, 연습하다 보니 ‘이건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약간의 경쟁 심리도 있는데, 같은 장르를 할 때 나오는 경쟁심이 아니라 내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서 이 즐거움을 더할까,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인 것 같아요. 실제로 사석에서도 이런 얘기를 많이 해요. 평소 복도에서 마주치면 형님, 동생, 언니, 오빠 하던 사이라 훨씬 협조도 잘 되고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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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인데 무려 24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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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연기는 물론 노래하고 춤추고 연주하는 모든 예술단이 한 무대에 서기 위해 ‘음악’은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한편으로 그렇기 때문에 ‘뮤지컬’이라는 특정 장르로 국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극에 음악이 사용된 범위, 전체적인 무대의 스케일은 사실상 뮤지컬에 가깝다. 90년대 대중가요부터 모던 락, 국악, 재즈 등의 음악적 요소가 오케스트라, 국악 앙상블의 다양한 조합으로 펼쳐질 예정이며, 조선과 러시아라는 공간, 40여 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장치로도 음악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뮤지컬과 다른 점이라면 주인공이 홍범도지만 배우가 직접 부르는 넘버는 없다. 연극배우인 강신구 씨를 대신해 합창단과 오페라단에서 우렁찬 노래를 선사하며, 무용단 역시 장면의 정서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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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실인 작곡, 음악감독 : “뮤지컬에 가까운 음악극이에요. 원래 김광보 연출님, 고연옥 작가님과 작업할 때 쉽게 갈 수가 없어요(웃음). 전쟁터와 극장이라는 서로 다른 장소를 연결하는 역할로 음악을 많이 사용했어요.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이 극장에서 연극을 연습하고 음악을 연습하는 모습, 극장만이 가진 낭만적인 요소들, 그런 정서를 음악으로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신경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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